문 정부 재정분권 핵심은 지방재정 구조조정

기고│허등용 경북대학교 교수

등록 : 2020-05-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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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집권 전부터 강력한 재정분권 의지를 표명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대선 공약으로 하고,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2018년 10월 말에는 관계부처 합동 재정분권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8 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2022년까지 7 대 3으로 하고 장기적으로 6 대 4 수준까지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점에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재정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2019~2020년 1단계 추진 방안으로 국세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1%로 인상하고, 균형발전 특별회계 포괄보조사업을 중심으로 3.57조원의 중앙정부 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2021~2022년 2단계에서는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재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1단계와 달리 2단계 방안은 향후 관계 기관과 전문가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2019년 중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2021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세입이 확충됐음에도 지방세 비율은 2018년 22.5%에서 2019년 21.7%로 오히려 하락했다. 제2단계 재정분권추진티에프(TF)를 구성해 작업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1단계 재정분권으로 지방소비세율이 늘어났으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2018년 77.5 대 22.5에서 2019년 78.3 대 21.7로 오히려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재정분권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2단계 추진 방안의 구체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준점은 명확하다. 우선 양적으로는 12조원 상당의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해 단기적 목표인 ‘7 대 3’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율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의미가 있다. 한순간에만 달성되고 유지되지 않는다면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 간 과세표준을 공유할 수 있는 세목을 중심으로 지방 이양이 이뤄져야 한다. 앞서 국세 부가가치세를 지방소비세로 이양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리라. 그런데도 지방세 비율은 하락했다. 더 강력한 과세표준 공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2단계에서는 국세 총액의 과반을 차지하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지방소득세로 추가 이양해 지방세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재정분권의 핵심은 지방세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정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증가하는 재원만큼 지역밀착형 또는 지방 책임이 필요한 중앙정부의 국고보조 사업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대신 사회복지 국고보조 사업 중 국민 최저 보장의 성격을 띠고 지방의 재량권 없이 의무지출만 발생하는 기초적 성격의 복지사업은 중앙정부가 전담해야 한다.

세원의 편재로 인해 지방세 확대는 지역 간 세수 격차를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세입 분권과 균형발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재원 보장과 재정 조정 기능을 하는 보통교부세의 확충 등 재정 조정 제도의 개편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혁신의 주체로서 지방의 중요성을 목도했다. 마스크 대란의 해결책으로 서울시는 마스크에 재활용 기술 접목을 시도했고, 고양시는 마스크 거래 실명제를 제안했다. 전세계가 극찬한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도 지방에서 먼저 도입한 정책이다.

중앙과 지방이 동등한 입장에서 국가혁신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하향식 정책 전달이 아닌 수평식 정책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자치분권 강화를 통해 혁신적인 정책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방재정 확충과 세출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제6회 지방자치의 날에 천명한 말을 기억해야 한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입니다. 임기 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만들고, 장차 6 대 4까지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약속인 재정분권, 박차를 가할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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