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코치의 한마디

“자신의 내면 가만히 들여다보면 코로나 블루 사라진다”

등록 : 2020-04-16 14:37 수정 : 2020-06-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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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우울증 겪는 서울시민 위한 70·50·20대 코치의 제안

“생활명상과 자신에게 글쓰기, 명상 앱 등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 갖자”

지난 9일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박창규(오른쪽부터)·권경숙·신나은 코치가 한자리에 모여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우울 증상인 ‘코로나 블루’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일 연장자인 박 코치는 “우리는 어떤 환경에든 적응할 수 있는 자아가 있다”며 “잠깐 멈춰서 어떤 자아가 있는지, 어떤 자아가 필요한지, 어떤 자아에 힘을 불어넣어줄지 생각하며 내면을 깊이 바라보면 인생이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래 지속하면서 답답함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을 나타내는 블루라는 단어가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미 강북구를 비롯한 자치구들도 주민들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 지원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서울&>도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특별 코칭’ 자리를 마련했다. 코칭을 통해 코로나 블루 극복 방안을 독자와 공유하기 위해서다. 지난 9일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박창규(79)·권경숙(54)·신나은(26) 3명의 코치가 모였다. 이들은 코칭이 내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만들어진 시간과 공백이 개인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세 코치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박 코치가 “코로나 사태로 불안하고 두렵고 안타깝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크게 늘고 있다”고 우려하자, 권·신 두 코치가 공감을 표시했다. 박 코치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코치연맹이 인증한 마스터코치(MCC) 자격을 따낸, 대한민국 코치들 사이에서 구루(스승)와 같은 존재로 평가받는 이다. ▶관련기사


“내가 아는 두 사람이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생을 마감했습니다. 생의 마지막이 너무너무 외롭게 느껴졌어요. 남편 이외에는 딸조차도 병실에 못 들어가는 바람에 임종을 못했습니다. 죽은 사람도 쓸쓸했겠지만, 딸 등 남아 있는 사람도 자신이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느끼고 있을 거예요.”

이어서 권 코치가 40~50대의 생활 또한 어려움이 커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권 코치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로, <과학소년> <위즈키즈> 등 청소년 잡지 기자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제 주변에 프리랜서나 작은 기업을 하는 분들은 일이 아예 끊기는 상황이 돼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또 주부들은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는 삼식이 문제로 남편·자식과 부닥치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전화 목소리조차도 우울한 블루 톤이 돼버리는 것 같습니다.”

신 코치는 다른 연령대도 코로나 블루가 문제지만 20대의 경우가 어쩌면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 코치는 5년차 코치로 현재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에이치알(HR)그룹 등 기관에서 전문 코칭 교육을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20~30대가 가장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가 취업·입학·결혼 등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시기잖아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중지되면서 20~30대가 결혼식·공채시험 연기 등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신 코치는 “일단 일이 끊기니 낮과 밤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늦게 일어나 브런치도 아닌 런치를 첫 식사로 하는 자신을 보고 자신에 대한 실망과 무력감에 빠지는 이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 코치는 “그래도 코로나 시대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며 “그 해결의 힘은 국가나 사회의 정책과 함께 각 개인의 내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가면서 스페이스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멈추면 그러한 공간이 생깁니다. 시인 나태주씨도 ‘풀꽃’이라는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썼듯이, 그 멈춤의 공간에서 자신을 바라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코치는 이어 “우리는 어떤 환경에든 적응할 수 있는 자아가 있다”며 “잠깐 멈춰서 어떤 자아가 있는지, 어떤 자아가 필요한지, 어떤 자아에 힘을 불어넣어줄지 생각하며 내면을 깊이 바라보면 인생이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가면서 잠시 멈추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신 발견”

70대 박창규 코치, 생활 속 작은 집중 불안감 사라져

50대 권경숙 코치, 하루 3쪽 자신에게 글쓰자 ‘차분’

20대 신나은 코치, 온라인 명상앱 통해 명상에 접근

권경숙(왼쪽부터)·박창규·신나은 코치가 지난 9일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변화하는 세태와 코로나 블루 극복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박 코치는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방법의 하나로 ‘생활명상’을 제시했다.

“세계 4대 생불 중 한 분으로 추앙받는 틱낫한 스님이 두 차례 방한했을 때 그분의 명상법을 지도받으면서, 생활 속에서 하는 명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샌드위치 한 조각을 먹어도 최소 50~100번을 씹으면서 오감에 집중하는 것도 명상이요, 화장실 청소, 설거지, 책상 정리 등을 할 때도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생활명상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일상생활에서 걸을 때 땅과 닿을 때마다 전해지는 에너지를 몸으로 느끼는 걷기명상도 권장합니다.”

박 코치는 “생활명상은 포커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가령 청소할 때도 청소기 소리에만 집중해보는 것이죠. 산에 가서 산책할 때도 새소리, 낙엽 소리, 계단 올라갈 때 느낌, 땅을 밟는 느낌 등 내가 느끼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박 코치는 그렇게 하면 “자신의 들쭉날쭉한 감정이 스스로 사라진다”고 말한다. “생활 명상을 하면서 ‘감정아, 돌아다녀봐라. 나는 여기 있다. 너는 뭐야. 어디로 갈래’ 이렇게 물어봐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불안했던 감정이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권 코치는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보는 듯한 성찰의 방법”으로 ‘세 가지 라이팅’을 제안했다.

“첫째는 그냥 의식의 흐름을 따라 3쪽 정도의 글을 쓰는 것입니다. 미국의 시인이며 극작가인 줄리아 카메론이 저서 <아티스트웨이>(경당, 2012)에서 제안한 방법이기도 한데요. 카메론은 3쪽 정도의 글을 매일 쓰면 창조성이 살아난다고 했는데, 저는 글을 쓰면 명상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을 받습니다. 박 코치님께서 멈추고 내면을 깊이 바라보면 인생이 아름다워질 거라고 하셨듯이 이 시간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권 코치는 이어 둘째 ‘라이팅’ 방법으로 휴대전화 음성 녹음 중 텍스트 변환 방식을 이용하는 것을 꼽았다. “휴대전화의 텍스트 변환방식 음성 녹음을 이용하면 말한 내용이 텍스트로 변환됩니다. 글을 많이 쓴 탓에 손목이 아파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글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치유 효과를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 셋째 방식은 셀프 모드로 영상을 찍는 것이다. 이 방식은 “내 눈으로 나를 보고 내 소리를 듣기 때문에 나를 더 똑바로 직면하는 효과가 있다”며 “내 얼굴을 보고 내 소리를 들으니 충만감이 든다”고 말한다.

신 코치는 “20대는 익숙한 아이티(IT)나 디지털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20~30대는 아이티에 강하죠. 이를 활용해 코로나로 인한 무력감을 극복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저는 명상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하는 것이 쉽게 느껴집니다. 앱이 직관적으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최근에 화상 회의 앱을 이용해 온라인 조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잠옷 차림에 시리얼 먹는 모습을 함께하지만 코로나19로 느슨해진 일상에 활력을 더해줍니다. 드로잉, 영상 편집 등 화상 강의를 듣는 친구도 많습니다.”

세 코치는 이런 마음 다스리기를 통해 “원하지 않게 주어진 스페이스를 온전히 자기를 더 많이 아는 기간”(박 코치)으로 만들어 “자신을 좀더 긍정적으로 보게 되면 주변 사람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권 코치)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사람들이 자기 내면 살피기로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는 데에 무료 코칭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코치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처받은 자신부터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은, 실은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사회적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세 코치는 강조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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