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접촉자까지도 전담자 두고 날마다 확인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노현송 강서구청장

등록 : 2020-04-02 16:28 수정 : 2020-04-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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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강서구 재난안전대책본부 현장점검. 강서구청 제공

1.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지난 1월 23일 코로나19 2번 확진환자가 우리구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5년 전 메르스 사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당시 우리구의 경우 메르스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고를 받는 순간 위기를 직감하고 철저한 방역과 지역감염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확진자 동선은 꼼꼼히 방역소독을 하였고 접촉자들은 1:1 전담공무원을 두어 매일 2회 이상 건강상태를 확인하게 됐다.


또 구민들에게는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 생활해 줄 것도 지속적으로 당부했다.

두 번째 위기감을 느낀 시점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역사회 감염 없이 종식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대구 신천지 교인 집단 감염사태로 확산된 시기이다.

우리구에도 화곡동에 신천지 바돌로매 지파본부(신도수 2,257명)가 있어 지역사회 내 감염이 우려되어 신속히 방역을 마치고 건물폐쇄를 단행한 바 있다. 현재 집합예배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고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주기적으로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구로구 콜센터 근무자와 가족 12명이 집단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이다. 이 당시 근무자와 가족들을 신속히 격리시키고 선별검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더 이상 추가 확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는 구민들께서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켜 생활해 주시고 구의 방역 행정에 적극 협조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가장 보람찬 순간이라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지만 구민과 공무원이 협심하여 잘 대처해서 현재까지 지역 내 자체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구 내 22명의 확진환자 유형을 분석해 보면 구로구 콜센터 직원 및 가족 12명, 외국 입국자 5명, 타구(영등포, 금천) 직장 근무자와 가족 5명이다. 이 같이 우리구 내 자체 감염환자가 한 분도 없었던 것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꼼꼼한 방역과 접촉자의 철저한 자가격리, 구민 스스로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켜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대서울병원과 협업으로 승차검사(드라이브 스루)와 도보용 선별진료소를 발 빠르게 설치하고 코로나19 검사에 박차를 가한 부분이다. 우리구 승차검사 선별진료소는 구로구 콜센터 근무자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특히 빛을 발했다. 서남권 유일의 승차검사 진료소로서 인근 구의 도보용 진료소보다 검사대상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많은 인원을 빠르게 검사하여 집단 감염 초기 광역적 대응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자율방재단, 자율방범대 등이 자발적으로 어린이 집과 골목시장, 다중이용시설(노래방, 피시방, 정류소 등), 그리고 방역소독을 원하는 주민에게 직접 찾아가 방역소독을 한 부분도 보람이 있었다.

이 외에도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계층과 기업체, 단체 등에서 코로나19 극복을 함께 응원하고 적극 동참해 준 부분도 저에게 커다란 보람을 느끼게 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초기에 마스크 수급이 원활치 않아 구입에 다소 혼선이 있었고 주민 여러분이 걱정하는 부분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했던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이 아픈 일도 있습니다. 한가족 4명 중 2살 아이를 제외하고 3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가족의 이야기이다.

엄마가 양성 판정을 받자 음성판정을 받은 2살 막내 아이를 돌봐 줄 가족이 없어 난감한 실정이었다. 엄마 역시 아이를 같이 데려가고 싶어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서울의료원에서 아이가 양성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어 상태를 빠르게 확인하고 치료하려면 옆에 두는 게 좋겠다는 의료진의 판단 하에 아이와 가족이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며 돌봐주고 있다. 서울의료원 의료진과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다면?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 이후 전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법적, 제도적 시스템을 완비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도 모델국가라 할 만큼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있기까지 그동안 많은 준비와 노력이 있었고 일선에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대상자 검사, 확진판정, 동선공개 등 질병관리본부의 자치단체 별 대응 지침이 7차례 수정되는 등 보완할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감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국의 통일된 대응지침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코로나19 지역감염을 차단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백서를 만들 때 차근차근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마스크 배부 또한 통반장을 통한 배부가 바람직한지 약국판매 등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차후에 검토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4.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일 것 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을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모든 국민입니다. 그 중에서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과 휴업, 실직 등의 위기상황에 놓인 분들이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현재 구는 휴업이나 실직한 구민에게 서울형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돌봄이 필요한 독거어르신을 대상으로 안전 확인과 가사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에서 중위소득 100% 이하 취약계층에게 30~50만원을 선별해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하기로 결정되어 조만간 지원될 예정이다.

이러한 긴급생활비 등 지원정책만으로는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에게 충분한 지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라면 국가가 직접 나서서 적정한 재난 긴급생활비를 국민에게 조속히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구민들에게 구청장으로서 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착한임대인 참여 운동도 전개하여 일부 성과도 이루어냈다.

또한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보고 듣고 대화를 나누면서 막중한 책임을 느꼈으며, 예산의 신속집행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도록 상반기 중 최대한 집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직원들에게 주 1회 이상 전통시장을 이용하도록 당부하고, 구내식당보다 청사 주변 식당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피로감에 쌓인 구민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드라이브 스루&클린도서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끝으로 구민여러분께 당부 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이다. 현재까지 모든 구민이 적극 동참해 주셔서 우리구는 지역감염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불편하시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주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 드린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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