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누적된 피로에 몸살약으로 버틴 날 많아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서양호 중구청장

등록 : 2020-04-02 16:24 수정 : 2020-04-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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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작업 중인 서양호 중구청장. 중구청 제공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동안 위기라기보다는, 구청장으로서 마음이 아팠던 순간이 있었다. 코로나 확산 방지에 적극 협조한 착한 소상공인과 전도유망한 중소기업이 확진자 방문에 따른 동선공개로 타격을 입었던 때이다. 타구 확진자 중 중구를 다녀간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동선을 파악해 해당지역을 방역하고,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는 등 확산방지를 위해 철저한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확진자 동선발표 만큼은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내용에 한해 공개하는 등 신중을 기해왔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소상공인은 업소공개에 따른 손실을 회복할 때까지 버틸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업소명을 공개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해당 업소와 사전 논의 후에 주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 범위 내에서 공개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선공개에 따른 영업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전체적인 소독과 임시폐쇄기간을 거쳤음에도 불안감에 발길을 돌리는 방문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출액이 70%~80% 급감하는 곳도 있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수많은 땀을 흘러 이룬 결실이 흔들리는 걸 바라봐야 하는 영업주들의 마음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구는 코로나19로 피해입은 관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45억원 규모의 특별융자 지원을 비롯해, 임대료 인하를 위한 간담회 추진, 지방세외수입 징수유예, 코로나 종식 이후 매출회복을 위한 특별 판매전 기획까지 다각적인 경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도 촘촘한 방역망 유지와 지역상권 활성화를 통해 코로나로 타격입은 분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다양한 방역대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 '보람'보다는 '감사'의 마음을 느낀 순간들이 많았다. 3월에 직접 방역통을 매고 15개 동에 방역소독을 나간 기간이 있었는데, 이때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을 뵐 기회가 있었다. 중구에서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방역활동에 참여해주신 자원봉사자만 200여명에 이른다.

이 외에도 재능기부로 면마스크 2000장을 제작해 기부해 주신 패션·봉제 샘플제작자 양성 교육생들, 2년간 거리청소를 하며 주운 동전과 자신의 월급 일부를 각출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쪽방촌 주민에게 기부한 중구 환경미화원들, 임대료 인하에 동참해준 명동, 남대문, 동대문 일대의 상가 소유주들까지,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게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아쉬웠던 점은 방역 및 경제 지원책을 기획하고 실시하는 과정에서 구청장에게 주어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구는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보호하는 최일선에 있기에 그 역할이 막중하다. 그러나 그 무게에 비해 권한은 적다. 특히 지원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기관 및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신속한 지원 및 대처에 제약이 많다.

재난발생시 해당 지역사회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가장 잘 파악하고 기동력 있게 동원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지자체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앞으로도 함게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다면?

우선 의심증상자를 사전에 발견하고 신속한 예방책을 펼 수 있도록 지역 의사회 및 약사회와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있다. 이를 통해 사태 초기에 발생했던 일부 병원에서 의심환자 신고가 누락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자가격리 방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몸이 아파도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가는 일이 없도록, 자가격리자 중 경제취약계층을 위한 별도 지원책도 필요하다. 현재 중구는 보다 안정적인 자가격리를 위해 격리자의 요청을 받아 10만원 상당의 필요 생필품을 직접 배달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격리일수에 따른 생활지원비를 지급하고 세외수입의 징수를 유예하는 등 다양한 경제 지원책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격리자 모니터링 강화 등 보다 확실한 자가격리 방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밖에도 면역취약계층이 모여 생활하는 시설에서 감염이 번지는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 시설에선 104명의 환자 중 102명이 감염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남기기도 했다. 현재 중구는 관내 요양시설 및 노숙인 시설 등의 종사자와 이용자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주기적인 방역활동을 지원하며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감염병의 사전예방 및 확산방지는 단순히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감염병 유입 방지를 위한 검역체계 강화와 음압병상 추가 확보 등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 나가야 할 보완책도 많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이 시스템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보다 효과적인 감염병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3.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마스크 착용은 개인이 감염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그렇기에 차질없는 마스크 공급은 지역사회 감염차단을 위해 지켜져야 할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동안 마스크 공급 방식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어 왔다. 그 중 논의의 중심이 된 지자체가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여 일선 통반장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자치구를 통해 마스크를 일괄적으로 공급할 경우 소득 또는 정보격차에 따른 불공정한 분배는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가 대량의 마스크를 일괄적으로 구매하면 지역 간 공급격차가 발생해 정작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가 돌아가지 않게 될 수 있다.

현재 관련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취하는 마스크 공급 방식은 민간시장을 통한 공급과 지자체를 통한 공급, 두 방식의 절충안이다. 민간시장을 통해 신속한 마스크 공급을 유지하되 가격과 구매수량, 판매처를 통일하여 공평한 공급을 유도하고, 민간 구매가 어려운 노약자, 임산부, 거동불편자 등의 취약계층에게는 지자체에서 마스크를 구매·제작하여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중구는 감염 고위험군이면서도 직접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임산부, 중증장애인, 건강취약계층 등에게 KF94 보건용 마스크를 8장씩 배부하고 있다. 아울러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 한계로 인한 공급부족을 고려해 교체형 필터가 부착된 면마스크 10만장을 제작해 추가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이밖에도 공적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길게 서거나, 아예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약국별 판매시간을 4개로 통일하고, 동별 약국 명단, 위치, 판매시간과 재고수량을 중구청 홈페이지에 게시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민들이 마스크 공급 차질에 따라 느낄 불편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중 유독 삶의 변화를 크게 체감하는 건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을 비롯한 독거어르신 등의 취약계층일 것이다.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무료급식소와 복지관 등이 차례로 문을 닫고, 이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민간 활동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는 첫 방역활동이 시작될 때부터 쪽방촌, 고시원 등 취약계층의 거주지를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있다. 현재까지 관내 896개소의 쪽방촌과 고시원에 6회 이상의 방역소독을 완료했다. 독거 어르신 등 건강취약 계층에게는 방문간호사들이 주1회 이상 방문하여, 직접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가구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식사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개학연기로 결식우려가 있는 아동을 발굴하여 긴급돌봄 센터에서 급·간식을 제공하거나 행복도시락 및 꿈나무 카드를 지원해 기본적인 영양섭취를 보장하고 있다. 활동이 불편한 저소득 장애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와 협약을 맺어 진행되는 본 사업은 교육을 받은 배달원들이 별도 조리과정 없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배달하며 대상 가구의 안부도 함께 확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총 100명의 장애인들이 8개월간 끼니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시와 연계해 재난긴급생활비를 중위소득 이하 모든 가구에 차질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코로나 사태 가운데 더욱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복지지원의 망을 더욱 촘촘히 세워 나가겠다.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코로나19로 감염병 위기단계가 '경계'로 격상한지 2달, '위기'로 격상한지는 1달이 지났다. 2달이 넘는 시간동안 방역소독, 고위험 계층 모니터링, 선별상담소 운영, 지역경제 활성화 추진 등으로 몸이 10개여도 모자랄 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다. 누적된 피로에 근육이완제와 몸살약으로 버틴 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부터 주민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주민의 안전과 생활을 보호해야할 엄중한 책임을 생각하면 아직 지치기엔 이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한 걸음 앞서 움직이겠다. 선제적인 대처로 주민 안전을 지켜내겠다.

그간 코로나 극복에 함께 동참해주신 주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구민들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격려와 위로 덕분에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우리에겐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낸 역사가 있다. 오늘 마주한 어려움도 나눔과 연대로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내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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