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서울시보다 신천지교회 한발 앞서 폐쇄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오승록 노원구청장

등록 : 2020-04-02 15:34 수정 : 2020-04-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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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폐쇄신천지교회를 점검하는 모습. 노원구청 제공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코로나19에 대한 대처가 초반에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체육센터나 도서관 등 시설 개방과 주민센터 프로그램 운영을 재개를 인근 자치구청장들과 협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구 신천지 다중 예배로 인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부랴부랴 관내 신천지 교회에 대한 파악에 나설 때가 가장 위기의 순간이라 생각한다. 교회 현황 파악에 분주했고, 서울시의 교회 폐쇄 결정이 나기 전에 노원구는 발 빠르게 폐쇄했습니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가장 보람찬 순간은 전 구민에게 마스크를 배부했을 때였습니다. 어렵게 발품 팔아가 모은 마스크를 배부했습니다. 1인당 2매 비록 소량인데 받고 기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마스크 때문이 아니라 구청에서 구민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쉬웠다기보다는 안타까웠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시장 상인들 방문했을 때도 그렇고, 근처 식당가도 그렇고, 많이들 힘들어하셔서 보는 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건물주들에게 착한임대료 동참도 호소하고, 코로나19를 하루빨리 잠재우는 것이 이분들을 위한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착한 건물주 운동에 10명의 건물주가 318개 점포에 대해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까지 임대료를 감면해 주었고, 인하율도 최소 10%에서 전액 감면하는 통 큰 결단을 해주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다면?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확진자 동선에 대한 권한이 지자체에도 부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확진자수가 증가하면서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가 파견하는 역학조사관의 결정이 지체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전염병 자체보다 더 위험하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빨리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정보전달도 중요하지만 시간차이가 생기면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와 질본의 역학조사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하자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동선조사팀을 신설하여 이동경로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노원구도 감사과, 미디어홍보과, 보건소 직원들로 구성한 자체 동선조사팀이 확진자의 진술을 토대로 관내 CCTV을 통해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다만, 역학조사관과 달리 휴대폰 위치추적이나 카드사용내역 확인 등의 권한이 없어 직원들이 몸으로 부딪쳐야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애쓰는 노고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역학조사관과 같은 권한이 주어진다면 훨씬 빠르게 조사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지난 번 노원구가 마스크를 1인당 2매씩 배부했을 때 통반장들을 통해 배부했습니다. 주민센터를 통한 배부도 거론되긴 했으나, 거동이 힘든 장애인, 어르신, 임산부들이 마스크를 받기 위해 줄서다가 있을 수 있는 감염 등이 우려되어 통반장들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전 구민에게 나눠주는 데 통반장이 나선 경우는 아마 지자체에서는 최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해보니 이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마스크를 세대별로 나누는 것부터가 일입니다. 세대별 인원을 파악하여 그 인원에 맞게 마스크를 포장하는데 각 주민센터 직원 및 통반장들이 힘을 합쳐 거의 하루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통반장들이 배부하면서 수령을 받는데 부재중인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경우 통반장들은 연락받고 다시 약속을 잡아 방문해야했습니다. 통반장을 통한 배부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한번 정도는 다량의 마스크를 배부한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통반장을 통한 배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구 차원에서 현재 취약계층에 생필품 및 마스크 배부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곧 시행할 재난긴급 생활비 등을 지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이러한 대책들이 실제 취약계층에 닿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 누락되는 분들이 없는지 꼼꼼히 챙길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노원구 면마스크 의병단. 노원구청 제공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구민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다시 한 번 감동했습니다. 마스크 공급부족으로 면마스크 의병단이 구청 강당에 꾸려졌을 때, 하루만에 300명이 모였고 너도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하셔서 결국 장소를 현재 휴관중이 수학문화관으로까지 확대했습니다.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더니 ‘이 힘든 시기 같이 힘을 보태야하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웃음 짓던 분들의 말씀에 울컥했습니다. 힘든 시기 잘 이겨내길 바란다며 물품과 성금 기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웃을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본 것 같아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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