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컨테이너 선별진료소로 빠른 검사 진행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박겸수 강북구청장

등록 : 2020-04-02 15:32 수정 : 2020-04-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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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회의 중인 박겸수 강북구청장. 강북구청 제공

강북구 선별진료소. 강북구청 제공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코로나19가 잠잠해 가던 2월 중순에 신천지 집단감염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의 신도 전수조사 방침에 따라 검사 대상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강북구에도 그 영향이 미쳤습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건수가 2,000천 건 가까이 되다보니 기존에 보건소 내에 있던 선별진료소 만으로는 검사량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이때는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과 세부지침이 전달되기 전이라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선제대응을 위한 조치로 보건소 외부에 음압기를 설치한 컨테이너 선별진료소를 추가했습니다. 의심자와 검사자 간 접촉이 원천 차단되는 방향으로 설계해 의사가 매번 보호복을 갈아입지 않아도 신속히 검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신천지 전수조사에 따라 자가 격리자가 늘다보니 1:1 전담관리제 등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구 재난안전대책본부 내 자가 격리전담반을 신설해 감염증 관리를 강화해 나갔습니다. 기존 의료방역반의 격리대상자 업무가 재난안전부서로 이관되어 방역반이 현장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종교시설, 학원, 요양시설 등 밀집우려가 있는 시설에도 선제 방역활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특히 관련법에 따라 의무대상시설에서 제외되는 50명 이하 소규모 시설에 주목하고 살균제와 방역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향후에도 촘촘한 방역망 구축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는 등 총력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가장 보람찬 순간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주민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가 여기저기에서 이어지고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닿았을 때입니다.

강북구재난대책본부는 새마을지도자강북구협의회, 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수도방위사령부 장병 등 민·관 합동으로 방역활동을 펼쳤습니다. 단순히 1회성으로 끝난 게 아니라 지금까지도 주민들과 유관기관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져 감염취약시설을 중심으로 함께 방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감염병으로 힘들고 지친 이웃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달한 순간도 기억납니다. 관내 위생관리 용역업체가 천연 살균소독제 4톤을 기부해 취약계층과 다중이용시설에 전달했습니다. 강북구상공회, 마사회 강북지사를 비롯해 관내 산업업체와 사회적 기업, 약국에서도 3만개가 넘는 마스크와 다량의 손소독제, 4천만 원 상당의 기부금과 물품까지 지원하는 등 계속해서 나눔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같이 분담해주셨습니다. 이 운동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전부터 수유시장, 수유전통시장, 강북북부시장을 비롯해 송중동 와이스퀘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건물주들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인하하는 등 주민 스스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주셨습니다.

아쉬운 순간은 2020년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무기한 연기했을 때입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에 따라 연기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으나, 올해 4·19혁명 60주년을 맞는 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대안으로 4·19 영령의 혼이 깃든 강북구에서는 오는 19일까지 온라인 국민 문화제를 개최해 60주년을 기념하고 4·19의 숭고한 가치를 전 국민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정부와 자치단체 힘만으로는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은 구민여러분의 힘을 모아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정신이 공동체의식으로 발휘되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또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치료 또는 격리 기간 동안 그들은 우울감과 불안함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리적 방역만큼 심리방역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치료나 격리 해제 후 우리의 이웃 공동체로 돌아 왔을 때 따뜻한 관심과 고생했다는 응원이 필요합니다. 손 씻기, 기침예절 등 개인 위생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까지 국민 스스로가 생활방역의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강북구민의 성숙한 공동체의식과 적극적인 협조야말로 지금의 재난상황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불의와 위기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됐던 4.19혁명의 정신으로 감염병을 슬기롭게 이겨냅시다. 앞으로도 구민의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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