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코로나블루’ 극복, 전 직원 아이디어 발굴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정원오 성동구청장

등록 : 2020-04-02 14:57 수정 : 2020-04-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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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응봉산 일대를 방역하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동구청 제공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아무래도 구에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던 때 (2.19)가 아닌가 한다 . 당장 지역 내에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주민들께서 얼마나 불안하셨겠는가 .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했다 . 확진자 발생사실과 우리 구 대응상황 등을 SNS, 홈페이지 , 문자메세지 등으로 신속히 알려드렸다 . 또한 코로나 19 대응체계를 ‘심각 ’ 단계로 격상했다 . 이날부터 구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24 시간 비상근무 상황을 유지했다 . 도서관 , 복지관 , 문화시설 등 구 산하 공공시설 전체를 즉시 임시 휴관했고 , 전 직원이 나서 관내 전체 집중 방역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신속히 실시했다 .

현재까지 성동구에는 6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이에 우리 구는 확진자 발생 사실과 이동 동선 , 접촉자 여부 등을 신속히 파악해 공개하고 있다 . 또한 추가 확진자 발생이 없도록 다중이용시설 , 종교시설 , 밀집시설 등에 대한 현장점검 및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코로나 19 가 장기화됨에 따라 구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만큼 심리적 방역 또한 중요한 시기다 . 일명 ‘코로나블루 ’를 이기기 위해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심리적 방역에 관한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 주민들의 큰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드라이브스루 ’ 안심 도서대출 서비스다 . 성동구립도서관 주차장에서 미리 대출신청 해 둔 도서를 자동차 안에서 찾아가는 것인데 인기가 높다 . 23 일부터는 구에서 운영하는 무지개 ·옥수 ·금호장난감세상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대여 중이다 .

살곶이체육공원에서는 자동차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 처음에는 금 ,토 ,일 (20~22 일 ) 3 일간 운영할 계획이었는데 , 예상보다 많은 구민들이 좋아해주셨고 4 월 5 일까지 매일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 홀몸어르신께는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콩나물 기르기 키트 ’를 제공했다 . 집에만 있기 답답한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희망백신 역할이다 . 그밖에도 심리적방역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추가 발굴하고 있다 .

코로나 19 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로 지역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크다 . 정부도 추경예산을 통해 민생안정 주요 사업들을 시행중이고 , 우리 구도 지자체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실직자 , 영업중단에 처한 소상공인 및 관련업종 종사자 등에 공공일자리 사업 우선 참여 기회를 제공해 1 차로 80 명 , 2 차로 116 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 사회적경제활성화기금의 규모도 올해 6 억원으로 확대했는데 , 특히 구 자금 대비 민간자본 비율을 기존 30%에서 100%로 대폭 늘려 초기 운용자금이 부족한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사업자금이 될 수 있도록 했다 . 구 전체 직원들이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사근동 상점가를 이용하고 , 지역 중소상공인을 위해 3D 프린터를 활용해 부품을 무료로 제작해 드리는 등 구 차원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추진 중이다 .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 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노인요양 ·보호시설 , 아동보호시설 등 불가피하게 비상 운영 중인 시설을 제외한 사회복지시설들의 휴관이 길어지면서 복지서비스의 공백을 막는데 노력하고 있다 .

먼저 , 취약계층의 보건용마스크 지원에 힘썼다 . 임산부 1152 가정에 구 간호사가 마스크를 댁으로 전달 , 원하는 분들은 건강상담도 지원했고 거동이 힘든 등록장애인 9400 여명에게도 보건용 마스크를 직접 전달했다 .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는 현재까지 약 27 만장 가량의 보건용 마스크를 지급했다 .

또한 무료급식소 운영 중단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과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 , 장애인 분들을 위해 대체식을 직접 만들어 집으로 배달해드리고 있고 , 건강 취약계층의 안부확인도 지속적으로 실시중이다 . 긴급돌봄시설 등 불가피한 운영시설엔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위생수칙 등을 강화하면서 대상별 관리대책을 추진 중이다 .

국민의 건강을 위협했던 코로나 19 가 이제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 . 이에 서울시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재난긴급생활지원비를 지원하는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수당 등을 도입하고 있다 . 코로나 19 는 모든 국민이 똑같이 겪고 있는 국가적 재난으로 지금과 같이 재정형편이 되는 지방정부별 대응은 지역 간 차별과 불공정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 이에 중앙정부가 보다 책임성 있는 재정지원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 전국적으로 합리적이고 통일된 기준이 필요 하다 .

이에 지난 3 월 23 일 ,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복지대타협특위에서 이와 관련한 긴급성명서를 발표했다 . 작년부터 국민최저수준 (National Minimum)에 해당하는 현금복지는 중앙정부 책임 하에 전국적으로 차별없이 시행하고 , 지방정부는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사회서비스 정책 추진을 책임자는 중앙 -지방간 역할분담을 제안했던 것과 상통한다 . 중앙정부가 재난극복 긴급재정지원 실시로 위기를 극복할 기반을 조성하고 , 지방정부는 지역의 중소기업 , 소상공인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타인에 대한 양보의 마음 , 함께 이겨내자는 연대 의식이 진심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코로나 19 의 위기를 겪으면서 느낀다 .

지난 한달 간 거의 모든 직원이 주말을 반납한 채 선별진료소 운영 , 방역활동 , 마스크배부 등에 힘을 쏟아왔다 . 몸과 마음이 지치는 순간이 있지만 ,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구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온정의 손길이다 . 1 천여명의 구민들께서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방역봉사를 함께 해주시고 있고 단체 , 기업 , 익명의 개인 등 현재까지 106 건 , 약 1 억 5 천여만원 (3.25 일 기준 )의 성금 및 기부물품이 전달됐다 . 고생하는 직원들 힘내라고 샌드위치 , 과일 , 건강음료 같은 간식도 보내주신다 .

사근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소상공인은 매출감소로 본인도 어려운 형편에 밥값대신 마스크를 받아 구청에 기부해 주셨고 , 기초수급자분이 수급비를 아껴 모은 저금통을 , 고사리손으로 모은 용돈을 들고 오는 초등학생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마음을 보내주신다 .

‘착한임대료 ’ 운동에 동참해주시는 건물주 분들 (현재까지 건물주 총 104 명이 동참 , 243 개의 점포가 임대료 인하 ), 공적마스크를 나보다 더 필요한 이웃에게 양보하는 ‘마스크 양보 운동 ’에 적극 참여해 주시는 구민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 .

이러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쌓인다면 아무리 힘든 국가적 재난과 위기도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믿는다 .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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