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감염성질환 조기진단·지역별 관리체계 구축 서두르자”

서울연구원 손창우 연구위원, 정책보고서 ‘서울시 공중보건 활동 진단과 과제’에서 제안

등록 : 2020-03-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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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치구별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주민의 건강 정도와 건강 문제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악화 경향을 보이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영역은 우울감, 채소 섭취 부족,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의 질환으로 파악됐다. 특히 암이나 심장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 채소 섭취 부족이 노원, 은평, 중랑, 강북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왼쪽 그림) 자치구별 시민 건강 정도는 강남 3구를 비롯해 동작, 영등포 등이 양호한 편이고 강북, 중랑, 동대문, 강동과 금천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오른쪽 그림)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감염병 방역 등 공중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서울시와 자치구별로 직면한 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정책리포트 ‘서울시 공중보건 활동 진단과 과제’(손창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김정아 연구원)는 “지금까지의 서울지역 보건사업은 서울시·자치구별 건강 문제와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중앙정부 주도로 획일적으로 수행돼왔다”고 진단하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직면한 건강 문제와 지역 공중보건사업에 관한 과제를 도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 사망원인 가운데 가장 비율이 높아 정책 개입이 우선 요구되는 질환은 암, 심장질환, 폐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악화 경향을 보이면서 격차가 커지는 영역은 우울감, 채소 섭취 부족,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의 질환으로 파악됐다. 또 자치구별로 도시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경우 환경성 질환은 광진구, 정신건강은 강동구 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손창우 연구위원은 “서울시 건강불평등을 야기하는 환경적 요인을 개선해 개인 수준의 사회경제적 환경 취약성을 보완해가야 한다”며 자치구별 건강 결정 요인 및 도시사회환경 특성 개선 지속적인 도시 건강 모니터링 및 결과 공표를 통한 정책 우선순위 제고 도시계획·기후환경·교통 등 부문 간 협력 자치구 특성을 고려한 공중보건사업 수행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변화하는 사망원인

통계청 사망원인통계(2000~2016) 등에서 서울시민 사망원인을 추출·분석한 결과,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이 해마다 3대 사망원인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2010년을 기점으로 심장질환, 당뇨병, 간질환에 의한 사망 비중이 증가하고 호흡기 결핵, 고혈압성 질환, 낙상 등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사망원인의 변화는 신체활동 부족, 서구화된 식습관, 지역사회 건강관리 미흡 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알츠하이머병)가 10대 사망원인에 새롭게 포함됐다.

우울감 증가 주목

자살률은 다소 감소했지만 ‘우울’이 서울시의 지속적인 건강 문제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우울’은 초기 스크리닝을 통해 증상을 미리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존 서울시 정신건강사업에서 ‘우울의 조기 발견 및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자치구별로 한 곳씩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기능 확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책 시급한 ‘환경성 질환’

미세먼지 이슈와 함께 서울시가 가장 시급하게 정책을 개발해야 할 영역으로 환경성 질환을 꼽았다. 최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오존 등 대기오염물질 영향으로 환경성 질환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환경보건에 대한 전문인력과 재원을 마련하고, 특히 경제·교통·복지·도시설계 등 관련 부문의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도로 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물청소, 스프링클러 설치 지하철·버스 확충, 대중교통 이용 장려 취약계층 이용 실내 시설의 공기 질 개선 사업 전개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행동수칙과 건강 피해 안내 등을 제안했다.

채소 섭취 부족

2018년 서울시민 채소 섭취량은 하루 평균 279.6g으로 전국 평균 286.9g보다 낮았으며,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저소득층 또는 1인 가구에서 더 취약한 상태를 보였다. 채소와 과일 부족은 암, 심장질환,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서울시는 건강식품 정보의 다양한 제공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신선식품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자치구별 주요 질환

환경성 질환 중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은 광진구, 동작구, 종로구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는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 진단율이 높지 않았지만 아토피 피부염 진단율이 높았는데, 이는 높은 의료 이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만성질환 중 당뇨 진단율은 서초구가 높은 반면, 당뇨 치료율이 낮은 곳은 강서·종로·동대문구였다. 강북구와 중랑구는 고혈압 진단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질환 중 결핵은 용산구에서 발생과 사망률이 모두 높았고, 양천구는 결핵 사망률, 강북구는 결핵 발생률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행태 중 채소 섭취는 노원·은평·중랑·강북구가 취약했으며, 고위험 음주는 금천·성북·동대문구가, 아토피 피부염은 광진구, 정신건강의 경우 강동구가 취약한 자치구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자치구별 건강 문제와 환경 특성 등을 고려한 공중보건 사업 주요 과제로 감염성·만성질환의 조기검진 강화와 지역사회 내 감염성질환 관리체계 구축 환경보건에 대한 정보 등 중앙정부·서울시·민간기업 간 빅데이터 통합 구축 보건소 내 건강증진 프로그램 확충 서울시 도시사회환경 지표의 지역 보건의료 계획 수립 활용 우울 개선사업 대상을 노인에서 서울시민 전체로 확대 서울시 통합건강증진사업에 정신보건 영역 포함 등을 제시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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