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꿈나무 키우고, 세대융합형 일자리 기대”

서북 3구(서대문·은평·마포) 초등 드론축구팀 시범경기 개최

등록 : 2020-01-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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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전문대 창업팀 ‘에듀몹’ 주관 진행

세 팀 선수 19명이 참가해 실력 겨뤄

청년은 코치 맡아 전략·기술 가르치고

시니어는 심판, 경단녀는 방과후강사로

지난 12월28일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체육관에 마련된 드론축구 경기장에서 대학창업팀 ‘에듀몹’이 주관한 유소년 드론축구 대회 시범경기가 열렸다. 서대문·은평·마포 서북 3구의 초교 3곳 드론축구팀 선수 19명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서대문구의 드론 활용 지도사 양성 과정에 참여한 시니어들이 심판으로 참여했다. 명지전문대 창업팀 ‘에듀몹’ 제공

지난 12월28일 토요일 오후, 서대문구 명지전문대 체육관에선 색다른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드론으로 축구를 하는 ‘유소년 드론축구대회’ 시범경기다. 서대문(명지초)·은평(충암초)·마포(성원초) 서북 3구의 초등학교 드론축구팀 3곳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선수 19명과 응원하러 온 가족 등 100여 명으로 체육관엔 열기가 느껴졌다.

드론축구 경기장은 체육관 안에 마련됐다. 직사각형 모양(가로 6m×길이 3m×높이 2m)으로 교실 안에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경기장 바로 뒤편 조종석에 선 양 팀 선수 4명이 조종기를 열심히 움직였다. 팀별로 다른 색깔의 드론볼을 움직여 경기를 치렀다.

발광 다이오드(LED) 불빛을 띤 푸른색의 핸드볼 크기 드론볼 8개가 맹렬하게 공중전을 펼쳤다. 푸른색 드론볼이 1.2m 높이에 달린 도넛 모양의 골대(지름 55㎝)로 쓱 들어갔다. 골대에 붉은빛이 들어오고 경기장 밖 심판이 득점을 인정하는 깃발을 힘차게 들었다. 점수를 낸 선수와 출전 대기 선수들, 응원 온 가족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드론축구는 2016년 전북대가 설립한 연구소기업인 캠틱종합기술원이 세계 최초로 드론축구공(드론볼)을 개발하고, 전주시가 종주도시로 나서면서 퍼졌다. 이날 행사는 명지전문대 산학협력단 소속의 창업팀이자 기업인 ‘에듀몹’(Edumob)이 서울시 캠퍼스 시이오(CEO) 육성사업의 하나로 열었다. 에듀몹은 초등생들에 대한 특화된 드론축구 교육을 지향하며 경기 시설과 규정을 자체 개발해왔다. 에듀몹의 지도교수인 곽남윤 명지전문대 정보통신공학과 학과장은 “유소년 드론축구는 작은 경기장 안에서 더 다양한 규칙에 따라 경기를 역동적으로 할 수 있다”며 “드론볼 제작, 소프트웨어 개발 등은 산학협력단의 가족회사들과 협력해 진행한다”고 했다.

에듀몹은 2017년부터 3년 동안 50여 곳의 초등학교에서 2만여 명에게 드론 교육과 실습을 해 드론축구를 알려왔다. 대학 인근 지역 초등학교 10여 곳에는 강사를 보내 방과후 수업, 동아리활동 지원 등을 했다. 드론 교육 수강생 가운데 주니어 드론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아이들로 축구단을 만들어 전담 코치가 전략과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잘하는 세 팀이 이번 시범경기에 참여했다.

경기장 앞에 선 흰색과 회색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를 한 심판 3명이 눈에 띄었다. 주심 1명과 부심 2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서대문구에서 지원한 평생교육과정으로 에듀몹이 진행한 드론 활용 지도사 양성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딴 시니어들로 이날 자원봉사에 나섰다. 1기에 해당하는 지난 양성 과정엔 시니어와 경단녀(경력단절여성) 24명이 참가해 12주 동안 24시간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았다. 주심을 맡은 전찬명씨는 “경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처음에 다소 당황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나아졌다”며 “손자 같은 아이들 모습에 활력을 느끼고 덩달아 즐겁다”고 했다. 전씨는 앞으로 심화 과정에 참여하고 일거리로도 이어지길 바랐다.

경단녀 수료생들은 앞으로 방과후 강사로 나선다. 그간 에듀몹에는 청년들이 방과후 교육에 많이 참여했는데, 학부모와의 소통 등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 메이킹스토리 협동조합의 대표인 김선아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경단녀들은 학부모와의 관계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다”며 “드론 교육 강사로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는 리허설 때 시니어 심판들이 조언을 주고 제언도 해줘 도움이 됐다. 에드몹 임강후 대표는 “시니어들이 즐거워하고 열성적인 모습에 청년들도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선순환되는 것 같다”며 “청년들 역시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 하기에, 다른 세대들이 서로 보완하는 걸 반긴다”고 했다. 곽남윤 교수는 “유소년 드론축구는 미래세대 꿈나무를 키우기 위한 스타트업 프로그램”이라며 “청년, 경단녀, 시니어가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순위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경기 초반 점수에 일희일비하던 아이들이 중간에 진행자의 안내를 듣고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 모두가 즐기고 웃는 경기였다. 참가한 세 팀은 세 가지 상(타오름, 차오름, 해오름)을 사이좋게 나눴다. 마경태(명지초 4)군은 “수요일마다 100분씩 페어링, 골 넣는 걸 연습했다”며 “연습하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5골이나 넣어 뿌듯하다”고 즐거워했다. 임강후 대표는 “시범경기에서의 아쉬운 점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새해엔 유소년 드론축구 대회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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