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2022년 서울 전역 ‘무료 공공와이파이’ 가능…통신격차 해소”

서울시 통신기본권 보장 ‘에스넷 계획’ 추진 관련 대시민 토론회 개최

등록 : 2019-12-12 15:01

크게 작게

녹색소비자연대 주관…전문가 토론

찬성 : 통신비 절감 가장 좋은 정책

우려 : 거대 통신망 관리할지 불안

서울시 “통신기본권 소외 없게 추진”

통신기본권은 21세기의 이동 자유다. 세계 최초로 대도시에서 완전 무료 이동통신을 목표로 하는 ‘메가시티 와이파이’를 실현하려는 서울시의 야심찬 ‘에스넷 기본계획’에 대한 대시민 토론회가 소비자단체를 대표한 녹색소비자연대 주관으로 열려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 도표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 와이파이 100% 추진 목표. 서울시 제공

“서울에서는 한 사람의 데이터 거지나 와이파이 난민이 없도록 하겠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스마트 서울 네트워크’(S-Net) 추진계획은 “2022년부터 서울에서는 누구나 어디서든 공공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대도시 전역에 공공통신망이 구축되는 세계 최초의 도시가 된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스마트도시’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 되리라는 평가다. 이용자 개인 비용도 1인당 연 60여만원 정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비판과 우려도 만만치 않다. 벌써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직접 통신사업자가 되겠다는 발상”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통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안 문제 등을 우려하며 서울시의 광역통신망 관리와 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3년간 총 1027억원의 예산이 투여되는 에스넷(S-Net) 사업은 올해 안에 통신망 구축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사업을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 6일에는 서울시 예산심의에 앞서 시민·전문가 의견을 듣는 ‘통신기본권 실현을 위한 대시민 토론회’가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주관으로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서울시 에스넷 추진계획의 주요 내용과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다.


에스넷 계획

 서울시 스마트 서울 네트워크 구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2022년까지 서울시 전역에 총 4237㎞에 달하는 서울시 자가통신망을 구축한다. 자가망이란 이동통신사업자의 상업 통신망을 빌려 쓰지 않아도 되는 자체 통신망을 말한다. 지자체가 서울 같은 대도시 전역에 공공통신자가망을 구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하는 시도다.

둘째, 공공 와이파이의 전면적인 확대다. 서울시는 구축된 공공 통신망을 기반으로 2022년까지 공공 와이파이 무선송수신장치(AP)를 현재의 7420개에서 1만6330대를 증설해 22년까지 총 2만3750대를 공공시설, 인구밀집지역, 마을버스 등 서울 전역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공공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시민생활권 면적이 현재의 31%에서 전체 생활권 면적으로 확대된다. 서울시 어디에서나 무료로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프리’ 도시가 완성되는 셈이다.

 셋째, 사물인터넷(loT) 센서기반 도시데이터 확보를 위한 공공사물인터넷망도 2021년까지 1천 개로 확대된다. 공공사물인터넷망이 완비되면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공유주차, 스마트가로등, 실종 방지 등 체감 서비스가 더욱 좋아질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계획을 위해 3년간 총 102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1인당 월 5만2천원, 연간 최대 63만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전문가 제안

 김태현 서울기술연구원 스마트도시연구실장

공공 와이파이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상업 통신사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접속 불안정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런 이용자 불만을 해소하는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 망 구축 이후 안정적인 통신망 관리 유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 와이파이에 비해 최대 8배의 지원이 가능한 ‘와이파이6’ 신기술 도입을 제안한다. 기존 통신망도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 와이파이 관리기준과 조직 등도 차제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유동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 정보통신정책위원

가계비에서 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데 공공 와이파이 확충이 가장 적극적인 정책이란 점에서 지지한다. 공공 와이파이 확충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일한 브랜드가 필요하다. 접속 방식을 한 가지로 통일하고 최초 1회 접속으로 모든 공공 와이파이 자동접속이 가능해야 한다. 전체 이용 트래픽에 대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해 보안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자체가 통합관리 권한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전문가라고 해서 상업 통신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공공장소 와이파이 주파수는 공기와 같은 공공재다. 공공장소 내 상업 통신사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좀더 공익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김호평 서울시 의원

시의회 예산 측면에서 보면 공공 와이파이 확충이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공공 와이파이가 외부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김도훈 교수(경희대)

통신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취지에 공감하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우선 통신망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서울시가 사업자로서 거대한 통신망을 잘 관리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다. 통신망은 도로 건설과 달리 구축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한데 서울시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호주에서도 정부가 비슷한 시도를 하다 결국 포기했다. 예산이 많이 드는 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전체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단말기 값 등 통신비 가계 부담을 더는 게 중요한데, 공공 와이파이 확충으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실효가 있을지 모르겠다. 서울시가 또 하나의 통신사업자처럼 되는 양상도 기본적으로 반대다. 매칭 형식이 되든 민간 사업자에게 좀더 책무를 지우는 쪽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재섭 <한겨레> 선임기자

공공 와이파이 확충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취지가 통신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라면 공급자보다 이용자 입장에서 추진되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 지하철, 공원 등 인구밀집 장소는 중복투자가 될 우려가 크다. 저소득주거지 등 통신망 취약지대를 발굴해 먼저 공급하는 것이 통신기본권 보장 취지를 살리는 일일 것이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에스넷과 공공 와이파이 확충 계획은 실질적으로 시민의 이익이 되고 통신망 이용 효과도 큰 실효성 있는 기간 인프라여야 한다는 목표로 사업 계획을 출발했다”며 “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견해와 문제점을 잘 수렴해 서울에서는 단 한 사람의 시민도 통신기본권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