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경단녀들 “3D 기술 배워 평생직업 찾아”

서대문구, ‘여성 직업능력향상 통한 취업지원교육’ 활발히 진행

등록 : 2019-10-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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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발전 등 변화 반영

‘3D 융합 메이커스 지도자’ 교육 도입

심화 과정 거쳐 자격증 취득한 뒤

협동조합 설립해 일자리로 이어가

교육협동조합 ‘메이킹스토리’ 조합원들이 10월25일 서대문구 수색로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 모여 3D 펜과 프린터로 만든 작품들과 코딩로봇·드론 등 교구를 두고 회의 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지영·황주옥·김선아(대표)·김숙현·김인정·권세련 조합원. 협동조합 메이킹스토리 제공

지난 10월25일 오전 서대문구 수색로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 교육협동조합 ‘메이킹스토리’ 조합원 6명이 모두 모였다. 이 자리엔 서대문구청의 황명화 여성정책팀장과 박정숙 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이 함께했다. 5월 협동조합 설립 뒤 그간의 활동과 앞으로 계획, 필요한 지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테이블 위엔 조합원들이 3D 펜과 프린터로 만든 작품(에펠탑, 첨성대 등)과 센서를 붙인 초음파 휴지통, 코딩 로봇, 드론 등의 교구가 놓여 있었다.

메이킹스토리 조합원들은 지난해 서대문구의 여성 직업능력향상 취업지원교육 ‘3D 융합 메이커스 지도자 과정’ 수료생들이다. 이 과정은 경력단절여성(경단녀) 등 일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직업능력향상 교육을 한 뒤 일자리 연계를 지원하는 서대문구의 자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강사료와 교재비, 재료비 모두 구에서 지원한다.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는 교육하고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게 돕는다.

사실 서대문구는 대학이 9곳으로 산업 분야가 영세 도소매 업종에 집중되어 있어, 고학력 경단녀 등이 지역에서 일할 곳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구는 유망 직종을 찾아 교육과 일자리를 이어주는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특히 2009년부터는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직업능력향상 교육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황명화 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분야인 3D 융합 과정을 처음으로 열어 맺은 결실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1기 과정엔 40여 명이 지원해 16명이 뽑혔다. 면접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의지를 보인 지원자를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한다. 이들은 하루 4시간씩 7주간 140시간 집중 교육을 받았다. 코딩, 3D 프린터와 펜, 드론 등에 대한 이해와 실습, 강사 훈련 등을 했다. 과정을 마친 수료생 가운데 11명은 동아리를 만들어 심화 과정을 거치며 활동했고, 센터와 협약을 맺은 경기대에서 가상현실(VR) 교육을 받는 등 영역을 넓혔다. 관련 민간자격증(코딩, VR, 3D 프린팅 펜 지도사)을 따고 방과후 교실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일할 의지가 강한 6명은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40대가 대부분인 메이킹스토리 조합원들은 경력이 다채롭다. 무역업, IT 회사 기획, 웹디자인 등의 업무를 10~20년 해오다 그만둔 이들도 있고, 결혼 뒤 아이들 돌보기와 남편 뒷바라지에 집중한 이들도 있다. 공통점은 가정생활과 양립하면서 나이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평생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직업교육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김숙현(48)씨는 애초 컴퓨터 자판도 잘 다루지 못했다. 처음엔 강의를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익히면서 재미도 느끼게 되고, 더 알고 싶어져 ‘열공’ 했단다. 김씨는 “‘폭풍’ 공부에 ‘폭풍’ 강의를 하고 있다”며 “장비를 많이 들고 나가야 해 몸은 조금 힘들지만 주위에서 얼굴이 환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요즘 고정으로 주 4회 방과후 강의를 하고, 틈틈이 주민센터 등에 특강도 나간다.

조합의 막내인 권세련(36)씨는 자신은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너무 재밌어 푹 빠져들었단다. 내친김에 수강생 가운데 가장 먼저 3D프린터운용기능사 국가 자격증도 땄다. 권씨는 “일하고 싶었지만 혼자 뭔가를 하기는 어려웠는데, 교육을 받고 협동조합에 참여해 소속감이 생겨 든든하다”고 했다.

메이킹스토리 조합원들은 초·중등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을 선보이는 입문 교육을 한다. 초등생들이 드론으로 스포츠 경기를 하는 드론 축구 스포츠단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 문을 열 서대문 메이커스페이스(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창의적인 만들기를 하는 작업·활동 공간)에 장비가 갖춰지면 지역 학생과 구민을 대상으로 더 생생한 교육을 하길 기대한다. 이사장을 맡은 김선아(47) 대표는 “서대문의 중심점이 되어 첨단기술 교육 기반을 만들어가는 데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조합원들 강의료 수입의 10%를 모아 운영비로 쓰고, 수입교구 판매와 대여로 수익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서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의 박정숙 관장은 “경단녀들이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전직을 위해선 직업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디더라도 직업능력향상 교육을 통해 일자리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직업능력향상 교육의 수료생들이 다음 기수의 강사로 나서는 등 지역 안에서 선순환이 이뤄지고, 다른 자치구에도 퍼져가는, 더불어 성장하는 여성 일자리 모델이 되길 기대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를 키우는 교육 분야에서 메이킹스토리와 같은 우수한 여성인력이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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