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다른 세상을 꿈꾸는 아시아 청년들의 혁신 잔치

15일 서울에서 ‘2016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 개최…‘청년, 마을에서 길을 찾다’ 주제로 8개국 17명 참여

등록 : 2016-06-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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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옥상 낙원’(DRP) 팀이 동대문 신발종합상가 B동 옥상에서 버려진 냉장고, 신발, 비닐하우스에 식물을 키우는 등 ‘즐거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근처에는 ‘동대문’이라는 동네를 새롭게 디자인해 보려는 청년들이 살고 있다. 창신동 봉제마을 꼭대기의 ‘○○○간’은 ‘공감, 공유, 공생’을 위한 디자인을 기획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회사 이름도 ‘공공공간’이라고 읽는다.

홍성재(33) ○○○간 대표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미술 강의를 하면서 처음 창신동을 만났다. 미술디자이너로 살 때는 보이지 않던 쇠락하는 봉제산업, 나이 들어가는 봉제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예술가가 아니라 문제해결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창신동에는 봉제 하청공장 900여 곳이 모여 있다.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알음알음 소개받아 일하는 영세한 공장들이다. 드르륵드르륵 미싱 소리가 흘러나오는 공장 대부분에는 회사 문패도 달려 있지 않다.

홍 대표는 창신동 봉제 공장들에 간판을 선물했다. 지역 청소년들과 머리를 맞대어 공장마다 특화된 간판을 만들어 줬다. 원단을 싣고 나르는 오토바이가 자주 지나다니는 좁은 골목길을 감안해 커다란 화분에 삼각 깃발을 꽂아 간판을 만드는 식으로 파릇파릇한 지역재생 아이디어들이 돋아났다.

○○○간은 이웃 봉제공장들이 쏟아내는 하루 22톤가량의 자투리 천을 이용해 쿠션을 만들거나, 자투리 천이 나오지 않도록 특별히 디자인한 셔츠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도 제작한다.

제품 생산은 파트너 관계를 맺은 이웃 봉제공장 11곳이 맡는다. 홍 대표는 “쇠락하는 산업단지에 벽화를 그려 놓고 ‘이제부터 예술가 마을’이라고 선언하는 식이 아니라, 지역 산업에 기반한 디자인 제품을 내놓고 지역에 이익금을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계천 근처에 있는 동대문 신발도매상가 B동 옥상에는 ‘동대문 옥상 낙원’(DRP·Dongdaemun Rooftop Paradise)이라는 프로젝트 팀이 둥지를 틀고 있다. 50년도 넘은 낡은 건물의 6층 옥상이 이들의 아지트다. 이곳에 2014년부터 ‘옥상 낙원’을 일군 이지연(26)씨와 김현승(36)씨도 홍 대표와 마찬가지로 미술 전공자다. 이들은 서울시 청년허브가 동대문 지역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청년 일자리 사이에 접점을 찾아보고자 진행했던 ‘동대문 청년’ 조사 사업에 참여했다가 동대문의 매력에 빠져 ‘동대문 옥상 낙원’이라는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옥탑방을 사무실 삼아 쓰고 있는 이들은 300평 규모의 옥상에 버려진 냉장고, 신발 따위 등을 주워다가 흙을 담아 꽃, 상추, 파 등을 심었다. 양봉도 한다. 트위터에서 ‘동대문’이라는 해시태그(#) 달기 캠페인을 벌인 뒤, 동대문 지역 상인들과 친구들이 모여 유쾌한 파티도 열었다. 올해는 동대문 봉제산업에서 일하는 이들과 소비자 사이에 징검다리 구실도 해 보려고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나 옷을 리폼하는 공장을 차리는 실험이다.


이런 청년들의 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6월15일 오후 2~6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2016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Asia Network for Young Social Entrepreneurs·ANYSE)의 올해 주제는 ‘청년, 마을에서 길을 찾다’이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겨레21과 씨닷이 공동 주관하는 이날 행사에는 한국, 일본, 대만,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 등 8개국의 청년 사회혁신가 17명이 연사로 나서 지역(마을)에 뛰어든 경험을 나눈다. 타이에서 공정무역 카페를 연 청년, 베트남에서 공정여행 기업을 운영하는 청년, 인도네시아의 가장 가난한 지역 여성들과 함께 수공예품을 생산·판매하는 청년들이 그동안 지역에서 활동하며 울고 웃었던 경험을 전한다.

행사에 초대된 각국 참석자들은 6월16일에는 ○○○간, 동대문 옥상 낙원 등 서울 곳곳의 지역 혁신 현장도 함께 둘러본다. 코워킹과 셰어하우스가 결합된 국내 최초 복합 문화공간인 마포구 서교동의 동네호텔 ‘로컬스티치’, 마을의 비어 있는 공간을 찾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의 재능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동작구 상도동의 ‘블랭크’도 찾는다. 스타트업, 예술가, 예비 창업자로서 함께 일하고, 함께 생활하는 서울ㄴS의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6월15일에 열리는 행사에 참가를 원하는 시민은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 누리집(anyse.asia)에 접속해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누리집에는 행사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국내외 연사들이 소개돼 있다.

황예랑 <한겨레21> 기자 yrcom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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