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환기조차 안 돼 예술 활동에 큰 지장”

설립 10년 맞은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들, “지상으로 이전 필요” 하소연

등록 : 2019-09-0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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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당동 중앙시장 지하에 둥지

유휴 시설 활용해 만든 창작 공간

공예 관련 적지 않은 성과 남겼으나

“더 나은 발전 위해 옮겨야” 목소리

작가들 시너 포함된 물감 쓰는데

환기 시설 없고 화재 위험도 커

바로 옆 상인들과 잦은 마찰

서울문화재단 “지상 공간 마련 노력”


1971년 만들어진 서울중앙시장 신당지하쇼핑센터 내 점포를 개조해 2009년 공예 전문 창작 공간으로 개관한 신 당창작아케이드의 최근 모습. 횟집과 같은 공간에 있어 작가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환기가 안 돼 작업하기 너무 힘들어요. 좀더 좋은 환경에서 하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아크릴 작품 활동을 하는 윤하진(25·제품디자인) 작가는 8월29일 작업환경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윤 작가는 올해 1월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해 아크릴을 재료로 ‘멜로우 콜렉션’ 꽃병을 주로 만든다. 아크릴을 화학약품 푼 뜨거운 물에 담가 색을 입힐 때 증기가 나오는데,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냄새가 난다. 하지만 신당창작아케이드 작업실은 환기 시설이나 창문이 없는 지하라서 냄새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그대로 남아 걱정이 많다.

윤 작가는 얼마 전에는 작업실과 가까운 횟집 상인과 화학약품 냄새 때문에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 6월 횟집 상인들이 화학약품 냄새가 안 좋았는지, ‘작업하지 마라, 할 거면 밤 10시 이후에 해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새벽 1시 넘어 집에 가야 하는데, 막차가 끊기죠.”

윤 작가가 입주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1971년 생긴 서울중앙시장 신당지하쇼핑센터 안 빈 점포 57개를 고쳐 2009년 공예 전문 창작 공간으로 개관했다. 서울시의 ‘컬처노믹스’ 전략에 따라 도심 유휴시설을 활용해 만든 창작 공간 중 하나다. 재래시장에 있는 지하상가를 젊은 공예·디자인 예술가들의 창작 공방으로 만들어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해마다 공모로 선정된 입주 작가들은 일정 기간 머물면서 작업하고 있다.

윤 작가는 창작 환경이 열악한 것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왔지만,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심각해 고민이다. “같은 공간에 횟집이 있어 비린내가 날 뿐만 아니라 생선 굽고 탕 끓이는 냄새는 문을 닫아도 들어와요. 그래도 참으면서 작업하는데, 상인들은 화학약품 냄새를 이해해주지 않아 힘들어요” 하고 하소연했다. “우린 상인들을 존중하는데, 상인들은 우리가 ‘1년 있으면 나갈 사람들 아니냐’며 존중하지 않은 게 서운하죠.”

아트 토이를 만드는 정현진(41·시각예술) 작가도 올해 1월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했다. 정 작가는 시너가 섞인 물감을 에어브러시를 이용해 작품에 칠해야 하지만 환기 시설이 안 돼 있어 지금껏 못하고 있다. “작업을 하려면 외부로 환기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곳은 외부에 환기구를 만들 수 없는 구조라며 시설공단에서 못하게 하더라구요.”

신당창작아케이드 위 지상은 서울중앙시장이라 길 양옆으로 상가가 줄지어 있다. 작가들은 환기 시설을 설치하면 좋겠지만 지상에 있는 다른 상가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환풍기를 쉽게 설치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 작가는 “지금 당장은 작업이 필요하지 않아 괜찮지만, 9월 대만에서 열리는 토이 페어 출품을 앞두고 있어 공간을 따로 마련해 에어브러시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하에 자리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특성상 불에 민감하다. 모두 38팀 40명의 작가가 입주했는데, 금속공예가도 많아 땜질 작업도 수시로 이뤄진다. 이때 스파크가 일어 불이 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작가들은 환기가 잘되는 곳, 화재 위험이 적은 곳으로 이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작업을 마음 놓고 할 수 있고, 화재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지상으로 옮겨 갔으면 좋겠습니다.”

작업실과 상가가 같은 공간에 있다보니 작가들은 취객들로 생기는 불편도 호소했다. 취객들이 갑자기 작업실로 들어와 방해하는 일도 잦고, 여성 작가들은 불안에 떨기도 한다. 정현진 작가는 “취객들이 한밤중에 들어와 횡설수설하거나 원하는 것을 해달라는 둥 황당한 경우를 많이 겪었어요” 했다. 윤하진 작가는 “취객이 갑자기 들어와서 화장실이 여기니까 오줌을 눠야겠다고 하는 둥, 어이없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했다. 더욱이 여자 화장실에 남자 취객이 앉아 있을 때도 있어 여성 작가들이 불안해한다고 했다.

작가에게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장점은 꽤 많다. 월 10만원 안팎의 관리비만 내면 나머지는 재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 작가가 한 공간에 모여 있어 협업할 수 있고 정보 교류도 쉽다. 하지만 애초 지하상가로 만들어진 그대로, 횟집과 같이 공간을 쓰다보니 창작 공간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소리가 나온다.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한 작가들은 이곳을 “흥미롭고 독특하지만, 굉장히 열악한 공간”이라고 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작품 운송도 힘든 구조다. 상인들이 영업하는 낮에는 상가 정문과 후문 쪽으로 주차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낮을 피해 상가가 문을 닫은 밤이나 새벽에 해야 하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다. 작품의 크기도 좁은 출입구에 맞춰 만들어야 하는 제약도 따른다. 지하 공간 내부는 경사가 져 있어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재료와 작품을 나를 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작업실 내부는 계단식으로 돼 있어 공간을 활용하는 데도 불편하다.

작가들은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 정작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새로운 변화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현진 작가는 “창작 레지던스라면 활발하게 창작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작 개인 작업실보다 훨씬 제한적이라 이름에 걸맞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공간 이전 필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10년을 맞은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앞으로 성과를 계속 이어가려면 목이 좋은 지상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중구청과 협의했는데, 공간이 마땅찮아서 종료한 상태이고, 지금은 서울시와 새로운 장소 몇 곳을 물망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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