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영혼의 요양소’될 권역별 시립도서관

기고ㅣ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

등록 : 2019-09-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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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 지식의 보고이자 문화의 놀이터’라 하는 ‘뉴욕공립도서관’을 12주 동안 기록한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영화는 206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1911년 개관해 92개의 분관을 가진 뉴욕공립도서관의 시설, 시민 프로그램, 열람 서비스, 그리고 도서관 기획·운영자들의 고민과 논쟁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장소’ 또는 ‘책을 열람·대여하는 장소’라는 도서관의 의미를 넘어 ‘문화와 교육, 사회적 소통을 동반한 지역 공동체의 허브’라는 공공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을 조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공공도서관은 어떠한가? 서울시 또한 뉴욕공립도서관과 같이 도시의 명소이자,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은 천만 시민이 사는 대한민국의 수도이지만, 시립도서관은 2012년 개관한 ‘서울도서관’이 유일하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의 개관과 함께 ‘책 읽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그 결과 2012년 116개 관이었던 공공도서관 수가 173개 관으로, 시민 1인당 장서 수가 0.9권에서 1.4권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의 공공도서관 하나당 서비스 인구는 5만6449명으로 미국의 1.6배, 영국의 4배 수준이며,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소규모이고, 지역별 격차가 심하다는 문제가 있다. 시는 국외 주요 도시들보다 부족한 도서관 인프라를 개선·확충하고 공공도서관의 질적 혁신을 위해 지난해 5월, ‘도서관 발전 5개년(2018~2022)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8월, 지역별 정보·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시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이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 건립, 구립·작은 도서관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세부 계획을 밝혔다. 5개 권역별 시립도서관은 지역균형발전을 먼저 고려해 대상지를 선정했으며, 책을 매개로 주민들이 만나고 토론하고 문화를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사랑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서관이 되고자 한다.
서울시 제공
각 도서관은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해 체코 ‘자연과학도서관’, 뉴욕 ‘과학·산업·비즈니스’ 같은 특화 전문 도서관으로 짓는다. 서남권(강서구)에는 서울식물원과 함께 공원이 많다는 특성을 살려 체험·교육 중심의 ‘과학·환경 도서관’이, 디지털미디어 관련 기업과 주요 방송사가 밀집한 서북권(서대문구)에는 ‘디지털·미디어 도서관’이 들어선다. 또한 전국에서 대학이 가장 밀집한 동북권(도봉구)에는 ‘평생학습 중심 도서관’이, 청년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남권(관악구)에는 ‘창업·비즈니스 도서관’이, 대중문화와 한류를 대표하는 시설이 많은 동남권(송파구)에는 ‘공연·예술 도서관’이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권역별 시립도서관 외에도 구립도서관 66개 관, 작은 도서관 195개 관을 확충해 모든 시민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현재 1178개 관인 공공도서관을 1444개 관으로 늘리고, 공공도서관당 서비스 인구를 4만816명까지 낮출 계획이다. 도서관 서비스도 혁신해 시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만들 것이다. 하나의 앱으로 모든 공공도서관 자료를 검색·대출하는 ‘모바일 도서관’ 서비스를 시작하고, 25개 자치구별 1개 공공도서관을 ‘정보취약계층 지원센터’로 운영하는 등 도서관 이용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신생아를 위한 ‘북스타트’ 사업과 ‘성인 및 노인 독서프로그램’ 등 생애주기별 맞춤 프로그램도 본격화한다. 서울 전역 어디서나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책과 토론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될 서울의 공공도서관을 기대해도 좋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도서관을 ‘영혼의 요양소’라고 일렀다고 전한다. 앞으로 서울의 공공도서관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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