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우수 건축 자산 3곳서 50여 곳으로…규제서 지원 중심

서울시 우수 건축 자산 종합계획 첫 수립 발표

등록 : 2019-08-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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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이후 우수건축자산 3곳 등록

최대 1억원 수선 비용·건축 특례 지원

2호 등록 대선제분 영동포공장

“민간 참여 재생 첫 사례” 의의 커

사직동 캡벨 선교사 주택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을 세우고, 민간 소유의 근현대 건축 자산을 적극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역사·사회·문화적 가치가 높아 보존할 필요가 있는 건축 자산을 시가 사거나, 임대 또는 사용 협약을 맺은 뒤 리모델링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유 공간, 또는 지역재생 거점 공간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근현대 건축 자산 활용 계획은 처음 세운 것으로, 기존의 규제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데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시는 먼저 현재 3호까지 등록된 ‘우수 건축 자산’을 대폭 늘리고, 민간 소유 건축물은 수선 비용 지원, 건축특례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 소유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서울시 등 공공이 소유한 건축 자산 50여 곳을 먼저 우수 건축 자산으로 등록하기로 했다.


우수 건축 자산은 ‘한옥 등 건축 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예술적·경관적·사회문화적 가치가 있거나 지역의 정체성에 기여하는 건축물 등 건축 자산에 대해 소유자가 희망할 경우”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하게 된다. 우수 건축 자산으로 등록되면 최대 1억원의 수선 비용 지원받을 수 있으며, 건축법, 주차장법 등 일부 규정이 완화되는 내용의 건축 특례(건폐율, 조경 면적, 공개 공지, 건축선, 건축물 높이, 주차장 확보 등 총 24개 항목)를 적용받을 수 있다.

서울시 우수 건축 자산은 2015년 법률 시행 후 2017년 종로구 체부동 성결교회가 1호로 등록된 뒤 지난 5월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캠벨 선교사 주택이 2호, 3호로 등록됐다.

영등포 대선제분 공장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1936년 신축 뒤 증개축을 거듭하며 단계적으로 지은 산업 건축물이다. 해방 후 서울의 대표 공업 지대였던 영등포의 수많은 공장이 철거된 상황에서 이 지역 공업화 과정을 증언한다. 변화가 많은 서울에서 수천 평의 대형 공장 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매우 희귀한 사례다. 대형 창고, 정미공장, 대식당, 목재 창고, 함석조 창고, 부대공장, 본관, 2호 창고 등이 있으며, 산업 건축물의 특징이 잘 보존된 목조 트러스와 조적식 벽체 등 다양한 건축 구조는 예술적 가치도 있다.

개발이익에 대한 유혹이 큰 현실에서, 보존 활용 의지가 확고한 민간 소유자가 등록을 신청하고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문화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사직동 캠벨 선교사 주택

캠벨 선교사 주택은 미국 남감리회가 구한말 서울에 파견한 첫 여성 선교사 조세핀 캠벨이 살았던 집으로, 우리나라 개신교 선교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이다. 선교사 주택으로는 드물게 석재로 지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도 해 사회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2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바깥으로 경사진 2개의 기둥과 목조 캐노피로 구성된 현관이 독특하다. 한양도성과 인접해 주변 경관과의 조화도 뛰어나다. 2017년 서울시가 사서 현재 주민 소통 공간 등으로 활용 중이며 향후 지역거점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체부동 성결교회

체부동 성결교회

서울 서촌의 대표적 근대 건축물이다. 신도가 줄어들어 유서 깊은 교회 건물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성결교회로부터 서울시가 2014년 사들여 재생사업을 거쳐 2017년 우수 건축 자산 제1호로 등록했다. 1931년 건축 당시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프랑스식 벽돌 쌓기 방식으로 지었으며, 증축 과정에서는 영국식 쌓기가 적용되는 등 시대에 따른 서양 건축기법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등 건축사적으로 매우 가치 높은 건물로 평가된다.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로 사용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우수 건축 자산으로 등록 예정인 건축 자산에 대해서는 역사, 공간, 특성, 유지 관리를 위한 조사와 기록화 사업을 병행할 예정이며, 우수 건축 자산의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 공모와 전시, 세미나(10월 개최 예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어 건축 자산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감대 형성에 나설 계획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이번 종합계획은 일방적인 규제 중심의 문화재 보존적 접근이 아니라, 비용 지원, 건축 특례, 매입 활용 등 실제 살고 있는 건물에 대해 실효성 있는 지원 수단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며 “소유자들의 건축 자산에 대한 자부심을 공유하고, 시민사회가 더불어 공감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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