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청년 주거 해결책, 청년들이 찾다

서대문구 청년 주거 워크숍 ‘혼자, 모이면 여럿’ 3주 연속 열려

등록 : 2019-08-08 15:31 수정 : 2019-08-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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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12명 주1회 3번 신촌에 모여

주거비용·공공임대·1인 가구 등

토론 뒤 해결 위한 실행 방안 제안

구, 논의 발전시켜 정책·사업 반영

서대문구의 청년 주거 워크숍 참가자들이 7월24일 신촌 도시재생 앵커시설 '신촌,파랑고래'에서 최종 발표에 앞서 팀별 논의 내용을 붙인 판을 들고 있다. '신촌,파랑고래' 제공

신촌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박가영(23)씨는 통학에 4시간이 걸린다.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너무 부담이 크다. 보증금 1천만~3천만원, 월세 40만~60만원으로 너무 비싸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대개는 주거 환경도 좋지 않고 특히 안전 문제도 걱정됐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박씨는 청년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얼마 전 서대문구가 연 청년 주거 워크숍에 적극 참여했다. 청년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주거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였다.

서대문구는 지난 7월 청년 주거 워크숍 ‘혼자, 모이면 여럿’을 열었다. 청년들이 주거 문제를 풀기 위한 실행 방안을 찾는 경험을 해보는 자리다. 목요일 저녁 7~9시, 신촌의 도시재생 앵커시설 ‘신촌,파랑고래’에서 3주에 걸쳐 열렸다.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한 이현석 도시재생과 주무관은 “청년들이 자신들이 안고 있는 주거 문제를 끄집어내 해결을 위한 실천 방안을 만들면, 하반기 사업에 연계하려 한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전국에서 대학이 가장 많은(9개) 자치구이다. 구는 청년들의 주거 불안정,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 찾기에 열심이다. 신촌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의 신촌하우스 재생 분야로 2016년부터 청년 주거 지원사업을 해왔다. 지난해 시 지원이 끝나 올해부터는 구 자체 예산으로 한다.


워크숍 참여자 12명은 공모로 뽑혔다. 모두 20대로 주거 문제를 직접 겪거나 친구들이 겪는 걸 곁에서 본 이들이다. 주거비 부담이 커 고생한 경험이 있고, 박씨처럼 독립하려다 좌절한 이들도 있다. 여성 1인 가구의 주거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도시계획이나 행정 등 전공 관련성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7월24일 마지막으로 발표회가 열렸다. 2주에 걸쳐 강의를 듣고, 조언도 받고 팀별 토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세 가지(주거비용, 공공임대 주택, 1인 가구) 주제로 팀별 실행 방안을 제안했다. 두세 명의 팀원이 나눠 발표하고, 다른 팀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거비용 팀은 ‘청년들을 위한 자발적 주거 정보 공유 커뮤니티’를 제안했다. 정부나 민간의 주거 정보 공유 사이트의 한계점을 보여준 뒤, 기존에 운영이 잘되는 온라인 맘카페,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벤치마킹해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짰다. 집을 구할 때만 정보를 이용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주거 유지비를 아낄 수 있는 정보도 담겠다는 팀의 의견에 한 참여자는 활성화되어 있는 기존 대학생 커뮤니티와 제휴해 주거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공공임대주택 팀은 공급 부족과 지역 주민들의 건립 반대, 두 가지를 살펴보다 주민들 반대에 초점을 맞춰 대안에 관해 토론했다.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실행안으로 ‘나 함께 산다’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관계 형성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이다. 공공임대주택에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입주 청년들이 지역 아동·청소년들과 주민들에게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재능기부를 할 수 없는 청년들이 소외되는 것 아닌가’ ‘이미 많은 자치구에서 지역 대학생과 초·중·고등학생의 멘토·멘티 사업을 하고 있다’ 등 현실성에 대한 질문과 의견이 있었다.

1인가구팀은 여성의 주거안전에 초점을 맞춰 생활환경 개선, 즉 범죄예방디자인(셉테드·CPTED) 적용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과 ‘집 지켜주는 옆집 언니’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프로젝트는 학생회 임원들이 주거 코디네이터 교육을 받고 자치활동으로 이어가는 사업이다. 주거코디네이터는 학생들이 집을 구할 때 안전 등의 문제에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거 코디네이터와 집을 보러 함께 간다고 주거의 위험성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교육받는다고 학생회 임원에게 전문성이 생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집 구할 때 주거 안전을 위해 점검해야 할 리스트 만들기’를 제안한 참여자도 있었다.

워크숍 참여자 이황준(25)씨는 “청년 주거 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해결을 위한 실천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여럿이 머리를 맞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발표회에 함께한 박성주 도시재생과장은 “취업, 주거 등 청년들 문제는 당사자의 눈으로 보고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워크숍에서 나온 실행 방안에 대해 논의를 발전시켜, 정책과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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