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전 세계에 서울 역사 알리고 싶다”

인터뷰ㅣ올해로 70주년 맞은 서울역사편찬원 이상배 원장

등록 : 2019-08-08 15:18

크게 작게

1949년 서울시사편찬위원회로 출범

박 시장 이후 역사편찬원으로 개편

“서울시 유료 출판물 수익 40% 차지”

“유튜브 통해 홍보대사 역할 하겠다”

서울역사편찬원 이상배 원장은 1993년 당시 서울시사편찬위원회에 들어와 정식 연구원이 된 뒤, 시사편찬과장 등을 거쳐 지난해 2대 편찬원장이 되었다. 편찬원의 산증인이라 할 만하다. 그는 앞으로의 과제로, 역사를 공공재로 젊은이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유튜브 개설을 꼽았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019년 올해는 일제강점기 경성부였던 서울이 특별시가 된 지 70년이 된 해다. 아울러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발맞춰 출범한 것도 1949년이다. 30년에 걸쳐 방대한 <서울600년사>를 편찬한 시사편찬위가 2015년 독립적인 역사 서술기관으로 발족한 것이 서울역사편찬원(이하 편찬원)이다. 서울시 역사 편찬 70주년을 맞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편찬원을 찾았다. 올림픽공원은 한성백제의 심장부가 있던 곳. 서울을 2천 년 역사 도시로 끌어올린 의미 깊은 곳이다.

출범 후 다양하고 왕성한 학술 조사·연구, 역사서 출판, 시민 교육·답사 사업을 펼쳐온 편찬원 이상배 원장은 “도시의 품격은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편찬원의 역할을 “연구원들의 자율적인 역사 서술 활동을 통해 서울 시정에 역사의식과 철학의 기초를, 서울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역사 학습·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2015년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서울역사편찬원으로 개편됐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가장 큰 의미는 과거보다 연구자들의 역사 서술 자율성이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사업 면에서는 독립된 예산을 바탕으로 학술 조사·연구와 시민을 위한 출판·교육 사업 등을 전문성과 대중성의 양방향에서 모두 다양하게 실현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됐다. 평소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박원순 시장 체제가 들어선 것이 편찬원 출범의 원동력이 됐다.”

서울시에 이런 기관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하면.

“1949년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처음 발족했다. 그러나 6·25 전란 후 < This is SEOUL >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을 해외에 소개하는 영문 화보를 펴낸 것이 첫 사업일 만큼 사실 활동 자체는 미미했다. 이후 1970년대 들어 서울 정도 600년(1994년)이 다가오면서 수도 서울의 통사(전 시대와 전 지역에 걸쳐 역사적 줄거리를 쓴 역사)를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했고, 1977년 1권을 시작으로 약 30년간 모두 10권의 방대한 <서울600년사>를 완간했다. 이후 풍납토성 등의 발굴로 서울이 고대 백제의 수도였음이 확인되면서 서울의 역사가 고대로까지 확장되는 계기를 맞았다. 이런 역사 인식의 확장에 따라 2011년 <서울2000년사> 발간이 시작되어 편찬원이 개원한 이듬해인 2016년 전 40권으로 완성됐다. 최근에는 5개년 계획으로 <서울2000년사>를 읽기 쉽게 편집한 <쉽게 읽는 서울사>를 해마다 2권씩 펴내고 있다. 2021년까지 8권짜리로 완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사 연구의 중요성이 대두한다.

“그렇다. 역사는 그 지역의 문화, 경제, 관광의 기초적인 콘텐츠가 아닌가. 최근 이런 인식을 가진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 등이 우리 편찬원을 벤치마킹하고 있고, 저도 여러 지자체에 권유하고 다닌다.”

이 원장이 소개하는 편찬원 활동은 크게 서울시 역사 관련 연구와 편찬, 시민을 위한 교육 출판 등으로 나뉜다. 서울시 역사는 통사 편찬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현재는 주제별로 각 분야사 연구가 활발하다. 예를 들어 학계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지역의 건축, 교통, 재해사 등 분야사 연구를 편찬원이 대신하는 것이다. 학술 면에서는 최근 번역 발간한 <경복궁 영건 일기>가 대표적이다. 경복궁 중건의 전 과정을 기록한 일기를 일본에서 찾아내 완역에 성공한 것이다. 경복궁 중건 작업의 실상은 물론 당시 사회상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중요한 발굴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대외비다. 한 가지만 살짝 공개하면, 해방 후 미군정기 서울의 재탄생은 미국 서부 도시 샌프란시스코와 관련이 깊다는 사실이다. 발굴 자료를 현재 분석 중인데 내년에 책이 나오면 흥미로울 것이다.”

최근 <쉽게 읽는 서울사>가 나오는 등 일반 시민을 위한 출판 활동도 많은데.

“편찬원이 가장 자랑할 만한 활동이 시민을 위한 활동이다.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역사 연구기관인만큼 시민들에게 질 높은 역사 교양서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서울시가 내는 유료 출판물의 전체 수익금 중 약 40%를 편찬원 책이 차지할 만큼 스테디셀러가 많다. 수준 높은 시민강좌와 현장 답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3·1운동 백주년 특별 답사는 40명 모집에 무려 2500명의 시민이 참가를 신청했을 정도다.”

이 원장은 편찬원의 향후 과제로, 읽는 역사책에서 보는 역사책으로 진화를 꼽았다. “역사 읽어주는” 유튜브 개설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책보다 유튜브 같은 매체에서 정보를 흡수한다. 게다가 유튜브는 글로벌 매체다. 여기에 서울의 역사 콘텐츠를 실으면 우리 젊은이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고, 외국인들에게는 역사 도시 서울의 진면목을 새롭게 알리는 홍보대사도 된다. 시에 예산을 신청해놨는데 부디 잘되었으면 좋겠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