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학부모는 비용 부담 없고, 재능기부자는 보람 얻고

서초구 ‘온 마을이 함께 키우는 아이’ 마마보노 프로그램

등록 : 2016-06-03 12:36 수정 : 2016-06-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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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보노’ 임영옥(52)씨가 서초구 잠원동 새싹어린이집에서 색끈으로 선을 만드는 미술수업을 하고 있다.

“마마보노 왔어요!”  

지난달 24일 오후 3시 서초구 잠원동 가정어린이집인 새싹어린이집에 특별한 선생님, ‘마마보노’가 왔다. ‘마마보노’는 엄마를 이르는 ‘마마’와 재능기부를 뜻하는 ‘프로보노’의 합성어로, 어린이집에 재능기부 교육 봉사를 펼치는 서초구 주부들을 말한다.  

매주 화요일, 새싹어린이집을 찾는 마마보노 임영옥(52)씨는 미술 교육봉사를 맡고 있다. ‘마마보노’가 왔다는 소리에 코끼리반 아이들이 임씨 앞에 옹기종기 앉았다. 코끼리반은 만 2살 반으로 7명이 이날 수업에 참여했다.  “자기가 그린 그림 앞에 앉아 보자.”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지난주에 자기가 그린 그림을 알아보고 그 앞에 앉았다. 첫 수업이었던 지난주에는 바닥에 전지를 붙이고 각자 점을 찍는 활동을 했다. 오늘은 지난주에 찍어 놨던 점을 선으로 연결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딱풀을 주고 그림에 칠하도록 했다. 삐져 나와도 괜찮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풀칠을 하고 임씨에게 자랑스레 내보였다. “우와! 잘했어요. 뭘 그린 거야?” 임씨가 묻자 주영이(2)가 “기차!” 하고 대답했다. 그 위에 임씨가 색모래를 살살 뿌리자 주영이는 신기한 듯 박수를 쳤다.  “뱀 만들래요.” 시현(2)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눠 준 색끈을 이리저리 꼬았다. 다 같은 끈을 줬지만 굽히고 꼬는 모양은 제각각이다. 그 이유는 ‘주제’가 없기 때문이다. 수업 내내 임씨는 ‘햇님 그려 보세요’처럼 특정 주제를 주지 않고, 떠오르는 걸 자유롭게 만들라고 말했다. “특정 주제를 주면 그 틀에서만 아이들이 모양을 인식해요. 같은 모양도 누구는 나비를 떠올리고, 누구는 리본을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은 칭찬과 감탄만 가득하다. 잘못 그린 그림은 없다.  

임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결혼 뒤 일을 그만두고 살다가 나이가 들수록 제가 갖고 있는 재능을 나누고 싶어 직접 구청에 전화해 봉사 방법을 물어봤어요. 그러다 마마보노를 알게 됐죠.” 미술을 전공했지만 영유아를 가르치는 경험은 처음이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창의력과 협동심을 높이기 위해 같은 종이 위에 그림 그리기, 재료 나눠 주고 만들기 등 임씨가 진행하는 수업은 감각을 자극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부터 ‘온 마을이 함께 키우는 아이’라는 취지로 마마보노를 모집하고 운영중이다.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재능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학부모가 내야 하는 특별활동비는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작년에 활동한 마마보노는 10명. 올해는 15명으로, 어린이집 15곳에 배치돼 5월부터 올 12월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마마보노’의 강점은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마마보노의 지원 자격은 ‘경력, 전공을 살려 봉사하고 싶은 분,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봉사하고 싶은 분’이다. 때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전공자가 마마보노로 활동하고 있다. 구에서 따로 비용을 들여 봉사자를 교육, 육성할 필요가 없고 어린이집과 학부모는 무료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다. 코끼리반 이은경(41) 선생님은 “마마보노 신청 하려고 1년을 기다렸다. 미술 수업은 어린이집 선생님도 진행할 수 있겠지만, 분명 전공자만이 할 수 있는 교육 깊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마마보노 특별활동은 일단 무료라 부모님들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서초구는 어린이집과 마마보노, 양쪽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코디네이터’도 두고 있다. “개선점같이 직접 말하기 힘든 부분은 저를 거쳐 전달됩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 중인 마마보노 코디네이터 최정자(59)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디네이터를 거쳐 의견이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한다.  

만 2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수업이 진행되는 40분 동안 단 한 아이도 보채지 않고 자리에 앉아 본인 그림에 집중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미술도구나 색이 신기한 모양이다.  

“아이들이 항상 생각나요. 마마보노 수업 고민하다 보면 일주일이 훌쩍 갑니다.” 임씨가 활짝 웃었다.

글·사진 정고운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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