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 지방 탐험, 행복한 일자리 찾기

기고ㅣ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등록 : 2019-07-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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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와 정장 차림으로 만원 지하철에서 힘든 출퇴근을 반복하던 젊은이들이 반바지를 입고 물가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한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서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는 텃밭 농사를 짓고 길고양이도 돌본다. 일본 도쿄에서 정보통신(IT) 회사에 다니다 도쿠시마현 작은 도시 가미야마의 위성 사무소로 근무지를 옮긴 일본 청년들 이야기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우리보다 일찍 감지했던 일본은 국가와 지방이 함께 손잡고 지방 살리기에 매진해왔고 그 결실을 풍성하게 거두고 있다. 청년들이 수도권과 대도시 대신 지방으로 내려가 더 행복하게 사는 이른바 ‘로컬 지향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지방에 내려가 일자리를 찾거나 만들려는 청년들이 늘고, 이들을 돕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 사업도 증가 추세다. 최근 서울시도 청년들의 지방 활동을 지원하는 획기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청년들이 더 행복한 일자리를 지방에서 찾도록 돕는 서울 청년 지방 탐험 지원사업이다.

지난 5월22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용산·성동·서대문·광진·양천 구청장, 그리고 전국 29개 시군을 대표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들이 서울시청에서 ‘서울과 지방의 상생 선언 및 협약식’을 가졌다. 지방의 희생을 딛고 성장한 서울이 이제는 그 성과를 지방에 돌려드리겠다는 선언이고 약속이었다. 서울과 지방의 상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담은 ‘지역 상생 종합계획’도 발표되었는데, 2022년까지 4년간 총 2403억원을 들여 ‘사람’과 ‘정보’와 ‘물자’를 나누고 교류하는 3개 분야 36개 사업을 담고 있다.

지역 상생 종합계획에는 사람의 교류, 특히 서울 청년들의 지방 활동을 돕는 ‘지역 상생 청년 일자리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지방에서 서울 청년들이 취업, 창업, 창직의 체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지원 방안들이 담겨 있는데 ‘고용 지원사업’과 ‘창업 지원사업’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청년들이 지방의 기업에서 일하며 지방살이를 체험하게 하는 ‘고용 지원사업’은 서울 청년 참여자들을 경북 북부 9개 지역(안동·청송·영양·의성·봉화·상주·영주·예천·문경)에서 선정된 농업회사, 일반기업, 사회적기업과 연결해서 올해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에 사는 19살 이상 39살 이하 청년 50명을 선발해서 월 220만원의 인건비를 보조해주고, 참여자는 주 4일 32시간 일하되 하루는 지역사회 공헌과 커뮤니티 활동을 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중앙)과 이철우 경북지사(박 시장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지난 6월7일 서울시청에서 서울-경 북 상생 협약식을 가진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서울시 제공

‘창업 지원사업’은 예비 창업자 또는 2년 미만의 창업자 100여 명을 선발해, 지방 자원을 활용한 창업에 필요한 9개월의 준비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한다. 2개월 자원 조사 기간에는 매월 50만원을 지원하고, 3개월 창업 아이템 개발 단계에서는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어 300만~1천만원을 지원한다. 사업 모델화 단계에서는 창업경진대회를 열어 2천만~5천만원까지 지원한 뒤 지역 안착 또는 서울형 창업과 이어줄 예정이다.

강원도 춘천·영월, 경북 의성·상주, 충남 논산·금산, 전북 완주·군산 등 8개 지자체가 사업 참여를 약속했고 조금 더 늘 전망이다. 지자체는 사무 공간, 중간 지원조직, 체류 공간, 차량 지원 등 예비 창업자에 대한 지원을 담당한다. 지역사업가, 농·어업 전문 종사자,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청년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알아가고 실질적으로 지역 정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활동 기회도 제공한다.


재생의 핵심은 사람이다. 기력을 잃고 소멸의 위기에 부닥친 마을과 도시를 무엇으로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돈을 쏟아붓고 새 건물을 세우면 될까? 아니다. 오직 사람뿐이다.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구를 늘려야 한다.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인구를 늘릴 방법은 사람을 초대하는 길밖에 없다. 청년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인구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방 중소도시들의 재생 전략은 사람의 초대, 특히 지방에 내려와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일자리 잡아 오래오래 살아갈 젊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데 맞춰야 한다.

서울 청년들의 지방 탐험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게 하면 좋겠다. 더 행복한 일자리와 삶자리를 지방에서 너끈히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바람이 되면 좋겠다. 서울도 살리고 지방도 살리는 상생의 훈풍이 되면 더욱 좋겠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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