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상의 의미, 서리풀 터널 개통

기고ㅣ한제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등록 : 2019-05-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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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열렸다. 서리풀 터널이 개통되고 서초대로가 완전히 연결됐다. 서초대로는 서초구 이수역 사거리에서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까지 모두 3.8㎞이다. 하지만 군부 독재에 맞서 길을 내어달라 하지 못하고 방배동에서 서초동까지 1.2㎞는 미개통된 채 남겨져 있었다. 그 뒤로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9번, 서울시장은 18번 바뀌었다.

군 부대 때문에 단절된 구간을 연결하기 위해 한일월드컵으로 뜨거웠던 2002년 당시 고건 서울시장과 김동신 국방부 장관은 이전 협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협의서에 서명하고도 6여 년 동안 모두 18차례 협의 끝에 2008년 12월에서야 부지 보상 협약을 체결했고, 또다시 군부대 이전 부지 선정과 이전까지는 7년이 더 걸렸다.

천신만고 끝에 공사는 시작됐지만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도심지에 공사를 추진하는 만큼 시민들의 안정된 일상생활을 고려해 공사 소음과 공사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무소음·무진동 공법을 터널 공사에 적용했다. 또 터널 주변 시민 생활을 위해 터널을 약 45m 연장해 늘어난 터널 상부로 주민들이 안전하게 건너는 것은 물론 소음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연장된 터널 상부는 지역 주민들이 쉴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활용되고, 서리풀공원과 연계될 것이다.

시민들이 개통을 기다리는 시간은 말 그대로 일각이 여삼추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기반시설 건설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서 언제나 완공이 다가오면 항상 부족함을 느껴 개통을 늦추고 싶은 심정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 완벽한 가운데에서 시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런 가운데 서리풀 터널 개통일을 하루 앞당겼다. 서울시가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고 추진한 사업이지만 서초구가 개통식 하루 전날 터널 내부와 주변에서 구민 행사와 음악회를 계획하고 홍보했다. 개통식과 개통일을 앞당기는 것이 큰 부담이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준비한 개통식과 서초구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참석자들이 지난 4월21일 오후 서초구 서리풀 터널 앞에서 열린 개통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국민 화합을 위한 소통이 절실한 이 시점에 여당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야당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협업은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인다. 덕분에 개통식과 행사는 더욱 성대히 열렸다. 소통은 길이 열리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하루 앞당겨진 개통을 위해 공사 마무리에 최선을 다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은 하루 더 빨리 서리풀 터널을 이용할 수 있었다.


서리풀 터널의 개통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25분 이상 걸렸던 내방역~강남역 구간 통행 시간이 20분 이상 단축된다. 그뿐만 아니라 방배로, 효령로 등 주변 도로로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줄어들고, 만성 지·정체 도로인 남부순환로 등 주변 도로의 교통혼잡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서초대로의 처음과 끝이 온전히 연결됨으로써 얻는 효과는 강남 동서축의 교통 여건 개선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간 동반 성장과 지역경제 발전으로까지 넓게 확산할 것이다. 동작구·서초구·강남구 간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강남을 동서로 오가는 차량 이동이 편리해지고, 개통 뒤 30년 동안 1890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초대로의 완전한 연결은 단순히 길이 열리는 것만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가 연결되는 것을 의미하고 진정한 지역 간 소통과 도시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길은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 길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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