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골목길 대신 옥상을 시민 소통 공간으로”

인터뷰 | 국내 첫 옥상 공유 시민단체 ‘열린옥상’ 박혜원 대표

등록 : 2019-05-02 15:48

크게 작게

“사라져가는 도시의 골목길 대신 수많은 옥상을 개방해 시민들이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유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

지난달 24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만난 박혜원(31·사진) 열린옥상 대표는 옥상을 이용해 시민들의 소통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출범한 열린옥상은 국내 첫 옥상 공유 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로, 서울혁신파크 건물 옥상을 사회·문화·생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혁신파크 건물 옥상을 2년간 무상임대해 운영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건물 옥상 2곳, 상상청 3곳, 연결동 1곳, 연수동 1곳, 공유동 1곳 등 총 8곳(3220㎡)이다.

도시 골목길은 추억이 밴 대표적인 공유 공간인데 재개발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대안 공간으로 옥상에 주목했다. 박 대표는 “열린옥상은 ‘유휴 공간인 옥상을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린옥상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서울혁신파크 옥상의 시민 공유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열린옥상에는 옥상과 관련된 사회적 공유기업 10개 팀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옥상이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계속 알려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옥상 공유 활동을 함께할 단체와 시민들을 모으는 데 주력하면서 다른 옥상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혁신파크 앞 광장 사용료가 시간당 1만6천원인데, 옥상 사용도 유료화해 열린옥상 전담 활동가의 인건비를 줄 수 있는 정도의 수익을 생각하고 있다. 또 옥상에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서울혁신파크 외 다른 옥상 공유 공간을 만드는 데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린 옥상은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돼 있는데, 5월에는 협동조합으로 등록해 시민단체로서 사회 공헌 활동과 협동조합으로 영리 활동을 동시에 펼쳐나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올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옥상 축제를 들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규모로 여러 옥상에서 동시다발로 축제를 한 경험이 없다”며 “서울혁신파크 옥상 8곳에서 동시에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는 서울시 공유경제기업인 ‘히든북’ 대표다. 히든북은 옥상에서 야외 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 등 독서 교육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그가 옥상에 주목한 이유는 야외 도서관 프로그램을 하다보니 일반 야외 공간은 차도 다녀 시끄럽고 마땅한 공간을 찾기 어려운데, 옥상은 의외로 조용한데도 비어 있는 곳이 많고 저렴해서다. 2015년 창업한 히든북은 서울혁신파크 입주 기업인데다 보기 드물게 책 읽는 문화를 만드는 소셜벤처라서 소통이 원활할 것 같다는 주위 의견에 따라 박 대표가 열린옥상 대표를 맡게 됐다.

열린옥상은 로테르담 옥상 축제, 암스테르담 옥상 축제팀과 협력과 교류를 넓힐 계획이다. 올해 도시 옥상 관련 국제 포럼을 국내에 유치할 계획도 세웠다. 옥상 단체들이 내공을 쌓아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면 다양한 건물 옥상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은 콘텐츠가 부족하고 회원들 사이에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열린옥상의 협업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낼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개인 옥상 공간이 비어 있는데, 임대료를 나눠 갖자거나 사회 공헌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문의가 오고 있다. 결혼식·공연·영화관·패션쇼·작은 파티 등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날씨가 좋은 가을에는 거의 매일 대관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열린옥상의 장래는 밝을 것 같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