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등 돌봄’도 서울시에 맡기세요

기고ㅣ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록 : 2019-03-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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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있을 수 있어 괜찮았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방과후 시간이 붕 뜨는 거예요. 조부모님이나 베이비시터분이 그 시간을 다 책임질 수 없어 아이를 날마다 영어 학원에 보내고 있어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이야기다. 어린 자녀를 둔 대부분 가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눈에 띈다. 전국 초·중·고생 가운데 초등학생이 82.5%로 가장 높고, 서울은 89.5%로 더 높다. 10명 가운데 9명은 사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다.

사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초등학생이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는 이유가 앞 사례처럼 ‘하교 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라면, 공공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초등학생 공적 돌봄 비율(13.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28.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초등학생을 둔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등의 방과후나 방학, 휴일 같은 틈새 보육을 메워줄 보편적 ‘초등 돌봄’을 본격화한다. 지난 7년 동안 영·유아 돌봄에 주력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약 1500곳까지 확대한 데 이어, 오는 2022년까지 초등학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를 400곳까지 확충한다. 학교가 끝나거나 방학이 되면 오롯이 가정의 몫으로 남았던 초등 돌봄을 이제 공공이 책임진다는 이야기다.

키움센터는 사교육으로 빈틈없이 촘촘하게 채워진 일정이 아닌, 자신의 일정에 따라 친구들과 함께 놀고 쉬는 공간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올 상반기에 39곳이 문을 열 예정이다. 연말까지 98곳으로, 2022년까지 400곳으로 늘려 동마다 학교 근처 키움센터에서 아이들이 쉬고, 놀면서 마을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키움센터가 생각하는 돌봄 방식은 아이가 주도하고 어른이 조력하는 방식이다. 아이들끼리 놀이 과제를 정하고, 함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기와 다른 사람의 생각 차이를 인정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서울시는 이 과정을 도울 수 있는 돌봄 선생님 교육과 양성 체계도 마련할 것이다. ‘우리키움참여단’을 통해 아이 돌봄에 관심 있는 부모와 아이들, 시민 의견에도 귀 기울일 것이다.

이 밖에도 집으로 찾아가는 ‘아이 돌보미’를 2022년까지 3천 명에서 8천 명으로 확대해 등·하교, 방과후 등 서비스 이용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도 맞춤 지원되도록 하고,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열린육아방’도 2022년까지 40곳에서 45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 오는 11월이면 아이 돌봄 자원과 서비스,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통합정보 포털 ‘키움넷’(가칭)도 연다. 그동안 분산해 제공했던 초등 돌봄 관련 정책과 정보를 일원화해 제공하고, 영유아 돌봄 포털인 ‘서울시 보육 포털 서비스’와도 연동한다.


지난 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우리키움참여단 발대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시는 이와 같은 계획을 지난 6일 4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발표했다. 초등 돌봄의 필요와 공공돌봄의 당위성에 대한 수많은 공감과 진지한 눈빛을 생생히 기억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서울시는 적어도 돌봄의 손길이 꼭 필요한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는 공공이 책임지는 공공책임 보육을 실천해나가고자 한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부모님, 이제 초등 돌봄도 전적으로 서울시에 맡기십시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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