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택시는 연료비 70~80% 절감” “불친절 기사·진상 손님은 소수”

이충신 기자, 택시회사에 취업하다 ⑧ 택시 체험 마무리 좌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충신 기자

등록 : 2019-03-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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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오른쪽)과 이충신 기자(왼쪽)가 12일 용산구 임정로 효창공원 후문 근처에서 이 위원이 몰고온 택시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활짝 웃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ungil@hani.co.kr

한겨레 <서울&>의 ‘이충신 기자, 택시회사에 취업하다’ 연재물을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이충신 기자가 한 좌담으로 마무리 짓는다. 좌담은 지난 8일 오전 10시30분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두 사람은 택시 문제를 직접 몸으로 겪어보고 해답을 찾아보겠다며 택시회사에 취업해 택시 기사로 나섰다. 이 기자가 먼저 지난해 12월 금천구에 있는 한 택시회사에 취업해 11일부터 18일까지, 주간 5일 야간 3일 총 8일 동안 택시를 운전했다. 이 최고위원도 올해 2월1일부터 노원구에 있는 택시회사에 취업해 두 달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 최근 2주째 야간 운행을 한 이 최고위원은 3월 말까지 택시 기사 생활을 할 예정이다. 이 최고위원은 대담 날에도 새벽 5시까지 일하다 잠시 잠을 자고 신문사를 찾았다. 두 사람의 대담 사회는 김도형 <서울&> 취재팀장이 맡았다.

택시, 올드 산업 대 뉴 산업 대결 아니다

사회자: 두 사람은 목적은 조금 다르겠지만 택시 운전을 경험한 기자와 정치인인데, 먼저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금 일하는 시스템이 어떤가?

이준석: 하루 12시간, 월 26일 근무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택시 기사들은 만근이라고 하는데, 쉬는 시간 없이 이렇게 근무하는 형태는 처음 본다. 손님으로 경험하던 세계와 택시 기사로 경험하는 세계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택시 기사 교육 등을 하는 것이 지금 노동환경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과연 요구할 수 있는 것인가 싶어 발상 전환이 됐다.

사회자: 택시 영업을 2개월 동안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어떤 게 있나?


이준석: 택시가 공유경제와 갈등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 참 의아했다. 구산업, 신산업 프레임이 택시 업계에서는 약간 억울할 것이다. ‘타다’가 신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택시와 완전히 동일한 모델을 규제를 피해서 약간 다른 요금제로 운행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이충신: 택시 산업 환경이 열악하다. 이게 플랫폼 사업과 결합해 새로운 경제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배달의 민족’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 산업이 업주나 노동자에게 얼마나 이익을 늘려주고 삶의 질을 높였나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카카오 콜은 손님을 택시 기사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수요와 공급을 잘 연결해 소비자 불만을 없애고 기사들 수입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이걸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나 싶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토대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한다면, 그게 신산업이고 공유경제라고 본다.

이준석: 서울에 택시의 ‘버뮤다 삼각지’ 같은 곳이 몇 군데 있다. 신림동에서 신림역으로 손님 태워서 내려오면 다시 다른 손님이 타서 올라가자고 한다. 돈암동, 장위동, 정릉 뉴타운 등도 단거리 승객이 많다. 대부분 고지대인데 대안 교통수단이 없다. 택시 요금 인상되고 난 뒤 요금 저항이 가장 심한 지역이 어디냐 봤더니, 오히려 홍대에서 술 마시고 타는 사람들은 2만원에서 2만5천원으로 오른 데 대해 요금 불만이 없다. 장위동에서 월곡역이나 석계역까지 반복해 다니는 사람들은 저항이 심하다.

사회자: 이 기자는 택시를 8일 동안 몰면서 손님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았을 텐데, 택시 기사를 하지 않았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충신: 눈 오는 날 강남대로 변에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한 명을 태워 근처 병원까지 간 적이 있다. 요금이 4500원 나왔는데 5천원을 내더라. 이런 분들을 위해 짧은 거리지만 콜을 활용하면 집 앞에서 바로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교통 약자를 위한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준석: 카카오콜이 택시 수요를 상당히 늘렸다. 택시가 골목길을 안 다녀서 승객이 대로변까지 나와서 타는 게 부담돼 이용을 못했다면, 이젠 필수품이 됐다. 이런 식의 추가 수요 발굴에 아이티(정보통신 기술)가 결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승객들, 택시 기사 월급 300만~350만원 적당

사회자: 현행 사납금 체계는 상당히 복잡하고 궁극적으로 월급제와 연결된다고 본다. 하루 12만~15만원 정도 내고 있는데, 직접 택시 운전을 해보니 어떤가?

이준석: 택시 운전한 지 2주 만에 요금이 올랐다. 20% 정도 요금 인상이 돼 사납금을 채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래도 의외로 못 채운 사람 20% 정도는 있더라. (3월7일 발표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문에 월급제를 지향한다고 나왔는데, 많이 버는 사람은 불만이 있겠다 싶다. 월급 250만원 한다면 우리 회사에서 3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산업에서 이탈하겠구나 싶다.

사회자: 이준석 위원은 첫 달 월급 얼마나 받았나?

이준석: 제가 한 200만원 정도, 아직 입금이 안 됐다. 승객에게 기사가 하루 12시간 주 26일 일하는데, 월급으로 어느 정도가 적당하냐고 물어보면, 300만~350만원 정도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사회자: 실제로는 시민들 생각하는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데….

이준석: 100만원 정도 마이너스다. 만근 기준 하루 4만원 차이인데, 이걸 어디서 발굴하느냐다. 승객에게 전가한다면, 지금 요금에서 또 20% 올라야 되고 기본요금 4500원에서 시작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4만원의 괴리를 어떻게 찾아낼지가 관건이다. 수요 발굴, 부담 완화, 요금 인상 세 가지가 있을 텐데 서울시는 요금 인상 하나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의 사납금은 적당한가

사회자: 이충신 기자는 사납금 문제와 금액 자체는 어떻게 보나?

이충신: 기사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사납금이다. 열심히 해도 기사 중 20%가 못 맞춘다고 한다. 기사들은 사납금 채우고 추가 수입금을 얼마나 버느냐에 관심이 높다. 사납금이 많으면 추가 수입금이 적어지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납금이 낮아지면 택시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적정선에서 사납금을 책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자: 사납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택시회사가 경영 합리화를 해 노동자의 임금을 어느 정도 보전하고 경영도 유지하는 방안을 궁리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서울시나 택시회사가 좀 쉬운 방식을 택한 게 아닌가 싶다.

이준석: 원가 분석이 중요다고 본다. 관과 업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요금 인상 방식으로 승객들에게 떠넘겨졌다고 본다. 야간에 택시 가스비를 3만~4만원어치 쓴다. 2교대니까 6만~7만원 부담이 있는데, 개인택시는 하늘색 전기 택시를 이용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전기 택시는 연료비를 70~80% 줄일 수 있다. 자동차회사도 고급 사양 말고 ‘깡통’ 사양 만들어서 싸게 전기 택시 공급하면 원가를 줄일 수 있다.

사회자: 택시회사의 경영이나 노동자의 급여 수준 등을 다뤘는데, 손님 편에서 보면 어떤가?

이준석: 손님들이 기사에 대한 거부감, 고정관념 이런 것이 있다. 어떤 것은 타당하고, 어떤 것은 고정관념이나 편견 같은 것이다.

이충신: 물론 손님들이 기사들 불친절하다 하고, 기사들도 진상 짓 하는 손님 많다고 하는데, 내가 운행해본 결과 그 비율은 높지 않았다. 기사가 손님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손님이 기사를 폭행하는 그런 상황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좀 생각해봐야 한다. 택시 기사 처우라든지, 손님과 소통이 안 된다든지 서로 택시 안에서 아무 대화 없이 가다가 얼굴도 못 본 채 카드 결제 후 내리면, 사람을 태웠는지 물건을 실었는지 분간이 안 갈 때가 많다. (웃음) 뭔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해법이 필요한 것 같다.

이준석: ‘타다’를 타니 기사가 승객에게 “말을 안 걸었다” “USB 충전기를 줬다”는 말을 하며 좋은 서비스 사례로 들고 있다. 이게 본질인가 싶어서 열흘 그렇게 해봤다. 전혀 본질이 아니다. 내가 타고 싶은데 택시가 잡히지 않고, 승차 거부를 하는 게 더 본질적인 것이다.

요금제 측면에서 봐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시간·거리병산제를 사용해 시속 15㎞ 이하로 떨어져야 시간 요금이 올라간다. 사람의 노동가치를 측정하는 데 시간이 돈이 아니라 거리가 돈이라는 거다. 이 체제에서는 단위 시간당 많이 가려면 과속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버나 다른 서비스는 시간·거리병산제를 하지만, 30분 타면 30분에 해당하는 요금이 나온다. 이게 우리도 되면 승객 골라 태우기가 줄어들 것이고, 과속할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최저임금 취지와도 부합하려면 시간 요금에 대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수급 불균형 해법은

사회자: 이 최고위원이 택시 전문가가 다 된 것 같다. (웃음) 이 기자의 택시 연재 기사를 보면 택시 수급 문제가 빅데이터로 그대로 드러나더라. 기사의 친절 문제도 있지만, 택시 타고 싶을 때 못 타는 것, 종로·홍대 등 특정 지역에서는 심야 시간에 택시 타기 힘든 문제가 크다. 그중에서 법인택시보다 훨씬 많아, 서울시가 정책적 수단을 발휘하기 힘든 개인택시들의 심야 시간대 운행률이 20% 이하로 떨어지니까. 이런 수급 불균형 해소를 어떻게 할지, 그런 측면에서 대타협 합의 내용에서도 허점이 좀 보이더라.

이준석: 개인택시 기사들도 최소 시간에 최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시간에 나와서 하는 거다. 그 구간을 좀 늘려주는 것이 답일 것이다. 그중 하나가 싱가포르 같은 데는 도심할증제가 있다. 우린 심야 할증제만 하는데, ‘시티 에어리어’라는 데 가면 4달러의 요금을 물리고 시작한다. 우리는 종로에서 상계동 나가면 뭐라도 하나 걸리겠지 하고 계속 그쪽에서 배회한다. 싱가포르 택시의 운행 패턴을 보면 나갔다가 무조건 시내로 복귀한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4달러 정도의 보너스 수입이 생기니까.

이충신: 개인택시는 3개 조로 운행한다. 법인택시를 하는 젊은 사람들은 개인택시를 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택시 3년을 해야 개인택시 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그런데 3년 안에 사고나면 또다시 3년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힘들면 지쳐서 그만둔다. 결국 젊은 사람들이 택시 안 하게 된다.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대폭 줄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젊은 기사들이 뛰어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울 택시는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양도(양쪽이 동시에 사고파는 것)만 할 수 있다. 서울시가 감차 정책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람들에게 신규로 개인택시 면허를 내줘서 공급을 확대하면 더 많은 시간 일할 수 있어 수요 공급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준석: 가진 게 집 한 채와 개인택시 한 대인 사람은 이번 카풀 항의 시위에 많이 나왔다. 개인택시 면허 가치가 떨어지니까 나왔다. 개인택시 면허를 살 수 있는 자격을 풀어주면 일시적으로 개인택시 면허 수요가 급증한다. 그러면 면허 가격이 오를 수 있어, 고령 기사들에게 면허를 팔고(양도하고) 나올 시간을 주는 것이다. 1년 정도로 요건 완화하면 사겠다는 사람도 꽤 많아질 것이다. 부동산도 팔고 떠날 시간을 줘야 빠지는 것처럼, 연착륙할 시간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택시는 대중교통인가, 고급 교통수단인가

사회자: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인지 아닌지에 따라 택시 정책이 달라질 텐데, 과거에는 대중교통 몫을 했지만 지금은 택시도 늘어나고 감차 정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대중교통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택시가 대중교통으로서의 수명을 다했다고 보는데.

이준석: 버스는 간·지선제가 핵심이다. 택시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간선 역할 하는 택시는 줄고 지선 역할이 늘고 있다. 택시를 지선 교통망의 하나로 인정하려면 대중교통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충신: 제가 볼 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택시를 준대중교통으로 활용해왔다. 지금 준대중교통수단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고, 택시의 수요가 다양화되는 현실에서 대중교통과 고급 교통으로 나눠서 접근하면 택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고급, 준고급, 대중, 준대중 등의 다양한 택시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사회자: 이번 기회에 모든 걸 드러내놓고 되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행해가면 문제 해결에 많이 다가갈 것 같다. <끝>

정리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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