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50만원” 2년간 정책 실험 제안

서울연구원·LAB2050 공동연구…2400명에게 2년간 월 50만원 제공해 결과 비교

등록 : 2019-02-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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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중위소득 150% 미만 달리

모든 19~29살 청년에게 지급 추구

차감집단과 통제집단 비교해보자

“금수저에도 지급” 등 반발 있으나

“기본소득검증, 가상적 우려보다 중요”

청년수당 제공을 제안한 서울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로봇, 인공지능 등으로 노동과 분배 개념이 달라질 4차 산업사회에 대비해 국민의 권리로서”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사진은 2017년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단체들이 기본소득 개헌 운동의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 장면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원장 서왕진)이 민간 연구기관 LAB2050(대표 이원재)과 공동연구로, 실험집단(2400명)에게 2년간 기본소득 형태의 수당을 주고, 청년수당이 청년들의 노동 참여, 결혼 등 자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보는 ‘청년기본소득 형태의 청년수당 2.0 정책 실험안’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이들 기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구직 활동을 전제로 제공하는 현재의 청년수당 방식을 일체의 조건을 붙이지 않는 청년기본소득 형태로 확대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런 정책 실험을 서울시와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이들은 청년기본소득 제공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효과 검증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먼저 2년간 정책 실험을 해보고 정책 전환의 타당성을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현행 청년수당은 서울시의 경우 2016년부터 ‘주 30시간 미만 취업자, 기준 중위소득 150% 미만의 만 19~29살의 청년에게 월 50만원을 최소 2개월에서 6개월 지급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와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행 중인 ‘청년 구직 지원 제도’다.

그러나 서울연구원 등이 이번에 제안한 ‘청년수당 2.0’은 “기존의 청년수당 제도가 대상자의 가족 소득이 낮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구직 활동을 입증하는 과정이 실효성이 없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며 조건 없는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청년들에게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제도와 다르지 않다.

정책 실험 연구를 맡은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수당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당이 아니라 삶의 안정성을 부여하고 실질적 자유 수준을 높여 청년들이 삶을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계획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런 청년기본소득은 궁극적으로 “청년들에게 혁신, 고용, 소득, 소비, 시간 사용 등에서 경제적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공동체 참여, 증세·복지, 결혼 등에 관한 인식과 참여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책 실험 내용

서울연구원 등이 제안한 실험 내용을 보면, 청년수당2.0 실험은 서울시에 살고 있는 만 19~29살 청년 가운데 2400명에게 2년간 청년수당을 주고 그 효과를 검증해보는 것이다. 대상은 무조건 월 50만원을 받는 집단(800명), 근로소득만큼 차감하고 받는 집단(800명)을 아무 수당도 받지 않는 통제집단(800명)과 비교하는 실험이다. 실험에 제공되는 수당은 최대 192억원이다. (표/기본소득 방식의 청년수당 정책 실험 모형)

실험 의의

김승연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존의 청년수당은 구직 활동을 전제로 하는 제한된 것으로,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일자리가 줄고 노동시장 구조의 불안정성이 높은 현실에서 노동과 분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청년들이 수당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고용과 직접 상관없이 자율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어떤 변화를 낳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향후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은 없나?

공동연구를 진행한 LAB2050 이원재 대표는 △금수저에게도 수당을 줘야 하나? △미취업자가 돈을 받고 취업할 생각이 있을까?△돈보다 일자리를 주는 게 옳지 않나 △아버지 세대도 힘든데 꼭 청년이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의식에 대해 “한 사회의 20대가 혁신과 창의성, 사회참여 등의 동기가 부족하면 사회 전체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진다. 청년들에게 삶의 안정성을 부여하는 보완책의 필요성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서, 현재 설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 조건인 월 50만원으로 기본소득의 효과를 검증해보는 일은 가상적인 문제를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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