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대문·종로 곳곳은 100년 전 세계로

3·1운동 백주년 기념 전시 행사 풍성

DDP에선 간송 전형필 유물전
도시건축센터, 위안부 특별전
역사박물관, 딜쿠샤 기증전
서울역사편찬원, 시민 답사 모집

등록 : 2019-02-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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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운동 100주년 간송 특별전 전시장 입구.
“3월1일에 다시 오면 굉장하겠어.” “색이 고고하고 아름답네.” “아빠, 간송 전형필이 진짜 대단한 사람 같아요.” 지난 17일 일요일 오후 ‘3·1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대한콜랙숀’을 찾은 남녀노소 시민들이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둘러싼 채 한마디씩 보탰다.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의 삶과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전시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 특별전 <대한콜랙숀>’이 3월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다. 1935년 일제강점기에, 간송이 일본인 골동상 마에다 사이이치로에게 당시 기와집 20채 값에 맞먹는 거금 2만원을 주고 산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오늘날까지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이듬해 간송이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 참가해, 세계적인 골동품상 야마나카 상회에 맞서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을 손에 넣은 일화나 영국 출신 일본 주재 변호사 존 개스비에게서 큰돈과 ‘첩보 작전에 비견할’ 긴박한 수고를 들여 도자기 컬렉션 20점을 ‘일괄구매’한 전설 같은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한다.

간송은 ‘문화보국과 구국교육’을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항일운동에 동참했다. 일제강점기에 헐값으로 빼돌려지던 우리 국보·보물·유물을 수집했고, 3·1운동 중심에 섰던 보성고보가 경영난으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는 학교를 인수해 후학 양성에 힘을 보탰다.

전시 관람 뒤 옛 보성고보 자리에 터 잡은 종로구 조계사로 가보면 감회가 새롭다. 이곳에 있던 인쇄소 보성사에서 1919년 2월27일 ‘독립선언서’ 2만1천 장과 3월1일 <조선독립신문> 1호 1만5천 부를 몰래 인쇄했다. 같은 해 6월 일제가 불을 질러 건물은 다 타버렸지만, 마당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살아남아 지난 100년 오고 가는 이들을 굽어본다.

현 조계사 뒤편 수송공원으로 가면 보성사 표지석과 보성사 사장이었던 이종일 동상, 독립선언서 기념조형물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천도교 중앙대교당, 승동교회, 탑골공원까지 3·1운동의 주요 거점을 엮은 ‘독립선언서의 길’이 이어진다. 답사는 느린 걸음으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도 2월25일부터 3월20일까지 특별한 기획 전시가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모은 전시 <기록 기억 :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은 서울시와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이 지난 3년간 추진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 사업을 통해 발굴한 역사적 사료와 해외 소장 자료, 실물본 일부를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모습을 담은 사진 3장 원본이 최초로 공개된다. 아시아·태평양 전쟁 중 미군이 만든 사진첩의 일부로, 이는 미군이 1944~45년쯤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던 고 박영심 씨가 포로로 잡혔을 때 만삭이었던 모습이 담긴 사진 1점과 버마(미얀마) 미치나의 한국인 위안부 여러 명이 모여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 2점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3월10일까지 열리는 기증유물 특별전 ‘딜쿠샤와 호박목걸이 展’에서는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L. 테일러가 기증한 유물 총 1026점 중 310점을 첫 공개했다. 1919년 고종 국장 행렬을 찍은 사진, 앨버트 테일러의 부인 메리 테일러가 쓴 자서전 초고, 당시 딜쿠샤 모습을 담은 사진첩 등을 볼 수 있다. 3·1운동, 제암리 학살사건 취재 실린 당시 신문 기사, 벽난로 등 딜쿠샤 내부도 재현했다.

안국역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테마 역사’로 거듭났다. 3·1운동의 중심지였던 북촌과 인사동 등을 잇는 역사 주변으로 여운형·손병희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집터가 있다. 4번 출구에 ‘100년 하늘문’을 거쳐 지하로 들어서면, 독립운동가들의 초상을 담은 ‘100년 기둥’과 독립운동가의 업적을 기록한 ‘100년 승강장’을 볼 수 있다. 3·1운동과 민족사의 흐름을 강물로 구성한 ‘100년 강물’, 우리 헌법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00년 헌법’의 길도 마련했다.

서울 속 3·1운동 답사 기행에 조금 더 전문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면, 서울역사편찬원에서 진행하는 3·1운동 시민 답사를 찾아가보길 권한다. 천도교, 기독교, 불교 등 당시 각 종교의 민족지도자들의 회합을 보여주는 장소, 독립선언서의 인쇄 과정과 탑골공원을 시작으로 벌어졌던 서울 3·1운동 장소, 서울 사대문 밖에서 벌어졌던 만세 시위 현장, 독립 운동가들이 수감되고 순국한 역사 현장을 두루 방문한다. 답사는 역사 전문 강사진과 함께 총 4회(3월9일·16일·30일, 4월6일) 40명씩 하며,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history.seoul.go.kr)에서 참가 신청을 받는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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