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홍반장’ 마을 건축가의 진화

기고ㅣ김태형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단장

등록 : 2019-01-03 16:24 수정 : 2019-01-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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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7명으로 시작한 서울의 공공건축가 제도가 올해 9년차를 맞이한다. 2018년까지 200명에 가까운 민간 전문가들이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어린이집, 도시재생 등 서울의 주요 공공사업에 참여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기존의 시스템을 한 단계 올려 공공건축가2.0인 ‘마을건축가’로 새로운 진화와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공공건축가의 성공적 운영 사례는 그동안 외국 도시뿐 아니라 국내 도시의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최근 도시재생, 주거환경 개선, 복지 공간 확충,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확대 등이 늘어나면서, 우리 동네를 이해하고 혁신할 수 있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민간 전문가에 대한 요청이 늘어나는 사회적 맥락과도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이런 시대적 필요와 요청에 따라 공공건축가의 진화와 지역밀착형 민간 전문가의 결합 차원에서 마을 건축가 제도의 도입과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 건축가는 공간 전문가이자 지역 전문가로, 서울의 25개 자치구, 424개 동 단위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역 공간 사업들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자문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며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주민과 함께 우리 동네를 개선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사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기획하며 제안하는 역할을 하면서 우리 동네를 바꾸고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건축가와 동네 주민이 함께 만든 밑그림 아래 발굴하는 관련 세부 사업의 실행은 골목 건축가라는 이름의 조력자와 협업하면서 같이 만들어갈 것이다.

성북구 삼선동 ‘369성곽마을’의 오래된 주택이 공공건축가(이엔건축사사무소 김현숙)의 손길을 거쳐 2018년 7월 주민 공동 이용 시설로 재탄생했다. 이한울 건축사진가 제공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길고도 이상한 제목의 영화가 있다. 2017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영화배우 김주혁과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엄정화가 주연을 맡았던 2004년 영화다. 사실 이 제목은 만화영화 <짱가의 우주전쟁> 주제가(“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짜짱가 엄청난 기운이~ 틀림없이 틀림없이 생겨난다…”)에서 가져왔다. 1978년 8월부터 방영해 7080세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추억의 명작이다.

영화의 주인공 홍반장(김주혁)은 동네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짱가처럼 틀림없이 나타나서 해결한다. 못하는 것도 없지만, 빼는 것도 없다. 그리고 생색은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은 남에게 쉽게 읽힌다. 많은 사람이 어렵고 힘들 때 뭔가 해결해줄 수 있는 우리 동네 오지랖 대왕, 만능 동네 일꾼, 이 시대에 다시 소환하고 싶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 영화는 김주혁이라는 좋은 배우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린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감정적으로는 한동안 추억을 공유했던 동네 형으로서 김주혁의 부재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이성적으로는 도시 공간 개선을 위한 전문가로서 오늘 서울에 필요한 홍반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마을 건축가는 누구인가? 당연히 현실에서는 짱가같이 엄청난 슈퍼 파워도 없고, 언제나 싸워 이기지도 못할 것이다. 홍반장 김주혁같이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못하는 것 없는 만능 일꾼도 되기 힘들 것이다. 다만 우리 동네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거기에 나타난다. 그리고 성실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마을에 꼭 필요한 선한 일꾼으로서 할 일을 다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우리 동네 일상 공간의 변화와 서울의 공공 공간 혁신을 책임질 마을 건축가와 골목 건축가의 활약에 많은 격려와 관심을 바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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