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내 마곡, 미 실리콘밸리 버금가는 연구단지 완성”

다선의 힘, 구정의 완성ㅣ노현송 강서구청장

등록 : 2018-12-27 15:16 수정 : 2018-12-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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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8년간 상전벽해의 발전

마곡 개발 주거단지 거의 완성

의료관광특구 사업은 지난해

서울시 유일 지역 특구 선정

마곡연구단지, 총 10만 개 일자리 목표

서울식물원, “강서구 랜드마크 될 것”

고도제한 완화 노력, “지자체 방향 제시”

지방 재정 30% 수준 끌어올리기 시급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직원들의 회의나 부서간 협업 토의를 위해 구청사 안에 마련한 ‘협업 북카페 톡톡살롱’에 들러 회의 중인 직원들을 격려한 뒤 사진을 찍었다. 강서구청장을 4선째 하고 있는 노 구청장은 직원들에게 “벌보다 상이 많고, 지시보다는 자율을 우선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강서구는 해마다 청사 내 계단 벽에 강서구 발전을 위해 성금을 기부한 개인·단체의 이름을 새겨 기념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강서구는 마곡지구 개발이 이뤄지면서 서울 서부의 첨단 산업신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마곡 서울식물원도 전면 개장을 앞두고 있어 강서는 관광과 휴식 면에서도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3연속 연임에 성공하면서 네 번째 강서구 행정을 책임지게 된 노현송(64) 강서구청장은 한 지역에서 국회의원(제17대 열리우리당·강서을)과 구청장을 4번(민선 2기, 민선 5~7기) 하는 드문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강서구는 지난 8년 동안 상전벽해라는 말도 부족할 만큼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민선 7기 임기 동안 ‘조화로운 성장, 삶이 아름다운 강서’라는 구정 모토를 차근차근 실천해 명품도시 강서를 후임자에게 넘겨주겠다”고 다짐했다.

3연속 연임에 성공한 원동력이 궁금하고, 향후 민선 7기 구정 운영 방안도 듣고 싶다.

“지난 8년간 강서구는 정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마곡 첨단도시 건설을 비롯해 의료관광특구 조성, 공항 고도제한 완화와 서부광역철도 추진 등 굵직한 핵심 사업들이 전개됐다. 교육, 복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루어낸 도약의 시기였다. 2010년 민선 5기 시작과 함께 본궤도에 오른 마곡지구 개발사업은 주거단지는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의료관광특구 사업은 지난해 서울에서 유일하게 우수 지역특구로 선정되는 등 사업의 성과가 지역사회로 환원되기 시작했다. 구의 숙원 사업인 공항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항공법도 개정됐다. 이번 선거에서 제가 다시 주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이런 8년간의 성과와 연속성을 바탕으로 주요 핵심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라는 엄숙한 명령이었다고 생각한다. 민선 7기 강서구의 캐치프레이즈는 ‘조화로운 성장, 삶이 아름다운 강서’다. 앞으로도 특정한 곳에 치우침 없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명품도시 강서를 완성해나가겠다.”

마곡지구 개발로 강서구는 서울 서부의 주목받는 도시로 발돋움하는 것 같다. 그럴수록 기존 도심지와 균형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지역의 균형 발전은 우리 구의 핵심 과제다. 민선 6기부터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권역별 지구 단위 계획을 세워놓았다. 먼저 역세권이면서도 주변 지역이 활성화되지 않은 까치산역 주변 재정비 사업을 속도 있게 추진할 것이다. 화곡터널 주변에는 2020년 강서 문예회관 건립에 맞춰 가로공원길 문화의 거리를 만들고, 까치산역 주변에는 강서 유통단지 일대 기반 시설 정비와 특화 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국회대로를 지하화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주변 지역도 복합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강서구청 주변 상권을 지금보다 더 활성화해 화곡동 지역의 잠재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겠다. 서부광역철도사업은 신정차량기지 활용이 어려워져 조금 지연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새로운 차량기지가 정해지면 사업 실행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곡지구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재 마곡지구는 아파트 14개 단지 9715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내년에 9단지가 분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10-2단지가 들어서면 16개 단지 총 1만1821가구의 주거단지가 모두 완성된다. 지난 4월 문을 연 LG사이언스파크에는 전문 연구원만 2만 명 이상이 일한다. 롯데, 코오롱 등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들도 잇따라 입주해 150개 대상 기업 중 50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다. 2~3년 내 나머지 기업들이 입주를 마치면 미국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연구단지가 마곡에 완성된다. 또 서울시가 지난 4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곡R&D 융복합 핵심거점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입주부터 창업, 특허·법률·지원과 연구인력 육성까지 종합지원 시스템을 갖춰 총 10만 개 일자리를 이곳에 모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10일에는 마곡산업단지 공공지원센터가 공사를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국토교통부의 ‘소호(SOHO)형 주거클러스터 조성 사업’ 공모 후보지로 마곡이 선정됐다. 소호형 주거클러스터는 청년 창업인과 전략산업종사자의 안정적 거주를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이 기업들이 모두 입주하게 되면 마곡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우리 구는 고용노동부, LG 등 마곡 입주기업과 ‘민관 일자리 창출 업무 협약’을 맺고 LG사이언스파크와 마곡 입주 기업에 지역주민들을 우선 채용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곡지구 내 입주 기업들과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더 많은 일자리를 확보하겠다.”

서울시가 마곡에 서울식물원을 개원하게 된 것도 강서구로서는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왕립식물원(로열 보태닉 가든)에 견줄 만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서울식물원이 지난 10월11일 임시 개원했다. 서울식물원은 여의도공원의 2배 크기로 현재 열린숲(잔디마당 등), 호수원(수변가로 등), 주제원(식물문화센터 등), 습지원(유수지 등)으로 구분되어 1천만 서울 시민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식물원은 앞으로 강서구의 랜드마크로서뿐만 아니라 명실공히 서울을 대표하는 공원이 될 것이다. 임시 개장 후 지난 11월 말까지 총 80만 명이 다녀갔으며, 내년 5월 정식 개장이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게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민선 5기와 6기 내내 공항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의 추진 방향은?

“지난 8월 국토부에서 항공학적 검토 전문기관(한국교통연구원)을 지정해 고시했다. 이는 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 그동안 제한을 받아온 건축고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2012년 8월 강서·양천구와 부천시 등은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현재 해발 57.86m의 두 배가 넘는 119m까지 건축고도를 완화해도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앞으로 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고도제한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제기준 개정과 항공학적 검토 전문기관 확대가 필요한 만큼 국토교통부·관계기관과 지속해서 협의하겠다. 규제 완화를 위한 강서구의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은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한 게 아닌가 하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강서구 미라클메디특구는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돼 있다. 설명을 부탁한다.

“2015년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강서미라클메디특구는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 환자가 60%를 넘어 일부 국가에 다소 의존하는 현상이 있었다. 앞으로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유치 채널을 다변화해 다양한 국가에서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국제 의료관광 박람회 참가, 국외 의료설명회 개최와 나눔 의료 봉사활동 등 사업을 통해 특구 브랜드를 강화하고 국제 신뢰도를 높이겠다. 한방 불임 치료, 사상체질 의학 등 한의학을 알리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민선 7기 첫 협약으로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과 이대서울병원 건립에 따른 ‘특구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내년 2월 정식 개원하는 이대서울병원은 총 1014 병상 규모로 외국인 환자 전문 진료를 위한 국제진료센터도 마련된다. 의료진과 환자와 가족 등 8천여 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지역에 새롭게 유입되는 만큼 외국인 환자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국회와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하셨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결국 지방분권이 핵심이고, 그 본질은 재정분권이다. 예산이 없으면 지방정부가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지금 지방정부 재정 자립도는 평균 20%를 조금 웃돈다. 다시 말해 전체 예산의 80%는 중앙정부와 광역정부에서 타쓰는 구조다. 그래서 ‘2할 분권’이라고들 하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많이 노력하시지만, 지난번 개헌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아쉽다.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재정의 40% 정도는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집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30% 수준까지라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연임 제한으로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다. 정치인으로서 향후 진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도 같은데.

“아직 3년 반의 임기가 남아 있는데 다음 일을 생각할 틈이 있겠나. (웃음) 마무리를 잘해서 후임자에게 더욱 좋은 강서구를 넘겨주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오랫동안 구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저를 필요로 하고, 또 제가 봉사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야 한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국회의원·구청장 합해 5선 ‘관록’…지시보다 자율 행정

△민선 2기(1998), 5~6기(2010~2018) 강서구청장 △제17대(2004)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강서을)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회장,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 △고려대, 울산대 겸임교수 △경기고,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 일본 와세다대 박사과정(행정학), 한국외대 박사(언어학) △1954년 경기도 파주 출생, 부인 박광숙(59)씨와 1남1녀

노현송(64) 강서구청장은 국회의원 선거와 지자체 선거를 합쳐 5선을 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1998년 민선 2기 강서구청장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해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강서을)에 나가 당선했고,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 때 다시 구청장으로 복귀해 이번 7기까지 3번 연속 당선됐다. 3선 이상은 연임할 수 없는 지방선거에서 4선은 보기 드문 경우다. 여기에 같은 지역에서 국회의원 경력까지 갖춘 지역정치인은 더욱 드물다.

강서에서만 구청장 네 번, 국회의원 한 번을 하면서 강서구 정치의 ‘산증인’이 된 노 구청장은 그만큼 “지속가능한 강서구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민선 2기 시절 ‘눈높이 행정’을 구정의 첫 번째 실천 의제로 내걸고, 주민과 소통을 위한 현장 행정을 펼쳐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지역으로, 고도제한 같은 건축 규제의 근거가 된 항공법의 개정을 이끈 것, 서부광역철도 건설 사업 확정 등이 그의 주요 업적이다.

노 구청장의 요즘 행정 철학은 ‘집사광익’(集思廣益)이란 성어로 요약된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더 큰 결실을 얻는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노 구정창은 자신의 마지막 임기 동안 구정 모토를 ‘조화로운 성장, 삶이 아름다운 강서’로 정했다. 강서 특유의 향토적 정서와 마곡지구 같은 신도시 생활이 잘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지향하자는 의미이다.

노 구청장의 정치 이력은 열린우리당 신기남(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전 의원과 닿은 인연에서 출발했다. 1996년 강서구에서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신 의원은 노 구청장의 고교 선배이자 함께 해군 장교로 복무해 가족끼리도 친밀한 사이였다. 신 의원이 그에게 같이 정치를 해보자고 권유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같은 지역의 같은 당 의원과 단체장으로 활동했고,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강서갑·을에서 동반 당선되기도 했다. 그 밖의 정치적 ‘배경’으로 그는 “강서구민들이 먼저 알아줄 정도로 헌신적인 아내의 내조”를 꼽았다.

1954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노 구청장은 일찍이 공부에 소질을 보여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서 혼자 유학하며 경기고에 합격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뒤 일본 와세다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고려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교수의 길을 밟던 중 국회의원에 출마한 절친 선배의 선거운동을 돕다가 자신의 진로도 정치로 바꿨다.

나를 있게 한 이것

강서구민, “오직 감사할 따름”

40대 중반 정치에 입문해서 민선 2기 구청장과 국회의원, 다시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한결같이 지지해주고 성원해준 강서구민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다. 60만 강서구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며 항상 저를 믿고 지지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힘이다.

이인우 기자 iwlee21@hani.co.kr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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