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 1월부터 국가유공자 보훈 강화

기고 ㅣ황치영 서울시 복지본부장

등록 : 2018-12-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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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경술국치로 대한제국이 짧은 수명을 다한 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민주화운동까지 근현대사의 시련 속에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국가유공자들의 공훈이 컸다. ‘한강의 기적’이 상징하는 발전 뒤에는 오로지 나라를 위하여 힘을 보태고 목숨까지 던진 숭고한 정신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유공자 당사자와 그 후손의 부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고려대 한국사연구소에서 조사한 독립유공자 후손 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독립유공자의 70.3%는 보유 재산 2억원 미만으로 서울의 도시노동자 재산 평균치인 2억6천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더불어 서울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 4분의 3에 이르는 이들의 월소득은 200만원 미만이다. 서울의 높은 물가를 고려하면 간신히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정도다. 최근 3년 사이 70살 이상의 서울시 거주 참전유공자 비율이 약 60%에서 85%까지 늘어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유공자와 가족들이 빠듯한 삶 속에서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시민의 울타리를 자처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해온 서울시는 더욱 탄탄한 보훈 정책을 추진해, 높은 의기로 나라를 지킨 유공자와 그 가족을 돌보고자 한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2012년 ‘제1기 보훈종합계획’을 통해 국가유공자들의 삶을 좀더 따뜻하게 살피고자 힘썼던 서울시는 지난 11월29일 유공자와 유족 등 시내 12만 보훈 가족들의 ‘편안하고 품위 있는 삶을 구현’하기 위한 ‘제2기 서울시 보훈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서울시는 보훈 가족의 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관련 조례 개정 등을 거쳐 내년 1월 참전명예·보훈 예우수당 인상(월 5만→10만원) 등 4대 보훈수당을 순차적으로 100% 올린다. 더불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서울의 주거비용을 고려해 2020년부터 신규 공급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마곡지구 등)에 국가유공자 특별 공급을 확대해 유공자 가족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것이다.

또 국가유공자 장례 지원을 강화해, 숭고한 삶과 정신에 걸맞게 예우할 것이다. 12월 현재 서울에 살아 계신 독립운동가 10분 가운데 마지막으로 별세하는 애국지사의 장례는 서울시장 주관으로 추진한다. 더불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시민이 독립운동가를 추모하고 애국심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저소득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길도 서울시 공영장례서비스를 통해 서울시가 유족과 함께 배웅할 계획이다.


서울시립 상이군경복지관이 지난 4월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보훈단체의 활동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다. 광복회를 비롯한 시내 11개 보훈단체는 시민 대상 역사 강좌나 자원봉사, 재난 구조 활동 등을 펼치며 애국심 함양뿐만 아니라 시민 생활에도 널리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보훈단체에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넓혀 사회공헌에 이바지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은 보훈 가족의 복지와 교류를 위한 여러 시설 확충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서울시립 상이군경복지관’을 추가 건립(1→2곳)해 2만여 명의 상이군인과 경찰관의 재활·교육·상담·치료 등을 돕고, 중앙보훈병원 통원 유공자를 위한 ‘보훈의 집’도 추가 설치해 전국에서 방문하는 국가유공자들의 이용 편의를 돕고자 한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아픈 역사 속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공로를 잊고 사는 것은 자신의 솔직한 민낯을 외면한 채 겉치레만 하는 것과 같다. 이번 서울시의 ‘제2기 보훈종합계획’은 국가유공자 존중과 예우 실현은 물론, 시민들의 역사 의식을 재정립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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