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교체, 난방비·온실가스 줄이기

기고ㅣ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등록 : 2018-12-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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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8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1.5℃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회의가 파리에서 발표한 ‘금세기 안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한다’는 협약의 목표를 수정·강화한 것이다. 2℃ 이내의 기후변화 통제로는 장기적인 기후 안정성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5℃ 이내의 통제여야 기후 파국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금세기 안에 지구 평균기온 0.5℃ 증가를 추가 억제하려면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 제로 배출에 도달해야 한다. 사실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쳐야 가능하다. 그래서 기후변화 대응에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 탄소 감축 로드맵을 넘어서 지방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사회적 주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서울시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얼개 아래 재난에 준해 대응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 사업을 내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방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고도화, 구체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보다 에너지 효율이 92%에 이르러 10년 이상 된 일반 보일러보다 대당 연간 약 80㎥씩 에너지(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91㎏씩 줄일 수 있다. 또한 연소 장치를 개선해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도 10분의 1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서울시 목표대로 2022년까지 25만 대를 교체하면 연간 도시가스 사용량 1988만㎥, 이산화탄소 4만7790t, 질소산화물 500t을 줄일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서울시 가정용 보일러는 약 359만 대이고, 이 가운데 10년 이상 노후 일반 보일러가 129만 대, 15년 이상인 것이 49만 대에 이른다. 서울시는 6개 콘덴싱 보일러 제조사, 비씨카드와 협약을 맺고 교체 신청 가구에 △10% 가격 할인 △비씨카드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해주기로 했다. 또 서울시 ‘에코마일리지’ 가입자는 여기에 더해 절약 실적에 따라 6개월마다 1만 포인트 적립을 받는다. 교체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므로 연료비도 연간 13만원 정도 줄어든다. 게다가 이번 기회를 이용하면 이중 할인 혜택을 받아 교체 비용 90만원을 6년이면 회수할 수 있다.

지난 10월15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와 6개 보일러 제조사, 비씨카드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확대 보급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시 제공

환경부도 가정용 보일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해 2020년부터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보일러 설치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규제라 볼 수 있지만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 집 난방비를 절약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여 지구의 온도를 지킬 수 있다. 규제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법이다. 보일러 대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먼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와 설치가 의무로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 7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이 나왔다. 여전히 배출전망치(BAU)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과연 한국이 감축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이번 ‘1.5℃ 특별보고서’가 기후 안정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0년과 견줘 45% 줄여야 한다고 절대량 기준치를 제시한 것과 배치되는 설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민간의 참여가 절실하다. 낡은 설비를 새것으로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보건 위해성을 낮추는 정책에 시민사회의 호응과 참여가 필요하다. 자신의 생활을 바꾸는 시민들의 ‘구체적 기후 행동’이 기후 파국의 미래를 지속가능한 미래로 바꾸는 ‘거대한 전환’의 시작이다. 지금 행동을 시작하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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