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버스정류장에 부는 훈풍, 온기텐트 앞당겨 곳곳에

폭염 그늘막 이어 한파 대피소 설치 서두르는 자치구들

등록 : 2018-11-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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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으로 한파도 자연재해에 포함

성동·중구 등 버스정류장 근처에 설치

취약계층 한파 대책까지 적극

예산 확보 어려워 “서울시 지원 필요”

성동구가 지난해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온기누리소’는 주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생활밀착형 행정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성동구 제공

올여름 신호등 건널목마다 커다란 우산 모양의 그늘막을 일제히 설치해 기록적인 폭염에 지친 시민들에게 호평받았던 서울시 자치구의 생활 밀착형 행정이 겨울 초입에도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버스정류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바람막이 텐트를 서둘러 설치하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예년보다 설치 시기를 앞당기거나 처음 설치하는 지자체도 있다. 9월 법 개정으로 폭염에 이어 한파도 자연재해로 포함된데다 기상이변으로 자연재해에 적극 대처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온기텐트’ ‘온기누리소’ ‘온기충전소’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는 온기를 전달하려는 자치구의 마음은 저마다의 이름에서도 읽힌다. 그러나 일부 구에서는 자체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나 도로 사정 때문에 적극 나서지 못해 서울시의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동구가 지난해 11월부터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바람막이 공간인 온기누리소는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생활 밀착형 행정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성동구는 올해 기존 온기누리소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커튼식 출입문을 미닫이문으로 개선해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차단 효과를 높이고, 휴식 의자를 2개씩 배치해 더욱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전구 장식으로 꾸며 온기누리소를 환하게 밝힐 계획이다.

지난해 운영했던 46곳뿐 아니라 주민 요청에 따라 32곳을 추가 설치해, 지난 15일부터 모두 78곳으로 확대 운영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번 겨울에도 따뜻한 온기누리소를 운영해 주민들이 더욱 포근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앞으로도 온기누리소처럼 주민들의 생활 속 불편함을 세심하게 살펴 작은 변화로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생활밀착형 행정 실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여름철에 사용했던 폭염 그늘막을 한파 쉼터로 재활용하는 구도 있다. 광진구는 버스정류장 옆에 설치·운영했던 폭염 그늘막의 외피를 교체해 ‘찬바람막이 한파 쉼터’로 새로 단장했다. 버스정류장 22곳에 설치된 한파 쉼터는 가로 3m, 세로 1.5m, 높이 2.4m 규모의 천막형 텐트로 약 10여 명이 추위를 피할 수 있다. 또 천막을 지탱하는 금속 틀을 보도 밑 주춧돌로 고정해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고, 외피를 두꺼운 타폴린(타르를 칠한 방수천) 소재로 해 방한 효과도 뛰어나다. 올해부터 구 소식지인 <아차산 메아리>와 재난 대응 요령 홍보물도 쉼터 안에 비치하고 있다.

중구는 지난 26일부터 다산동, 약수동, 중림동 등 거주민이 많은 지역 14곳, 명동·남대문시장·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외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6곳, 버스정류장 주변 19곳과 마을마당 1곳 등 중구의 20여 곳에 높이 2.4m, 넓이 4.5㎡(1.3평) 남짓한 ‘온기텐트’를 설치했다. 예년보다 4곳이 늘었고, 설치 시기도 한 달 정도 앞당겼다.

중구는 이와 함께 홀몸노인, 쪽방촌 거주민 등에게 한파 대비 물품과 난방비를 지원하고, 방문해서 안부 확인과 건강 관리를 해주는 등 한파 종합대책을 3월까지 한다고 밝혔다. 야간 순찰을 해서 한파에 약한 노숙인에게도 시설 입소와 응급 잠자리 이용을 위한 밀착 상담을 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등 재난 취약가구부터 화재 점검을 하고 미비점을 보강할 계획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지난 9월에 한파도 자연재난에 포함됐다”며 “올여름 폭염에서 얻은 여러 행정 경험과 현장 중심의 한파 대책으로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영등포구도 12월 초 영등포구청역, 대림역 6번 출구 공항버스정류장 등 30여 곳에 온기텐트를 설치하기로 하고 디자인 선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용산구는 12월10일까지 지난해보다 10곳이 늘어난 25곳의 온기텐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강서구는 우선 조립식 텐트(가로 2.3m, 세로 1.5m, 높이 2.4m 크기)인 ‘온기 나눔 쉼터’를 설치하고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수를 늘리기로 했다. 투명한 비닐이 창문 구실을 해 쉼터에서 기다리면서 신호등과 버스를 놓치지 않도록 밖을 볼 수 있다.

구는 보행자의 편리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신호등과 버스 대기자의 시야 확보 등을 고려해 △강서구청 사거리 교통섬 △까치산역 △화곡역 등 지역 내 10개 장소에 먼저 설치했으며 계속 설치 장소를 늘릴 계획이다. 또한, 강풍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과 시설물 관리를 위해 각 동주민센터 담당자가 수시로 순찰할 예정이다.

성북구도 승차대가 없는 간이 버스정류장 10곳에 바람막이 텐트를 이달 말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금천구는 유성훈 구청장이 공약 사항으로 텐트 설치 확대를 내세움에 따라, 올해 8곳부터 2020년까지 30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양천구는 구의 특성상 텐트를 설치할 공간 확보가 어려워, 버스정류장에 텐트를 설치했다 제거할 수 있는 ‘온기충전소’ 10여 개를 운영할 예정이다.

원낙연 기자, 이현숙 선임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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