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서울은 수학여행지였다

[Now Then] 영등포구 선유로 선유도

등록 : 2016-05-12 22:14 수정 : 2016-05-16 00:32

크게 작게

1971년 선유도 선착장 배 위에서 찍은 기념사진. 오른쪽에 제2 한강교(현재 양화대교)와 유엔군 자유수호참전 기념탑이 보인다. 기념탑은 1981년 4차로였던 다리를 8차로로 확장하면서 철거되었다.
2016년 선유도 공원에서 양화대교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정수장으로 쓰이던 선유도는 2002년 선유도 공원으로 다시 꾸며져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드라마 촬영지이자 데이트 장소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시, 기억발전소 제공

1971년 4월16일 아침. 박정자(63)씨는 생애 첫 외박에 한껏 들떠 있었다. 당시 경기도 한 여고에 다녔던 박씨는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 시절 가장 인기 있던 수학여행지는 경주 불국사나 아산 현충사였지만, 일부 학교는 교장 재량으로 다른 곳에 갔다. 박씨와 친구들은 버스를 타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다. 더 멀리 떠나고 싶었던 이들의 볼멘소리를 뒤로하고 버스는 사흘 동안 경복궁과 창경원, 명동과 남산 일대를 부지런히 돌았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버스가 선 곳은 선유도였다. 합정동과 당산동을 잇는 제2한강교 사이의 작은 섬. 예상치 못한 장소에 아이들은 투덜거렸지만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 멀리 보이는 유엔군 자유수호참전 기념탑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유엔군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기 위해 2300만원의 국민 성금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루한 설명에 하나둘 자리를 뜬 이들은 선유도 선착장에서 사진을 남겼다. 세월이 흐른 지금, 사진 속 기념탑은 사라지고 한때 정수장이 들어섰던 자리에는 공원이 들어섰다. 지금은 드라마 촬영지이자 데이트 장소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박소진 기억발전소 기획팀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