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청년들 5명 이상 모임이면 강서구청서 지원해줘요

강서구 올해 첫 청년 네트워크 지원사업

등록 : 2018-11-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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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구 25개구 중 두 번째 많아

참여예산사업으로 16개 팀 선발

영리 목적·종교 활동 외 무제한

한 팀당 80만~200만원 활동비 지원

지난 6월 강서구 개화산역 인근에 문을 연 극단 오르다(대표 박민수)는 강서구의 첫 청년 네트워크 지원사업에 뽑혀 활동비를 받았다. 사진은 오르다의 첫 연극 의 공연 모습. 극단 오르다 제공

강서구에 사는 박민수(37)씨는 연극배우다. 대학로에서 15년 동안 연극을 했다. 올해 그는 일생일대의 변화를 추진한다. 대학로를 떠나 동네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주민들과 만나기로 했다. 주민들은 가까운 동네에서 연극을 볼 수 있고, 연극단은 제작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인근 예술인 15명과 함께 지난 6월 개화산역 근처에 ‘극단 오르다’를 열었다. 하지만 지역 기반이 없는 청년 연극단이 자리잡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연극단원들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도 했다. 박씨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활동을 이어가도록 돕는 자치구의 지원을 찾아나섰다.

강서구의 청년(19~39살) 인구는 10월 말 현재 20만1천 명이다. 서울의 자치구 가운데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최근 마곡지구 개발로 1인 가구를 위한 오피스텔들이 늘어나며 청년이 더 많아졌다. 그동안 강서구에는 노인과 아동 관련 제도는 많았으나 청년 정책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청년 단체나 모임도 별로 없고, 청년 단체 간 교류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었다.

서울의 자치구 9곳(강동, 강북, 금천, 구로, 도봉, 서대문, 서초, 영등포, 은평 등)은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류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구청마다 각각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강서구는 올해 처음으로 청년 네트워크 지원사업을 시민참여예산사업으로 진행해, 지난 7월에 참가자를 모집했다.


강서구 제공

지원 대상은 강서구에서 살거나 일하는 청년 5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분야는 제한하지 않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종교 활동은 뺐다. 참가자 심사는 서면과 면접 두 단계를 거쳤다. 면접 심사에는 모임별 참여자 3명 이상이 참석하도록 했다. 낮에 참석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대부분 야간에 면접을 했다. 면접에서는 활동의 구체성을 중점적으로 봤다.

지원한 16개 팀이 모두 뽑혔다. 선정된 모임의 분야는 글쓰기, 요리, 디지털 콘텐츠 제작, 노래와 악기 연습, 마라톤, 복싱 등 다양하다. 참여자는 약 120명이다. 강서구는 한 모임당 80만~200만원(참가자 수 등 차등 지급)의 활동비를 지원했다. 또 청년 네트워크 간담회도 열어 서로 교류하도록 도왔다.

극단 오르다도 지원 모임으로 뽑혔다. 사실 박씨는 대학로의 비싼 대관료와 제작비 부담 때문에 연극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지역에 연극 공연 극장을 만들기로 한 뒤, 강서구청과 예술 행사 등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 알아보다 청년 네트워크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식비나 월세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자치구의 지원사업은 작은 힘이 된다. 극단 오르다는 오는 24일부터는 새 작품 <잠복근무>를 무대에 올린다. 박씨는 많은 주민이 관심을 가지고 공연을 보러오길 기대하며 “지역 문화예술의 선두주자가 되는 행복한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한다.

‘글쓰는 수요일’은 매주 수요일 만나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회원이 5명에서 93명으로 늘 정도로 청년들의 관심이 높다. 조윤성 대표는 “글쓰기를 좋아해 동네에 모임을 만들어볼까 생각하던 차에, 청년 5명이 모이면 지원해준다는 소식에 지원했다”면서 “이렇게 회원이 많아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글쓰는 수요일 회원들은 최근 임시 개방한 마곡의 서울식물원 행사 홍보부스에서 회원들이 쓴 글을 전시하기도 했다.

10월19일 16개 모임이 모두 모인 청년 네트워크 발대식(아래 사진)에서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모임 활동과 교류로 지역 참여를 넓혀달라”며 지원사업이 마중물 역할을 해 청년들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참여에 나서길 기대했다. 노 구청장은 청년의 참여로 내실 있는 지원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구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서구는 다음달 청년 정책위원회도 꾸린다. 위원장은 구청장이 맡는다. 이미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을 포함해 참가 의사를 밝힌 이들이 적잖다. 지역 청년을 위한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싶어서다. 한편 관악, 금천, 서대문, 성동, 성북, 도봉, 은평 등 7개 자치구는 청년 정책위원회를 운영해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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