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남편 빚’ 해결 도와준 마을변호사

기고ㅣ강태웅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등록 : 2018-10-11 16:12 수정 : 2018-10-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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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시민의 전화를 받았다. 이혼한 전남편의 빚 때문에 몇 날 밤을 지새우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힘들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동주민센터 마을변호사의 도움으로 걱정을 한결 덜었다는 감사의 전화였다. 가까운 곳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지만, 상담 기회가 한 달에 두 번이라 좀 아쉽다는 귀띔도 함께….

서울시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다양한 민원 전화를 받아봤지만, 이번처럼 뿌듯함이 오래 남는 경우는 드물었다. 살다보면 어느 순간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운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주변에 도움받을 만한 사람도 없고, 법률 지식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 조용히 나타나서 해결사가 되어주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인 듯싶다. 이런 정책들이 하나둘 뿌리내리며 시민의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편리해지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최고의 보람이다.

법은 우리 사회에 모세혈관과 같다. 다양하고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누구는 임대차 계약, 누구는 교통사고, 임금 체불, 사기를 당하는 일이 본인도 모르게 생길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시민들은 몇 날 밤을 지새우고,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를 찾아가야 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등 수많은 고민이 생긴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자주 부딪히는 법률, 세무, 노무 분야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자 분야별로 무료 상담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법률 문제를 쉽고 편리하게 상담하고,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을(동)마다 연결된 우리 동네 담당 변호사가 마을변호사 제도다.

2014년부터 시작한 서울시 마을변호사는 지금까지 임대차, 상속, 혼인·이혼, 호적·친자 순으로 3만1668건의 무료법률 상담을 했다. 처음에는 마을변호사를 희망하는 83개 동주민센터 중심으로 시범 운영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해마다 확대하다가 지난해 7월1일부터 25개 자치구 424개 모든 동주민센터에서 운영한다. 동주민센터마다 정기 상담일을 지정해 사전에 상담 예약을 받고, 당일 마을변호사가 동주민센터로 방문해 상담한다.

마을변호사가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칭찬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이 사업에 참여하는 변호사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열악한 상담 환경에서도 3년간 재능기부로 사회 공헌에 앞장서준 808명의 서울시 마을변호사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마을변호사야말로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영웅이다.

동네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고르듯이, 생활 속 법률 문제를 동네 주민센터에서 편리하게 전문가 상담과 자문을 받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서울시 마을변호사다. 우리가 질병에 걸렸을 때 초기에 진료받고 예방하면 큰 수술을 면할 수 있듯이,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법률적 고민을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써 나중에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미 올빼미버스, 환자 안심병원, 이동 노동자 쉼터 운영 등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을 여러 가지 하고 있다. 법률 문제로 고민하는 시민에게 적절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변호사 제도가 시민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 모든 동주민센터로 법률 상담 확대 2년차를 맞은 마을변호사 제도가 시민들 생활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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