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이태원 문화의 또 하나 볼거리

용산공예관

등록 : 2018-10-11 16:05 수정 : 2018-10-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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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보내고 나니 가을이 꽤 깊어졌다. 가을 햇살 가득한 9월 어느 날, 오랜만에 한남동 마실을 다녀왔다. 한강진역 3번 출구로 나오니 뮤지컬 공연의 메카 블루스퀘어가 먼저 반긴다. 이곳 2~3층의 ‘북파크’도 어느새 유명해졌다. 5분쯤 걸었을까, 전면이 통유리로 건축된 남색 건물이 보인다.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패션5’. SPC에서 만든 디저트 카페다. 패션5 바로 옆에 ‘용산공예관’이 있다.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전통 공예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문화적 가치를 계승해나간다’는 취지로 용산구가 야심 차게 준비해온 용산공예관. ‘한국 안의 작은 지구촌’이라고 일컫는 이태원 문화와는 다소 상반된 이미지이지만, 그렇다고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히려 해마다 3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태원이야말로 공예관이 있을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패션5 못지않게 세련된 건물로 ‘꼼데가르송길’이라고 일컫는 일대 풍경과도 조화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공예관은 파리크라상과 용산구의 합작품이다. 패션5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에서는 주차장이 필요했고, 구는 건축비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파리크라상이 최장 20년간 주차장을 무료로 사용하기로 하고, 55억원을 들여 공예관을 지어주었다. 이런 이유로 용산구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창의상 ‘상생협력’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부연 설명은 여기까지. 다시 공예관에 집중하자면, 1층은 전시매장이다. 소라 라(螺), 비녀 전(鈿).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표면에 감입시킨 나전칠기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칠공예 장식기법이다. ‘자개’라는 고유어가 더 익숙한 나전칠기의 오묘한 빛깔에 시선을 빼앗겼다. 은은하게 빛나는 황금빛 놋그릇은 또 어떠한가. 수천 번, 수만 번 두드려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는 놋그릇에서 장인의 생명력이, 전통의 멋과 품위가 온새미(가르거나 쪼개지 않은 생긴 그대로의 상태)로 전해진다.

한참을 넋 놓고 보다보니 오르골 소리가 들려왔다. 십이간지 동물을 형상화한 오르골이다. 그 옆으로 꽃잎 모양의 은칠보 차받침, 은장도, 가락지, 노리개가 보인다. 이곳에는 한국 공예품 500여 품목, 14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용산공예관의 진정한 매력은 전통 공예를 체험하는 데서 나온다. 2층에는 전문공예가 공방 4개실과 한복·도자기 체험장이 자리했다. 3층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예 교육을 진행하는 ‘공예배움터’와 짚풀, 죽(대나무), 한지, 종이, 규방, 자수, 금속, 칠보, 민화, 병풍 등 분야별 공방이 있다. 60살 이상 어르신 공예가들이 이곳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후학을 가르친다.

‘서울은 몰라도 이태원은 안다’고 할 만큼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이태원 거리. 한강진역 일대까지 영역을 넓혔다.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음식점과 분위기 좋은 카페만이 아니다. 리움미술관에 더해 골목골목 미술관과 전시장이 문을 열면서 이 일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우리네 전통의 멋을 담아 올해 2월 문을 연 용산공예관은 이색적인 이태원 문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태원에서 색다른 추억을 더하고 싶다면, 전통공예품 관람은 물론 체험까지 가능한 용산공예관에서 하루를 보내길 추천한다.


임지원 용산구청 언론팀 주무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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