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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꾼 숲공원…센트럴 파크를 꿈꾼다

시민들 서울숲공원 자원봉사 활발…SNS로 소통

등록 : 2018-10-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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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대형 공원 운영 첫 사례

시민 의견 듣는 ‘반상회’ 열어 논쟁 해결

2022년 레미콘공장 이전해 공원 확장

시민단체 ‘공원의친구들’이 마련한 대규모 봉사활동 행사에 참석한 자원봉사자들이 9월15일 서울숲공원 꽃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잡초를 뿌리째 파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자라나요.”

조장인 윤경진 숲해설가의 따끔한 목소리가 귀에 날아들었다. 9월15일 오전 서울숲공원에서 호미와 장갑을 받고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습지생태원 근처 비비추와 나리가 자라는 꽃밭에서 잡초 제거 봉사활동을 했다. 열심히 잡초를 파냈지만 뿌리가 중간에서 끊어져 뿌리까지 파내는 게 쉽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바로 옆에서는 너무나도 손쉽게 잡초를 뽑아내는 사람이 있었다. 호미를 한 번 휘두르자 잡초들이 여기저기서 뿌리째 달려나왔다. “고향이 시골이라 많이 해본데다 농사짓는 처가 일도 틈틈이 돕고 있어서 잡초 뽑는 일이 힘들지 않아요.” 딸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러 온 이제명(46)씨는 묻는 말에 답하면서도 호미질을 쉬지 않았다. 이씨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 1 딸이 엄마 아빠와 같이 다니려 하지 않고 혼자 있으려 해 걱정이 많았다”며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일부러 자원봉사를 신청했는데, 휴일을 함께 보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잡초를 뽑은 지 20여 분 지났을까. 송골송골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쪼그려 앉은 무릎도 뻐근해졌다. 허리를 펴려고 자리에서 잠시 일어섰다. “아빠, 나도 하나 뽑았어.” 바로 옆에서 앙증맞게 호미질을 하던 한 아이가 갑자기 기뻐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손에는 잡초 두 포기가 들려 있었다.


이날 열린 자원봉사 활동은 공원 봉사활동 플랫폼인 ‘공원의친구들’이 주최한 행사의 하나로 열렸다. 공원의친구들은 공원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준다. 시민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공원을 가꾸고 지키는 즐거움을 얻고, 공원의친구들은 은행연합회의 후원으로 시민들의 봉사활동 시간(1시간마다 1만원)을 적립해 공원에 기부하고 있다. 봉사활동은 물주기와 잡초 제거 등 정원 관리, 안내판 설치나 울타리 꾸미기 같은 시설물 관리, 낙엽 쓸기와 쓰레기 정리 등 공원 정리, 캠페인 봉사 등 다양하다.

서울숲공원은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숲컨서번시가 2016년 11월부터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서울에 있는 규모 10만㎡(약 3만300평) 이상의 대형 공원 중에서 최초다. 서울숲컨서번시는 시민단체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서울숲공원을 운영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2003년부터 활동한 시민단체 서울숲사랑모임이 모태가 됐다. 서울숲사랑모임은 당시 서울숲공원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담당했다. 신근혜 서울숲컨서번시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공원을 단순히 녹지 공간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숲공원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시민과 소통하고 그 결과를 공원 운영에 반영한다. 논란이 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반상회’를 연다.

몇 년 전부터 서울숲공원에 텐트와 그늘막을 허용해야 하는지 논란이 일었다. 서울숲공원은 2016년 네 차례 넘게 ‘반상회’를 열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같은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서울시와 전문가, 그리고 자문기관은 서울숲공원에 그늘막 설치를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숲공원은 나무숲으로 이뤄진 공원이기 때문에 굳이 인공 그늘막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나무가 만들어주는 자연 그늘을 이용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요즘은 배달 음식과 반려동물의 펫티켓 관련 반상회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이용하자는 ‘도시락 정원’도 반상회 주제로 올라 있다.

신근혜 팀장은 “반상회는 이용자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어 조심스럽다.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소통으로 원만한 결정을 끌어낸다”고 했다.

서울숲공원은 ‘서울숲공원에 국화꽃이 피었다’거나, ‘은행나무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등 시시각각 공원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다. 신 팀장은 “시민들은 이런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 때맞춰 서울숲을 찾을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일상에 쫓기다보니 언제 어떤 꽃이 피고 언제 단풍이 지는지 알아서 때를 맞추기 어렵지만, 오늘 꽃이 피었다고 우리가 알려주면 다음날 꽃을 보러 올 수 있죠.”

서울숲공원이 시민을 상대로 교육과 소통을 많이 하는 까닭은 시민들이 서울숲공원을 잘 알아야 더 자주 이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골프장과 승마장이 있던 뚝섬 일대에 서울숲공원을 만들어 2005년 6월 개장했다. 서울숲공원 옆에는 여전히 레미콘 공장과 유수지 등이 남아 있는데, 서울시가 지난 3월 서울숲공원 확장 계획을 발표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서울시는 서울숲공원 면적을 43만㎡(약 13만300평)에서 61만㎡(약 185만 평)로 넓히고, 2022년 6월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삼표레미콘 공장(2만7828㎡) 자리에 수변문화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공원에는 도쿄의 산토리음악홀, 파리의 루이뷔통미술관과 같은 ‘과학문화미래관’이 들어선다. 세계적인 체험형 과학전시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과학관과 제휴해 인기 콘텐츠도 들여올 계획이다.

서울숲공원이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나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못지않게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심 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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