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기고ㅣ 김수영 양천구청장

등록 : 2018-09-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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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참 바쁘다. 학교 숙제는 기본이고 학원도 두어 군데는 다니는 게 보편적이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스펙을 쌓기 위해 경험해야 할 것도 많다. 훗날 아이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허리 휘는 투자 덕에 아이들은 자꾸만 바빠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능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초 단위로 변하기 바쁜 교육 정책은 따라가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하루 중 약 34분’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야외에서 ‘노는’ 시간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의 또래 아이들에 견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삶을 누리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자 권리다. 놀이와 함께 인성과 창의성이 자라고 친구들과 함께 협동심과 자주성을 키워간다. 이런 기회들을 우리 아이들은 잃어가고 있다.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언제일지 모를 미래 행복을 위해 정작 지금 당장 누려야 할 아이들의 행복이 담보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 뉴질랜드 웰링턴시 부시장, 싱가포르 국영방송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양천구의 놀이터를 찾았다. 이들이 주목한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는 이름에서처럼 아이들이 실컷 뛰고 놀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창의놀이터다. 나이, 신분, 국적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우선에 둔 유엔아동권리협약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잘 노는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인식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 합의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한 아이가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먼저 ‘잘 노는 것’을 아이의 권리로 수용하는 사회적 인식과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으려면 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

양천구는 자연 속 놀이터인 유아숲을 3곳 마련하고 ‘움직이는 놀이터’를 통해 아이들을 밖으로 이끌었다. 자발성을 발휘해 공감과 교감을 형성할 창의놀이터 만들기에도 주력했다.

현재 3곳의 창의놀이터가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2022년까지 15곳을 추가해 집 가까운 곳에서 놀이의 일상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170개 관련 사업들을 총괄할 수 있는 전담팀도 구성했다. 올해 초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에 가입한 데 이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양천구가 양천공원의 낡은 야외무대를 개조해 올해 5월 새롭게 마련한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양천구 제공

무엇보다 당사자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수립과 적용을 위해 아동참여위원회를 구성하고, 권리 침해 시 구제 기능을 수행할 아동권리옴부즈퍼슨을 위촉했다. 양천구는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의 제도적 보장을 통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쌓아나가는 중이다.

우리 아이들은 “나중 말고 지금 행복해지고 싶어요!”라고 외치고 있다. ‘다 겪어본’ 어른임을 내세우며 언제까지 그 소리를 외면해야 할까. 아이의 행복을 정의하는 기성세대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주목하고 스스로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길의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지휘자가 아니라.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는 넬슨 만델라의 말은, 오늘의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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