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에서 만나요” 변화 부른 캠퍼스타운 사업

기고ㅣ이승로 성북구청장

등록 : 2018-09-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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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구월과 시월 사이 안암오거리에서 6호선 안암역으로 이어지는 ‘참살이길’은 붉은색으로 물든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정기적으로 여는 고연전(연고전)을 알리는 펼침막 물결 때문이다.

고연전은 체육대회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깝다. 행사의 백미도 경기장이 아니라 두 대학의 인근 상가, 안암동 참살이길과 신촌 ‘연세로’ 등에서 펼쳐지는 기차놀이다. 폐막식 날 승패를 떠나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학생들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이를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객도 꽤 많다.

하지만 고연전이 끝난 두 대학 앞 거리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대학 캠퍼스와 지역이 시너지를 발휘해 지속해서 유동인구가 유입되는 신촌과 달리, 안암동은 대학가라는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대학 내 편의시설이 늘어나 대학과 골목상권의 매개체가 부족해진 것도 원인이겠지만, 고려대 학생조차 학교 앞보다는 다른 지역을 선호하다보니 안암동 참살이길을 활성화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했다.

최근 안암동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학가 상권을 특화하고 대학 구성원의 지성이 살아 숨 쉬는 활기찬 거리를 만들기 위해 성북구와 고려대, 학생, 상인, 주민이 손잡고 나선 것이다. 그 중심에 ‘안암동 캠퍼스타운’과 ‘안암동 참살이길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이 있다.

안암동 캠퍼스타운은 대학의 우수한 자원을 적극 활용·연계한 대학가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다. 대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지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주거빈곤 등 청년문제도 함께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포함된다. 공간 범위는 성북구 안암5동 일대로, 고려대 안암캠퍼스와 6호선 안암역을 중심으로 개운사길과 참살이길 등 89만㎡(약 27만 평)에 이른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2017년 자치구 중 성북구가 최초로 시도했다. 1년 남짓이지만 직접 고용인원 80여 명, 매출액 4억여원, 다수의 사업자·상표 등록, 특허 출원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대학문화의 변화도 중요한 성과다. 신촌이나 홍대, 강남 등에서 소비하고 문화를 향유했던 고려대 학생들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활동의 중심을 안암동으로 옮기고 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왕이면 성북에서, 안암동에서 만나요!”

오대양 육대주를 누볐던 컨테이너 38개를 쌓아올린 독특한 외관의 ‘파이빌’과 학생과 주민 누구나 창업, 문화, 주거 등 캠퍼스타운 현안 사업을 공유, 논의할 수 있는 자율 기부 형식으로 운영하는 공유카페 ‘스타트업 카페’(STRT-UP CAFE)가 안암동 캠퍼스타운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면, 안암동 참살이길 활성화 사업을 상징하는 공간은 ‘고대아이스크림’(가제)이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볐던 컨테이너 38개를 쌓아올린 안암동 ‘파이빌’은 안암동 캠퍼스타운 사업을 상징하는 곳이다. 성북구 제공


고대아이스크림은 관광객 등이 스스로 꾸준히 찾아오도록 함으로써 안암동 참살이길에 활력을 불어넣을 회심의 사업이다. 안암동 캠퍼스타운 내 평범한 녹지 공간을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 꾸며 누구나 찾아와 인증샷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과 상인은 물론 고려대 건축과 오상헌 교수와 학생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 버스킹 공연 등을 수시로 감상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레 소통하면서도 참살이길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올 연말이면 고대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다.

성북구는 전국에서 대학이 가장 많은 도시다. 고려대를 포함해 8개의 대학을 품고 있다. 지역과 대학이 상생·발전하고 대학이 배출한 청년 인재가 지역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고 그 성과가 지역에 선순환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성북구의 캠퍼스타운 사업을 롤모델로 삼고 벤치마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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