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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북사업 조직 ‘과’에서 ‘국’으로 크게 확대

서울시·자치구들 남북 교류협력 잰걸음

등록 : 2018-09-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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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대 분야 10대 협력사업 제시

경평축구 공동 개최 등 준비

마포, ‘평화 1번지 프로젝트’ 시작

금천, G밸리-개성공단 연계 구상

서대문, 통일문화체험 한마당 개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위해 지난 8월10일 입국한 북한 선수단이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들어서자 남쪽 사람들이 환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시와 자치구들의 남북 교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말부터 시민들에게 아이디어 공모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시민들에게 남북 교류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얻기 위한 것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남북 교류 사업에 포함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김창현 서울시 남북협력담당관은 7일 “평창겨울올림픽 때 포괄적 교류협력을 북쪽에 제안했고 아직 공식 답변을 받은 것은 없다”며 “개별 사업에 대해서는 계속 실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에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 방안’ 3대 분야 10대 사업을 북쪽에 제안했다.

아무래도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와 연계돼 있어 경제나 인프라 협력은 당장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는 대북제재와 관계없는 문화·체육 관련 교류를 우선 추진해 시민들의 인식을 확산하고 공감대를 높여갈 계획이다. 김 담당관은 “서울시와 북쪽이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경평축구나 전국체전 100주년 행사 공동 개최 등을 비롯해 역사·문화 분야에서 가능한 것을 선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11일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판 문점선언 그리고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로 축하 공연에 나선 공연자들이 대형 한반도기를 배경으로 만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민규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센터 연구원도 ‘서울-평양 남북 교류협력 방안’에서 “유엔 안보리를 포함한 대북제재가 언제 완화·해소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개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등을 고려해 남북 교류사업을 선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하반기 들어 남북 교류협력을 담당할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2일부터 대외협력 업무로 포함돼 있던 남북 교류협력 총괄 조정 기능을 기획조정실 소관 사무로 바꿨다. 기획조정실에 남북협력담당관을 신설하고 남북교류정책팀, 사회문화교류팀, 경제협력지원팀 등 3개 팀(12명)을 둬 조직 규모를 키웠다. 서울시는 조직 확대에 맞춰 외부에서 북한 관련 전문가 3명을 영입했고, 앞으로 1명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0월에는 남북협력추진단으로 조직을 다시 확대한다. 지난 8월 지방정부 최초로 국 단위의 남북협력추진단을 행정1부시장 직속으로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10월18일 시의회 심의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과’ 단위의 남북협력담당관을 ‘국’ 단위로 확대 개편하는 것으로, 시정 전반의 서울-평양 교류협력 사업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전담한다. 남북협력추진단은 남북 대표 도시 간 지속가능한 협력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민간교류 활성화를 지원한다. 첫 사업으로 서울과 평양이 공동 주최하는 ‘전국체전 100주년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하위 조직으로 기존 남북협력담당관 외에 개발협력담당관을 신설한다. 남북협력담당관은 사회·문화 분야 협력 사업을, 개발협력담당관은 상하수도 개량, 도로 등 평양의 인프라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의 기초지방자치단체(구청)들도 다양한 남북 교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화해 중심도시구’를 표방한 마포구는 최근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는 ‘평화1번지, 마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지난 8월31일 남북문제와 평화 관련 책을 모은 특별 서가 ‘평화로 가는 길’을 공개했다. 북한과 통일, 평화와 관련된 170권의 책들로 서가를 꾸몄고, 북한과 평화를 주제로 한 강연도 꾸준히 열 계획이다. 또한 분기별로 책과 전시물 등을 활용해 남북 교류와 통일을 떠올리게 하는 ‘만남’ ‘재회’ ‘함께’ 등의 주제로 책 큐레이션도 진행한다. 마포구는 유동균 구청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남북 교류협력 전담반을 내년에 신설하고 개성공단 물품 판매 전시관도 열 예정이다.

금천구는 북한의 경제 개방은 침체 상태에 있는 국내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천구 지(G)밸리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개성공단을 관리하고 있다. 지밸리에는 봉제·패션 기업이 많은데, 이를 개성공단과 연계하면 금천구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북한 경제도 지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2004년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운영했던 정보기술(IT) 기업 북남교역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당시 북한이 개발한 모바일게임 ‘독도를 지켜라’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접촉해 북한 사람들의 경제관념 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유 청장은 “북한과 교류했던 경험을 살려서 지밸리 기업들이 북한에 경제적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북쪽에 있어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노원구도 남북 교류를 대비하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11년 전인 2007년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준비 실무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노원구는 이런 구청장의 경험을 자산 삼아 도시 지자체 간 자매결연이나 체육·문화 교류에 적극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통일로가 지나는 길목에 있는 서대문구는 해마다 구청 광장에서 ‘통일문화 체험 한마당’을 열며 남북 교류협력에 대비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통일 공감대를 넓히고 지역 내 북한이탈주민과 소통을 넓히기 위해 북한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과 무료 시식, 북한 물품·사진 전시회, 북한이탈주민 돕기 나눔 바자회 등을 열고 있다. 서대문구는 또 ‘가족과 함께하는 파주 일원 생태·평화 탐방’을 운영하며 남북 화해 국면에 대비해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앞으로 신촌 맥주축제에 평양 대동강 맥주를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도 지난 8일 양재천 영동3교 야외 공연장에서 하나 된 한반도를 주제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타일벽화 제막식을 열었다. 벽화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구에서 실시한 평화·통일 교육 수강생 643명이 소형 타일에 직접 그린 그림과 캘리그래피를 이어 만든 것으로, 총면적 30.24㎡(가로 12.6m, 세로 2.4m)나 된다. 이날 식전 공연으로 평양민속예술단과 물푸레소년소녀합창단이 무대에서 열창했다.

강남구가 8일 통일을 염원하는 타일벽화 제막식을 열었다. 강남구 제공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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