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소상공인 권익 최고의 자치구 만들 것”

초선이 민선 7기 서울 구정 이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

등록 : 2018-09-13 15:41 수정 : 2018-09-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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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공약 1호 ‘노동권익센터 설립’

열악한 노동자 문제 자치구가 고민할 때

소신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 이끌어

약자 권리 신장시킨 정치인으로 기억되고파

4년 뒤 구 인구 ‘43만→ 54만’ 예상 속

고덕상업단지 개발 등 11만 명 고용 기대

5·8·9호선 연장 동시 진행…구 가치 올려

개발이익 고른 분배로 지역 간 격차 줄일 것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지난 6일 인터뷰에 앞서 강동구 구립 어린이회관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했다. 안전한 출산과 영유아 육아와 교육은 이 구청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앞으로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강동구 젊은 층 인구의 요구에 부응하고, 운영이 어려운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지역부터 구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 동남쪽 끝 강동구는 1979년 구 신설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현재 25개 서울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3개의 지하철 노선(5·8·9호선) 연장 공사가 동시에 벌어지는 것만 봐도 이 지역의 팽창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고덕 상업업무복합단지’ ‘강동 일반산업단지’, 천호대로변 상업지역 재개발 등 각종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2년께는 인구도 현재 43만 명에서 54만 명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 동남쪽 끝 ‘변두리’ 동네가 서울 강남과 경기 동부 수도권(하남·구리·남양주)을 쌍끌이하는 교통·경제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강남 3구에 강동을 더해 ‘강남 4구’라 할 정도다.

이정훈(51) 강동구청장은 강동구 주민들이 이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선택한 젊은 구청장이다. “젊은 강동”을 외쳐 당선한 정치인답게 그는 자기 소신에 따라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려는 것 같다. 선거 공약 1호가 “노동권익센터 설립”인 것이 단적인 예다. “강동을 서울에서 가장 노동자·소상공인의 권익이 보호받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개발이익의 고른 분배를 통해 지역 간·계층 간 경제 격차를 줄이고, 유입되는 새 주민들이 충분히 안전한 출산·육아·교육을 누리는 강동을 만들겠다.” 초선으로 구정을 책임진 만큼 “4년 임기는 너무 짧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요즘 일부 언론에서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4구’를 관용어처럼 쓰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핫한’ 지역의 구청장이 됐다.

“강동은 지금 가장 격동기다. 4년쯤 뒤에는 인구가 10만 이상 늘어나는데 이런 폭발적 증가는 현재 서울에서는 강동이 유일하다. 그러나 교통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은 많이 취약하다. 잘 준비하지 않으면 주민의 삶은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 굉장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변화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베드타운이라고 하는 주거 중심지에서 자족 능력을 갖춘 경제도시로 바뀌고 있다. 고덕동 일대에 들어서는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는 강동구 개청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들어온다. 상일IC 주변에 조성되는 강동일반산업단지(지식기반 융복합단지)에는 엔지니어링 기업, 정보통신 기업 등 200개 이상의 기업이 유치된다. 두 단지가 마무리되면 약 20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약 11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구도심 천호역을 중심으로 복합개발도 추진된다. 엄청난 변화다.”

곳곳에서 지하철 연장 공사가 한창이다. 대부분 외부로 뻗어나가는 노선이다. 교통이 비약적으로 좋아질 것 같다.

“그렇다. 지하철 3개 노선 연장이 동시에 이뤄지는 유일한 곳이 강동이다. 대표적으로 상일동역에서 하남시를 연결하는 5호선 연장 노선은 2020년 개통 예정이다. 잠실에서 암사역까지의 8호선 연장은 구리에서 남양주 별내 신도시까지 이어지는 노선으로 2023년 개통이 목표다. 가장 황금 노선은 9호선이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보훈병원역까지 연결하는 3단계 노선이 오는 10월 개통된다. 여기에 4단계로 보훈병원역에서 길동생태공원, 한영고교, 고덕역을 거쳐 고덕강일지구에 이르는 연장 노선(하남 미사강변도시를 거쳐 한강 이북 경기도 지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이 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2020년 공사를 시작해 2025~2026년께 공사를 마치는 9호선 완전 개통은 단순히 교통문제를 넘어 강동의 지역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서울 강동에서 강남을 거쳐 강서 지역까지 한번에 오갈 수 있어 주민들의 교통과 생활 환경이 크게 향상될 뿐 아니라, 고덕단지와 강동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도 매우 유리한 사업 조건이다. 이외에도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가 2023년 준공되면 강동에서 세종시까지 승용차로 1간10분 거리가 된다.”

강동 일부 낙후 지역은 개발에서 소외될 수 있다. 경제 격차 문제도 대비해야 하는데.

“성내동 초입 등에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강동 지역 성장의 열매가 천호동, 암사동 일부 지역, 길동, 성내동 주민에게까지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 입주를 희망하는 많은 기업에 강동구민들을 우선 고용하도록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개발 효과가 주변 지역도 함께 일으키는 재원이 되어 개발과 복지,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미래를 창출하고 싶다.”

주민 복지 대책도 빼놓을 수 없는 구청장의 일이다.

“강동을 따뜻한 행정이 펼쳐지는 ‘포용적 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 구정 목표도 ‘더불어 행복한 강동’이다. 예를 들어 크고 작은 공공시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기관, 노인종합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주요 복지시설은 우리 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천호동부터 배치한다. 지역아동센터 중 열악한 민간 시설은 구립으로 전환해 직접 운영할 것이다. 이것도 천호동 저층 주거지부터 시작하겠다.”

세계적인 가구 업체 ‘이케아’가 고덕복합단지에 들어온다고 들었다.

“컨소시엄 형태로 유치되는데, 이케아 쪽이 굉장히 적극적이다. 1만 평이 넘는 규모가 될 것이다. 이케아는 단순한 가구 기업이 아니다. 유통 분야에서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기대가 크다. 내년 4월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오는데 주변 소상공인과 마찰은 없을까?

“대형 유통업체가 입점함으로써 상권 유출, 생존권 위협 등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상인연합회라든지 가구 업체, 소매점 등에서 일부 반대가 있지만 잘 풀어가고 있다.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협약이 이뤄지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인터뷰하러 오다 보니 구청 앞에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던데, 도시가 팽창하면 이해 충돌도 잦을 것 같다.

“오늘 집회는 테니스장을 둘러싼 갈등이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은 시끄러우니 없애달라 하고, 테니스장 회원들은 생활체육시설의 공공성을 주장한다. 두 쪽이 모두 집회 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결국 타협점을 찾아내는 게 우리 일이다.”

구청장 선거 공약 1호가 노동권익센터 설립이었다. 강동에서 노동 권익이 강조돼야 할 이유는?

“도시에는 열악한 조건의 정규·비정규 노동자들, 자영업자들, 구직 청년 등이 넘치고 있지만, 자치구들이 얼마나 이런 문제를 고민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동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정신적·육체적 활동이다. 즐거워야 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이어야 한다. 제가 구상하는 노동권익센터는 노동 인권뿐 아니라 지역 자영업자, 소상공인 보호에도 나서는 종합적인 센터로서, 구청장 직속기구로 운영할 생각이다.”

규모는 어느 정도로 계획하는가?

“상근 인력만 20명 정도 예상한다. 변호사, 노무사, 심리상담 전문가 등이 배치될 것이다. 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는 대로 바로 착수해 다른 자치구들이 와서 보고 배워갈 수 있는 기구로 정착시키고 싶다.”

임기가 4년이다. 초선 단체장으로서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평소 어려운 이웃을 많이 생각해왔다. 구청의 정책 한두 개가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제가 구청장이 된 뒤 구정이 좀더 따뜻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선거 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테니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저를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정치인으로서, 자연인으로서 꿈이 있다면?

“격동기의 강동을 연착륙시키려면 4년은 짧은 기간이다. 안정적으로 강동의 미래를 바꿔나갈 기회를 계속해서 주신다면, 오로지 이 임무에 매진하겠다. 그런 뒤에는 약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신장시킨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늘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힘이 들 때는 혼밥도 하고 혼술도 하며 자신을 격려한다.”


이정훈 구청장은?

“초등학교 교통안전봉사 6년간 한 주도 안 빠져…약속 꼭 지켜”

△제8~9대(2010~2018) 서울시의원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제17대(2004) 국회 이상경 의원 보좌관 △민주당 강동갑 지역위 사무국장(2003) △신영증권 근무(1992~97) △서강대 학생회 투쟁위원장, 집시법 위반 실형 △호남고, 서강대 정외과 졸업 △1967년 전북 정읍 출생, 부인 전은희(43)씨와 2남.

이정훈(51) 강동구청장은 “17년 전 온 가족이 암사동(서원마을)으로 이사 올 때만 해도 정치를 하거나 구청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갑작스러운 선배의 권유로 한 달여를 준비해 구의원 선거(2002)에 나간 것이 “어쩌다 정치인이 된” 출발점이었다. 이력만 보면 시의원 두 번을 거쳐 순탄하게 구청장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자신은 “두 번의 낙선 끝에 8년 만에 어렵게 시의원이 되고 보니 배지의 소중함이 절실했다. 그 뒤 8년은 누구 못지않게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두 가지 일화를 들려준다. 초선 시의원 시절인 2011년, 당시 강력한 친여 단체인 재향군인회가 연간 271억원대 규모의 지하철(서울메트로) 청소용역권을 37년간이나 독점해온 실태를 지적하고 2년여 동안 청소용역권을 수의계약에서 일반 경쟁으로 전환시키는 싸움을 이끌었다. 또 한 가지는 그가 초등학교 앞 교통안전지킴이를 6년간 한 주(매주 월요일 아침)도 거르지 않고 한 일이다.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는 자기 원칙을 깨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구청장은 젊은 나이에 기복 있는 삶을 살았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정의감이 강한 성격을 따라 열혈 운동권이 되어 감옥살이까지 경험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증권회사에 들어가 “잘나가는 증권맨”으로 삶이 바뀌는 듯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졸지에 백수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돌이켜보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너무 만만히 본 탓”이었다. 재기를 도모하기 위해 이사 온 ‘무연고’ 지역에서 당시 민주당 강동갑 지구당위원장(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권유로 구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쓴맛을 봤다. 이 패배는 그에게 큰 교훈이 되었다. 절치부심하던 그는 당시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이해식 전 강동구청장)의 권유로 서울시의원 선거에 도전했다가 열린우리당 몰락과 함께 또 고배를 들었다. 잇단 선거 패배로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마음에 큰 상처가 남았다. 체념과 재기의 의지가 교차하는 가운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출마한 2010년 시의원 선거에서 당선한 그는 4년 뒤 재선 때는 강동·송파 지역에서 최다 득표를 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구청장선거에서도 예비 경선을 두 번이나 치른 끝에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민주당의 공천을 거머쥐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는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자라고 한다. 훌륭한 조력자들의 경륜에 힘입어 좋은 구정을 펼쳐 4년 만으로는 아까운 구청장이란 소리를 꼭 듣겠다.”


나를 있게 한 이것

아버지, “돈 받지 마라” 가르침 ‘쟁쟁’

내가 두 번째 선거에서 떨어지고 이듬해 돌아가셨다. 나를 무척 믿고 사랑해준 분에게 끝내 아들의 성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한이 나를 밀고가는 힘이다. 어머니도 누나들도, 동생도 내게는 모두 아버지의 마음이다. “돈 받지 마라. 공술 먹지 마라. 약자들을 괴롭히는 짓을 참지 마라.”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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