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미스터피자 분쟁 중재 해법은?

기고ㅣ조인동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

등록 : 2018-08-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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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제민주화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등 제도와 조직 기반을 마련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환경 개선을 고민하고, 프랜차이즈와 문화예술 등의 분야별 불공정 거래를 계속 실태 조사해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현장에는 아직도 변화가 많이 필요하다. 2016년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49개 가맹본부에 소속된 서울시 소재 1328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프랜차이즈 필수 구입물품 실태조사’를 한 결과, 설탕·식용유 등 시중에서 살 수 있는 공산품과 젓가락 등의 일회용품을 필수물품으로 등록해, 가맹본부에서만 사도록 강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와의 관계에서 불공정 계약을 맺거나 불공정 계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가맹점주와 가맹 본사 사이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2017년에 가맹 분야의 불공정 관행으로 서울시 불공정피해 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65건으로 2013년에 접수된 137건과 비교하면 93.4%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의 빈도가 높아지고, 갈등의 원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년이 넘는 동안 서울시의 중재로 갈등을 대화로 풀어내며 최근 상생협약에 이른 ‘미스터피자’의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 사례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경제적 공동체를 구성해 가맹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힘의 균형을 맞추도록 시스템을 바꿔 본질적인 유통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그동안 본사를 통해서만 사야 했던 필수구매 품목 가운데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내년 1월부터 자체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 이는 본사 식자재 매출의 약 30%, 연간 12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으로 가맹점주들은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해 25개 자율구매 품목을 공동구매하게 된다. 매입원가를 줄여 가맹점의 수익을 높이고, 동시에 본사와 구매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원·부자재의 품질 기준과 투명한 절차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미스터피자 본사도 자사주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가맹점주 자녀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가맹점주 복지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양쪽의 갈등 중재자였던 서울시는 구매협동조합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조력자로 나선다.

그동안 분쟁조정 권한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조정원)에만 전속돼 있어 현장의 대응성과 피해구제에 신속성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자체적으로 8차례에 걸쳐 가맹·대리점 거래 분야 불공정 실태조사를 했지만, 현행 법령상 지자체는 가맹본부에 조사권, 조정권, 처분권이 없어 실질적인 후속 조처를 마련하기 어려웠 다. 올해 3월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지자체가 가맹 분야 분쟁에 법적 효력을 가지는 조정권한을 확보하게 된 만큼 서울시의 갈등 중재 경험은 프랜차이즈 시장의 불공정 관행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피해구제와 합리적인 조정을 끌어내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번 상생협약이 제2, 제3의 가맹 분야 모범 사례로 이어지길 바란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갑을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가 되고, 투명한 프랜차이즈 유통구조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지난 9일 오후 중구 시민청에서 열린 ‘미스터피자 상생협약식’에서 이동재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왼쪽부터)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흥연 미스터피자 대표가 함께 피자 토핑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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