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서 행복한 동행

“비타민을 사는 순간, 당신은 ‘기부 천사’가 됩니다”

비타민엔젤스, 판매한 비타민 개수만큼 NGO와 복지시설에 전달

등록 : 2018-08-16 16:06 수정 : 2018-09-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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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에 건강 기부’ 목적 설립

19만여 개 비타민 결식아동 등에 ‘도움’

‘감정 호소’ 아닌 ‘최고 품질’로 승부

‘BUY ONE, GIVE ONE’ 고객이 비타민 하나 사면 하나를 기부하는 비타민엔젤스가 5년 동안 기부한 비타민은 19만 개가 넘는다. 왼쪽부터 송민규 CSR 리더, 김바울 대표이사, 김용준 실장.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겨레>의 생년월일은 1988년 5월15일입니다. 이날을 세계 언론사는 국민의 모금으로 창간한 세계 최초의 신문이 발행된 날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어느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와 미래를 위한 언론사가 되어달라는 국민의 바람을 충실하게 이행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한겨레신문사를 사회적기업의 본보기로 꼽기도 합니다.

올해는 <한겨레> 발간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성인으로 성장한 만큼 그동안의 사랑을 사회에 돌려드리려 합니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협의회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적기업을 소개하는 캠페인 ‘함께해서 행복한 동행’을 매월 연재합니다.

사회적기업이 시민 생활과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기부 안 하고 기부하는 방법이 있다? 비타민을 사면 된다! 다소 황당한 방법이지만 ‘비타민엔젤스’가 있어 가능하다. 판매한 비타민 개수만큼 기부하는 비타민엔젤스는 고객의 소비를 기부로 바꾸는 사회적기업이다. 건강은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판매한 만큼 기부하면 이익이 남을까 싶은데 기부하는 비타민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비타민엔젤스는 처음부터 비타민 기부를 목적으로 탄생한 기업이다.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아예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다. 창립자인 염창환 박사는 호스피스 전문의로 아프리카에서 비타민A를 나눠주는 구호활동을 알게 된 뒤 기부사업을 구상했다. 영양소 결핍을 막아 질병을 예방하는 사전 구호활동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이다. 모든 아프리카 보건의료사업이 질병 치료 등 사후 관리에만 집중할 때였다. 비타민을 꾸준히 먹은 아이들이 잔병치레가 줄었음을 확인한 염 박사는 어려운 이웃에 비타민을 나눠주기 위해 2013년 7월 비타민엔젤스 법인을 설립했다.

꾸준히 더 많은 비타민을 기부하려면 더 많은 비타민을 팔아야 함은 당연한 일. “기부되는지 모르고 사는 고객이 더 많습니다.” 김바울(33) 대표는 비타민엔젤스의 매출 경쟁력은 기부가 아닌 다른 데 있다고 말했다. “기부를 내세우면 자칫 품질은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을 줄 수 있어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제품으로 승부하는 전략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서 파는 다른 제품들과 비타민엔젤스 제품의 가격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내가 비타민을 사면 같은 비타민이 기부된다니, 고객 입장에서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성분 함량을 줄였을 것이란 편견을 가질 수도 있을 터. 이 때문에 비타민엔젤스는 품질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어떤 균을 사용하는지가 관건인 유산균은 LGG와 BB-12 단 두 개의 균만을 사용하고, 루테인은 순도가 가장 높은 원료를 씁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엄선된 성분만 정량 넣어 만드는 게 비타민엔젤스의 경쟁력이죠.” 그 결과 직접 제품 효과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매출이 늘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비타민엔젤스 기부사업이 유명해지면서 대량 주문하는 기업 고객도 늘었다.

매출이 늘어도 이윤이 적게 남는 구조이다보니 인건비나 홍보비는 항상 여의치 않다. 올해부터 기술고문으로 물러난 염 박사를 제외하면 김바울 대표를 포함해 직원은 단 3명. 홍보, 마케팅, 디자인, CSR(사회공헌활동)까지 3명이 일당백을 해내고 있다. 비타민엔젤스 제품을 온라인으로만 파는 까닭도 비용 때문이다. 높은 유통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약국이나 드러그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매장 입점은 일단 보류했다. 대신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충분히 얻고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 페이지에 원산지, 성분 함량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총 19만4630개. 판매한 만큼 기부하는 비타민엔젤스가 2013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기부한 비타민 수다. 27억2642만4400원에 상당하는 비용이다. NGO와 복지시설에 기부하는데 지역은 국내 80% 해외 20%, 대상은 홀몸어르신과 결식아동이 90%를 차지한다. 기부하는 비타민 종류는 전적으로 수요자 요구에 맞춘다. 대상에 따라 필요한 비타민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육시설의 경우 어린이용 비타민을, 어르신 복지시설에서는 비타민D를 많이 요청해 이에 따라 기부한다. 요청한 모든 곳에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가능한지, 비타민을 중복으로 받고 있지 않은지, 장기 기부가 가능한지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곳에만 기부한다. ‘유통기한이 6개월 이하로 남은 제품은 판매도 기부도 안 하는 것’이 철칙이다.

빈부격차가 영양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강권만큼은 평등해야 한다는 목표가 비타민엔젤스를 지탱하는 사회적 가치다. 소비를 기부로 바꿔 더 쉬운 나눔의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은 사회적기업의 모범 사례로도 꼽힌다. “사실 판매보다 기부한 제품이 훨씬 더 많아요. 비타민은 꾸준히 먹는 게 중요하다보니 한 번 기부로 끝내지 않거든요. 판매 개수만큼만 기부하면 2020년까지 기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하하” 김 대표는 이미 기부 수가 판매 수를 넘은 지 오래라며 웃었다. 한번 기부한 곳에 꾸준히 비타민을 지원하는 이유는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최소한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천사 같은 마음에서다. ‘당신이 건강해지는 만큼 세상도 건강해집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비타민엔젤스는 비타민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천사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비타민엔젤스 제품은 공식 누리집 (www.vitamin-angels.com)에서 살 수 있다. 어른용, 임산부용, 아이용 종합비타민은 물론 비타민D, 유산균, 오메가3, 루테인, 홍삼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필요에 따라 살 수 있다. 기부용으로 사면 50%를 할인해준다. 문의 070-8622-8887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콘텐츠랩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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