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혼밥보다 겸상” 골목 곳곳 마을식당 바람

금천구 ‘엄마밥·’ ‘마을밥상·’ 중구 ‘신당동 어린이식당·’ 관악구 ‘마마식당’

등록 : 2018-08-16 15:33

크게 작게

급식 못 먹는 방학 동안 운영하는

‘엄마밥’과 ‘마을밥상’의 무료 밥상

한 달에 한 번 여는 어린이식당

주민들의 자발성·자치구 지원이 관건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은 여름방학 동안 독산동 남부여성발전센터 1층 ‘이지카페’에서 마을식당 ‘엄마밥’을 열었다. 7월23일 낮 중학생들이 ‘엄마밥’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 동네 골목에 마을식당 바람이 불고 있다. 금천구는 여름방학 동안 자치구 지원사업 프로젝트로 독산동의 ‘엄마밥’, 시흥2동의 ‘마을밥상’을 운영한다. 중구 신당동의 ‘신당동 어린이식당’, 관악구 삼성동의 ‘마마식당’ 등은 주민 봉사로 운영한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일본 어린이식당 운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우리 동네에서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들이 생겨나고 모여서 실천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9일 낮 시흥2동 금천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이하 허브센터) 1층 공유주방에 초등생 5명이 점심을 먹고 있다. 초등 3학년 선우는 이번 여름방학 동안 점심은 ‘마을밥상’에서 너끈히 해결했다. 이전 방학 때는 누나와 둘이서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냉장고 음식으로 때우곤 했다. “친구들과 같이 먹어 외롭지 않아 좋다”며 옆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밥 두 그릇에 반찬도 두 번 받아먹는다. 앞쪽 상에 앉은 아이 둘은 ‘마을밥상’의 김혜숙 매니저에게 집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얘기하며 먹는다.

‘마을밥상’은 ‘마을관리소’의 사업 중 하나로 이뤄졌다. 금천구의 마을관리소는 저층 주거지가 많은 지역에서 아파트 관리소처럼 주민들이 협력해 효율적으로 주거 관리를 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드는 사업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인 ‘소정당협동조합’과 ‘마을건축협동조합’이 협업으로 2년째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허브센터의 공유주방에 자리잡은 시흥2동 마을관리소 첫 프로젝트로, 방학 동안(7월26일~8월21일) 동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친구들과 밥 먹고 놀 수 있는 마을밥상을 기획했다.


꼼꼼한 기획으로 예산과 공간의 제약을 최소화했다. 허브센터 입주자와 근무자 15명은 한 달 점심값으로 12만원(18회, 회당 약 6700원)을 낸다. 이 돈으로 15명 아이의 점심을 함께 해결하는 ‘1+1’ 방식으로 비용 문제를 풀었다. 음식은 금천지역자활센터의 맛드림사업단이 만들어 비용을 줄이고 내용을 알차게 했다. 공유주방의 23㎡(7평) 남짓한 공간을 아이들이 점심을 먹게 내주고, 어른들은 사무실이나 휴게실에서 식사한다. ‘마을밥상’을 총괄 운영하는 소정당협동조합의 박성경 대표는 “방학 중 평일, 점심 한 끼만 운영하지만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든 따뜻한 프로젝트다”라고 말했다.

독산동 ‘엄마밥’은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의 교육특구사업 프로젝트로, 여름방학 동안 열린다. 학교 급식이 없는 방학 때 초·중등생 아이들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마을식당을 열어보자는 의견이 있었고, 운영비로 350만원을 마련했다. 사회적기업 ‘이그린’이 운영하는 남부여성발전센터 1층 이지카페의 공간을 활용한다. 음식은 식당 운영 경험이 있는 주민이 만든다.

‘엄마밥’은 신청자 25명이 이용한다. 형제자매가 함께 이용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1천원을 내고 식사를 한다. 학교나 기관에서 추천하는 아이들에게는 무료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해하며 밥만 먹고 후딱 가던 아이들이 식사 뒤에도 남아서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숙제도 한다. 조정옥 금천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밝고 쾌적한 공간에서 서로 얼굴 보면서 밥 먹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운영 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과제다”고 말한다.

중구의 마을식당 ‘신당동 어린이식당’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저녁에 열린다. 지난 3월부터 지역의 초등생과 청소년들 50여 명이 1천원으로 저녁을 먹는다. 신당동주민센터는 건물을 재건축하느라 올해 초 임시 건물로 옮겨왔는데, 아이들 쉼터 마련이 고민이었다. 다행히 임시 건물 옆 신당경로당 지하 1층 식당이 평소 거의 쓰이지 않는 것을 알고, 청소년 쉼터이자 마을식당으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예산은 신당동 마을특화사업비 200만원으로 마련했다.

마을식당 운영은 신당동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의해 진행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건강 식단으로 메뉴를 정하면 식당, 빵집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식재료나 후식 거리 후원에 나선다. 식사 준비와 뒷정리는 경로당 2층 새마을문고 봉사회원들이 맡는다.

자원봉사를 이끄는 신당동 새마을문고의 조덕순 회장은 “비록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동네의 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이라 뿌듯하다”고 한다. 전혜진 신당동주민센터 주무관은 “현재 70%가 초등학생인데 앞으로 중·고등학생들도 더 많이 오면 좋겠다”며 “가족이 와서 함께 밥을 먹고 문화 활동도 곁들일 수 있게 활동을 넓힐 생각이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마을식당 바람을 불러일으킨 일본 어린이식당은 지난 2년새 5배 넘게 늘어 2천여 곳에 이른다. 일본에서 어린이식당을 열어 3년째 운영하는 윤영희씨에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까닭을 묻자 “주민들의 자발성과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도 마을식당이 퍼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일러주는 대목이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