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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찍고 재결합 꿈꾸다

인터뷰 | 영화감독이 된 50대 독거남 조용식씨

등록 : 2018-06-07 14:58 수정 : 2018-06-0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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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7일 양천구사회적지원센터 1층에서 ‘나비남 영화제’가 열렸다. 양천구가 ‘명랑캠페인’ 등 사회적기업과 손잡고 중장년 독거남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기획한 영화 제작보고회 겸 상영회이다.

오랫동안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꺼렸던 독거남 조용식(50·사진)씨가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 앞에 섰다. 자신이 스마트폰으로 만든 영화 <사이>의 내용과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자신의 영혼과 대화하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조씨는 사채 빚을 썼다가 10년 넘게 사채업자를 피해 강원도 삼척, 경기도 성남 등 지방으로 전전하다 결국 부인과 이혼하고 아들과도 떨어진 채 2013년 이후 교회의 한 공간을 빌려 혼자 살아왔다. 영화 만들기는 조씨에게 삶의 큰 전환기가 된 듯하다.

그전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났던 고1 아들을 영화제에 초청해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아들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고요.” 아버지 노릇도 변변히 못해주었는데 영화를 본 아들과 이혼한 부인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그전과는 달라졌다고 한다.

영화 촬영 후 조씨에게 직장이 생기는 행운도 따랐다. 올 4월 문을 연 ‘50플러스센터’ 1층의 푸드뱅크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낮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급식이 끝난 학교를 다니며 남은 음식을 모아 교회 등 급식소에 제공하는 일이다.

“인간관계가 싫어져 잠을 잘 때마다 나 좀 데려가달라고 속으로 되뇔 정도로 힘들게 지냈던 조씨는 지난해 9월 나비남들끼리 모여서 간 여행을 계기로 세상으로 다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비남끼리 모여 여행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서로 싸우지나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사회적기업 하는 분들이 태도가 좋아서인지 오히려 서로를 알아주는 게 있더라구요.”

여행 이후 세상과 소통하는 연결고리를 만든 조씨는 영화 제작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멘토역을 맡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시나리오를 세 번 고쳐 쓰며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감동을 느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라는 도구가 나에 대한 변화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씨는 이후 자신이 사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여의하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다른 50대 독거남에게도 자꾸 피하지 말고 세상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했다. 그 자신도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진 듯했다.

“실용음악 하는 아들의 학원비를 보태고 싶고요, 헤어진 아내하고도 합치는 게 목표입니다.”

글·사진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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