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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몸 씻는 곳…사람도 잠시 쉬어가다

물재생센터 4곳, 체험교실·체육시설 등 주민 친화 프로그램 운영

등록 : 2018-03-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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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과학관, 어린이~어른 체험 다양

개관 반년 만에 1만5천여 명 방문

난지센터서 지렁이 분변토 화분 제작

서남센터는 파크골프장이 인기

지난 13일 성동구 서울하수도과학관에서 남순호 교육강사(가운데)가 대서울어린이집 어린이들에게 ‘내 똥은 어디로 갈까’를 주제로 교육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여러분, 똥이 물이랑 섞이면 더러워지겠죠? 더러워진 물을 두 글자로 뭐라고 했죠?” 남순호 교육강사의 질문에 어린이들은 입을 모아 “하수”라고 대답했다. 지난 13일 오전 성동구 서울하수도과학관 2층 어린이체험관에서는 ‘내 똥은 어디로 갈까’ 교육이 열리고 있었다.

광진구 대서울어린이집에서 온 16명의 어린이 앞에는 백제시대 남성의 이동식 변기인 ‘호자’, 통일신라시대 경주의 화장실 ‘노둣돌’, 조선시대 왕의 변기인 ‘매화틀’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시물이 놓여 있었다. “만약 더러워진 물을 그냥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물고기가 죽어요.” “그런데 더러운 물을 모아 깨끗하게 만드는 곳이 어딘가 있을 것 같죠? 바로 여기 하수도과학관 땅속에 있어요.”

지난해 9월 중랑물재생센터에 있던 하수처리시설 일부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들어선 하수도과학관은 미취학 아동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하수도를 주제로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하수도과학관을 대표하는 교육 프로그램 ‘내 똥은 어디로 갈까'는 6~9살 어린이에게 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쓰고 버린 하수가 정화되어 하천으로 다시 흘러가는 과정을 잘 알 수 있다. 이윤재 학예연구사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몫을 하는 미생물을 그리고 만들기, 하수를 깨끗한 물로 바꾸는 퍼즐 맞추기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체험으로 물의 순환과 소중함을 배우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전시해설 프로그램’은 해설사와 함께 전시실과 하수처리 현장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하수도의 역사와 과학기술에 대해 배울 뿐 아니라 100여 년 전 만들어진 서울의 근대 배수로와 맨홀의 하단부 등 다양한 하수 시설물을 실감 나는 모형으로 볼 수 있다. 익산 왕궁면 왕궁리 유적의 대형 화장실과 경주 동궁·월지의 배수로 모형에다,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의 청계천 공사 기록도 있다. 커다란 하수구 모양의 공간에 들어서면 100년 전 태평로와 남대문로 지하 배수로, 덕수궁의 지하 배수로, 명동성당 근대 배수로를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모헨조다로 유적의 배수와 하수 시설, 고대 로마와 폼페이의 하수 유적, 울산의 암거형 배수시설 유적 등 세계 역사 속 하수 시설 자료도 볼 수 있다.

서울하수도과학관 밖에는 정수된 하수를 이용해 물놀이를 즐기며 과학의 원리를 배우는 물놀이 시설, 우산을 형상화한 조형물, 자연형 실개천 등이 있다. 서울하수도과학관 제공

개관 이후 1만5천여 명이 방문한 하수도과학관은 올해 관람객 10만 명을 목표로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 미취학 아동들이 동화책 내용과 연계한 체험 활동을 해볼 수 있는 ‘도란도란 동화 듣기’,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 물의 소중함과 물순환을 배울 수 있는 ‘나만의 미생물 배지 만들기’와 ‘나만의 잠수부 만들기', 중·고등학생 단체를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 ‘나도 수질연구사' 등을 새롭게 시작했다.

중랑물재생센터뿐 아니라 서남·탄천·난지 등 서울의 다른 물재생센터도 다양한 환경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이 기피하는 시설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체험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이다. 물재생센터 4곳 모두 공통으로 운영하는 ‘물 사랑 환경교실'은 물재생 과정을 체험하며 물의 소중함과 환경오염 예방의 중요성을 배우는 시간이다. 생물반응조부터 침전지까지 물재생시설 현장을 견학하고 지렁이 등을 관찰하게 된다.

지렁이를 이용해 정화조 찌꺼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난지물재생센터는 ‘1인 1지렁이 분변토 화분 만들기’를 운영하고 있다. 찌꺼기를 먹은 지렁이가 배설한 신선한 분변토로 꽃 화분을 만드는 체험 학습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탄천물재생센터 제2처리장 상부 3만3978㎡(약 1만300평)를 복개해 지난해 6월 문을 연 일원에코파크에는 열대식물실, 수경재배실, 다육식물장이 있는 온실이 있어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돔형으로 2211㎡(670평) 넓이인 다목적 강당에서는 생활체육, 주민모임, 행사 등 각종 실내 행사도 할 수 있어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남물재생센터는 9홀짜리 파크골프장이 주민에게 인기다. ‘파크골프’는 나무로 만든 채를 사용해 공을 홀에 넣는 생활체육으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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