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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양천구청장, ‘페친’과 영화 ‘1987’ 관람

등록 : 2018-01-11 14:50 수정 : 2018-01-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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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양천구청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6일 오후 목동에서 페이스북 친구들과 영화 ‘1987’을 본 뒤 치킨집에서 감상을 나누고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지난 6일 페이스북 친구(페친)들과 영화 <1987>을 관람해 눈길을 끈다. 김 구청장은 이날 오후 목동의 한 영화관에서 페친 30명과 함께 영화 관람 ‘번개 모임’을 했다. 앞서 김 구청장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이스북 메시지나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끝난 뒤 치맥도 해요”라고 제안했다.

이날 영화 관람에는 10대 중학생부터 예비 대학생, 청년활동가, 40~6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의 주민이 각자 회비를 내고 함께했다. 대부분이 양천구 주민이지만 인천이나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김 구청장은 “<1987> 영화를 의미 있게 보려고 페친들에게 휴일에 함께 보자고 제안해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시작해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격동의 1987년을 담아낸 영화다.

이들은 2시간여 동안 영화를 관람했고, 눈시울을 적셨다. 김 구청장도 “울면서 봤다. 그 시대, 그 상황을 잘 알기에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페친들과 영화관 근처 치킨집에서 맥주를 함께 마시며 영화 본 감상과 1987년 그 시절 각자의 경험을 나눴다.

중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온 한 주민은 “당시 대학 1학년이었다. 빚진 자의 기분이라 사실 영화 보기를 망설였다. 보면서 마음 아팠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딸이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진짜 저렇게 살았냐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청년활동가 문수훈(양천구 신정4동)씨는 “그간 우리는 뭘 했느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광우병과 촛불혁명으로 우리도 열심히 살았다는 답을 찾아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때 청년이었던 50~60대 주민들은 대체로 자신은 뭘 했는가 반성하는 소감이 많았다. 관심이 없었거나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했던 이들은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자책감에 가슴 아프기도 하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말도 나왔다.

김 구청장도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소감을 말했다. “1986년 이화여대 학생회장으로 시위를 주도하다 학내에서 체포됐다. 1987년에 집행유예로 나왔는데, 구치소에서 적막한 밤에 ‘그날이 오며’를 다같이 불렀던 기억이 났다. 영화 엔딩에서 나오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때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이어 “1987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고,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으니 이 길에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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