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절박하다면 절박한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재취업에 힘들어하는 40대 후반 남성을 위하여

등록 : 2018-01-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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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퇴직에 아무 준비 없어

낮은 자리 찾는데도 1년 세월 훌쩍

재취업 분야 책, 강연은 얼마나?

나이보다 더 큰 장애물은 핑계

새해가 되면 멋진 한 해를 다짐합니다. 새로운 결심도 합니다. 하지만 해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인생이 확 바뀌는 일은 드뭅니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갑자기 퇴사한 뒤 1년 동안 구직활동을 하다 지친 40대 후반 남성도 그러합니다.

“지난 1년, 참으로 힘든 한 해였습니다. 군대 생활할 때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금방 다른 일자리를 얻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갔습니다. 급작스럽게 퇴직이라는 상황을 맞고보니 아무 준비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학교 다닐 때여서 앞으로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도 됩니다. 솔직히 가장 두려운 것은 제 나이입니다. 이 나이가 되니 저를 환영하는 곳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흔히 ‘직장인은 온실에 있는 존재’라고 표현하는데, 이제야 그 말이 실감 납니다. 원래 제가 받던 급료보다 적게 주는 곳에 취업을 타진했지만 거부당하니 더 당혹스럽습니다. 과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까요? 뭐부터 해야 할까요? 막막해서 구체적 방법과 의견을 구합니다.”


요즘 비슷한 사연을 참으로 많이 듣습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불문율은 ‘요즘 뭐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서로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취업 상황,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의 고용불안은 심각한 것 같습니다. 때마침 저는 저와 비슷한 길을 걷는 분들과 함께 책을 내고 합동강연회를 하면서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와 제 생각을 섞어 전해드릴까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중년 이후에 더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전에 일했던 자리보다 낮은 자리, 혹은 그보다 연봉이 적은 곳에 지원했는데도 불러주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이전 직장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곳에서 생각하기에 당신은 필요한 역할에 비해서 갖춘 게 너무 많을 겁니다. 학력, 경력, 과거의 연봉, 이전 직장의 타이틀 등이 부담스러운 겁니다. 서양에서는 그런 경우를 가리켜 ‘방에 넣기에 너무도 큰 코끼리’라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머리가 너무 크다’고 표현하지요. 어떤 자리의 ‘장’(책임자)을 원하는 대신, 팀원이 되어도 좋다는 분명한 의사전달이 필요합니다.

일자리를 금방 찾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일거리는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정식 일을 찾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우선 일거리라도 있어야 지치지 않습니다. 이력서 또는 자기소개서에 그려진 당신의 이미지는 아마도 고정되어 있을 겁니다.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일과 관련 있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규칙적으로 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몇 년 전 퇴직했을 때 저 역시 금방 일자리를 얻을 줄 알았습니다. 1년이 지나고 또다시 몇 달이 지났지만 제가 원하던 일자리는 저를 외면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열심히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신문사에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짧은 글이었습니다. 공들여 열심히 썼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또 다른 신문에는 제법 긴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연 요청도 들어오고, 책을 여러 권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소일거리로 시작한 그 일들이 지금 제게 직업이 되었습니다. 글을 써서 생활한다는 일명 ‘글로생활자’입니다. 두 가지 모두 제 원래 인생 계획에는 없던 것들이지만 지금 이 일을 무척 사랑합니다. 정말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이전에 친하게 지내다가 최근 얼마 동안 소원하게 지낸 사람들을 찾아가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분들에게 당신이 처한 어려움과 소망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보세요. 뜻밖에도 그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대화하다 당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진로의 아이디어를 얻게 될지도 모르고요.

위로해주는 친구를 만나 술 한잔 나누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위로는 궁극적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돌파구입니다. 따끔한 자극이 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절박하다면 절박한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당신은 구체적으로 재취업에 필요한 관련 분야의 책을 읽거나 강연장에 가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모았나요? 그리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중요한 것은 반드시 내 돈을 내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내 것이 됩니다. 기회가 오지 않음을 탓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위로에 익숙해지는 대신 따끔한 자극이 되는 분들을 더 만나시길 바랍니다.

오래 일자리가 없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약점을 많이 깨닫게 되곤 합니다. 그렇다고 자꾸 들여다보아서는 곤란합니다. 그럴수록 그 약점이 실제 이상으로 크게 느껴집니다.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고,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울함이라는 상황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당신은 필요한 존재라는 자기 암시가 무척 중요합니다. 자기비하에 빠진 사람은 옆에서 무슨 말을 해줘도 소용없습니다.

나이는 재취업에 적잖은 장애물입니다. 하지만 더 큰 장애물은 나이를 핑계로 노력하지 않는 자신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일 하기에 너무 늦었어'라고 쉽게 변명하지 않아야 합니다. 벌써부터 산으로 도망 다니면 정말 끝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ㅣ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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