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전망 좋은 서울

가는 해 보내고 새해 맞으러 한강대교로 나가자

한강대교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일몰

등록 : 2017-12-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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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 동쪽 인도는

새해 첫해 구경 명소

한강철교 위로 노란빛

떨어질 때 일몰의 완성

한강대교에서 본 일몰

한강대교는 일출과 일몰 풍경을 보기에 좋은 곳이다. 한강대교 서쪽 인도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 풍경은 철마다 다르다. 반대편 인도는 일출 명소다. 조선시대부터 한국전쟁 때까지 굵직한 역사의 배경이 되는 곳도 한강대교다.

한강대교의 일출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한강대교 동쪽 인도에 새해에 처음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살을 에는 칼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어둠을 밝히는 빛 앞에서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댄다. 땅과 하늘, 강물을 감싸고 있던 깊고 고요하며 아득함으로 가득한 검은빛도, 그 검은빛이 사라지는 자리에 차오르는 여명도 이날만큼은 모두 숭고하다.

동쪽 하늘 한 곳이 붉은 기운으로 가득해진다. 그 빛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머금고 있다. 빛은 이내 하늘로 터져나온다.

막 해가 떠오를 무렵 많은 일이 일어난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때가 이때다. 쉼 없이 불던 바람도 아주 잠깐 멈춘다. 새들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자연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한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사람들이 소곤대던 말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해만 바라본다. 기원의 시간이다.

한강대교에서 본 일출

새벽달이 뜨는 날이면 해와 달이 같은 하늘에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환한 해 속에서 날아온 새들이 달 아래 하늘을 난다. 서쪽에서 날아오는 새들은 달을 지나 둥근 해 밝은 빛 속으로 날아간다.

해가 붉고 둥그런 불덩이로 떠올라 제 모습을 다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한강에 빛기둥이 생긴다. 물결마다 부서지는 햇살이 은파금파 빛난다. 하루를 시작하는 한강의 사람들이 탄 작은 배가 빛기둥을 가르며 힘차게 달린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 차들이 가득 찬다. 하루를 여는 사람들의 분주한 시간이 햇볕에 빛난다.

한강대교의 일몰

한강대교 서쪽 인도는 노을을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여의도 빌딩 숲과 서부이촌동 아파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오가는 차들, 한강에 놓인 다리와 강물이 흘러가는 먼 곳 풍경이 배경이 되고 주인공이 된다. 해 떨어지는 위치가 철마다 다르고 하늘에 뜬 구름 모양이 같은 때가 없어서 해 질 녘 풍경도 다 다르다.

여름에는 한강 중심이나 여의도 쪽으로 해가 떨어지고 겨울에는 좀더 남쪽으로 치우쳐 해가 진다. 한강대교 일몰 풍경의 으뜸은 7~8월 구름이 낮게 드리운 때다. 소나기가 그치고 막 갠 하늘, 구름 사이로 노을이 퍼지는 때 그곳에 있다면 행운이다.

여의도 63빌딩과 쌍둥이빌딩 뒤로 해가 떨어지면서 빌딩 숲은 그 윤곽만 남고, 서쪽 먼 하늘은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 빛을 받은 한강 위 구름은 이름 지을 수 없는 색으로 울긋불긋 빛난다. ‘구름 빛’이 반사된 한강 위로 유람선이 오가고 한강대교 북단 서쪽 서부이촌동 아파트가 노을빛에 감싸인다.

한강철교 뒤로 해가 지는 모습

한강 가운데로 해가 지는 날은 한강철교가 풍경에 이야기를 입힌다. 한강철교 위로 밝은 노란빛의 해가 서서히 떨어진다. 오선지를 닮은 전철 고압선 몇 가닥에 걸친 둥근 해는 온음표다. 풍경에서 현의 노래가 들리는 것 같다. 해가 더 기울면 붉은빛이 강해지면서 크게 보인다. 붉고 둥근 해가 한강철교 위를 오가는 전철과 기차의 지붕에 닿을 듯하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하루가 해거름 하늘 아래로 지고 있다.

역사 속 한강대교·전망 좋은 효사정·야경

일출과 일몰 명소 한강대교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강대교 북단 서쪽 인도 바닥에 ‘한강인도교 폭파 현장’을 알리는 동판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인 1950년 6월28일 폭파되었다. 그 폭파로 피란민 800여명이 죽었다고 한다.

효사정에서 본 흑석동

한강대교 남단 서쪽 노들나루공원 중앙광장 한쪽에 노량진 정수장 터를 알리는 표석이 있다. 1910년부터 2001년까지 정수장이 있던 곳이다. 그 부근에 한강방어선전투 전사자 명비도 있다. 1950년 6월28일부터 7월3일까지 북한군 제1군단에 속한 보병 사단과 전차 여단에 맞서 싸운 곳이다.

노들나루공원 내 남부수도사업소 건물 서쪽 잔디밭에 노량진 나루가 있었던 곳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노량진은 서울과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잇는 수상교통의 요지였다.

한강대교 남단 노들나루공원 맞은편 길 건너에는 용양봉저정이 있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가는 길에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배다리를 놓았는데, 배다리 남단이 한강대교 남단 서쪽 언저리였다고 한다. 배다리를 건넌 정조가 잠시 머물렀던 곳이 용양봉저정이다.

한강인도교 폭파 현장을 알리는 동판

한강대교 남단에서 동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에 효사정이 있다. 한강 가 절벽 위에 지은 효사정은 조선시대 초기 우의정을 지낸 노한의 정자다. 정인지·신숙주·서거정 등이 효사정과 주변 정취를 시로 읊었다. 조선 성종 때 허물어진 것을 1993년에 복원했다. 효사정은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이기도 하다. 정자에 오르면 한강과 동부이촌동이 한눈에 보인다. 정자 옆 마당에서 보는 풍경도 그럴듯하다. 정자 처마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아래 한강이 흐르고, 강물을 거슬러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효사정에서 전망을 즐긴 뒤 한강대교 남단 서쪽 인도로 돌아온다. 한강대교에서 보는 풍경의 마침표는 야경이다. 올림픽대교를 질주하는 차들의 불빛, 가로등 불빛, 여의도 빌딩의 불빛이 어우러진다. 아직 남아 있는 노을빛의 기운이 한강에 비친다. 카메라 셔터 속도를 늦추어 그 모든 빛의 궤적이 어울린 풍경을 잘라 마음에 담는다. <끝>

글·사진 장태동ㅣ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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