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가벼운 심리치료 쉽게 받도록 지원

서울시 심리지원에 관한 조례…초선 김영한 의원의 뚝심 결실

등록 : 2017-11-09 14:47

크게 작게

경증 심리 문제 상담지원해 중증 방지

관련 법령 없어 지난해 통과 실패

상담학 전공 김 의원의 설득 성공

심리지원센터 법적 근거 갖게 돼

김영한 서울시의원(국민의당·송파5)이 지난 10월30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서울심리지원센터에서 지난 9월 초 통과된 ‘서울시 심리지원에 관한 조례’를 설명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초선 서울시의원의 뚝심이 만들어낸 조례.’

지난 9월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특별시 심리지원에 관한 조례’엔 이런 별칭이 따라다닌다. 심리지원과 관련해 국내에서 처음 제정된 이 조례는 초선인 김영한 의원(국민의당·송파5)이 준비한 지 3년 만에 곡절을 겪은 뒤 통과된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지원에 관한 조례’의 핵심은 경증 심리 문제(스트레스)를 가진 시민들에게 상담을 지원해 이들이 중증 정신질환(정신병)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몸에 감기 기운이 돌 때 잘 관리해서 독감이나 폐렴으로 번지지 않도록 처방을 내리는 것과 같다.


‘심리지원에 관한 조례’의 출발점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김 의원이 내놓은 ‘힐링센터 설립’ 공약이다. 김 의원은 “선거가 있던 해에는 세월호 사건(4월16일)과 송파 세 모녀 사건(2월)으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던 시기”라며 “시민들의 발걸음이 닿는 곳에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구체적인 장소가 필요하다고 보고 ‘송파구에 최초의 심리감정치료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한다.

‘시민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자’는 김 의원의 공약은 그가 서울시의회 106명 의원 중 유일한 임상심리사라는 사실과 관련이 깊다.

김 의원은 연세대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한 뒤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조직상담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청소년 상담에 나선 김 의원은 2002년에는 ‘인터넷중독클리닉센터’를 만들어 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또 2007년부터는 송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상담전문가로 일했다.

김 의원은 이런 경험을 통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이 우발적 범죄, 충동 자살, 묻지마 살인 등 정신병적 상태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이를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의회에 들어온 김 의원은 2015년 4월 시정 질의에서 ‘서울시민 심리지원센터 설립’을 요청하는 등, 같은 해 11월 송파구 장지동에 서울심리지원센터가 처음으로 시범 운영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6년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심리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이 조례를 받쳐줄 법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관련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조례안이 통과되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상담이 필요한 ‘경증 심리 문제를 가진 시민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017년 다시 ‘심리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번엔 김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도봉3)과 함께였다. 두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공청회를 주도한 끝에 올해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송파(2015년)와 함께 도봉(2016년)·양천(2017년·이상 개소 일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심리지원센터도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장지동 서울심리지원센터의 남미경(53) 센터장은 “이 조례가 그동안 ‘심리 분야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취업준비생이거나 직장 초년생인 이들은 직장 문제나 연애 문제 등으로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는 청소년과 노인들에 대한 심리지원은 있었지만 이들의 심리 문제를 지원해주는 제도는 없었습니다.”

남 센터장은 “지난 2년간 서울심리지원센터 전체 방문객 중 20대 초반~30대 초반 방문객이 40%에 이르렀다”며 “이는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사회의 복잡성과 스트레스 증가로 ‘경증 심리 문제를 가진 시민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을 지원하는 심리지원센터가 서울시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센터의 전국화에는 관련 법률 제정이 필수다. 심리지원 조례는 관련 법률을 끌어낼 수 있을까? 조례가 법률을 선도해낸 사례는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강동구의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2010년 11월10일 제정)가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1년 11월)을 끌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민을 넘어 전체 국민의 스트레스 지수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선의원의 뚝심이 만들어낸 조례가 ‘관련 법률 제정 선도’라는 대어까지 낚을지 관심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