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당신만은 당신에게 늘 따뜻해야 합니다

늘 쉽게 이성에 빠지는 결혼 10년차 유부녀 “이번에도…”

등록 : 2017-10-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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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저는 결혼생활을 10년 넘게 한 여성이며, 아이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지만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입니다. 제 문제는 너무나도 쉽게 이성에게 빠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편과는 불화도 많이 겪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족애를 느끼며 남들처럼 나름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제가 얼마 전 사회생활 중 너무 힘든 일이 생겨, 우울감이 심해져 상담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상담 선생님에게 반하게 되었습니다. 전 남에게 손가락질받는 두려움보다 이런 저를 너무나도 고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제가 반하게 되는 패턴은 항상 똑같습니다. 한 이성이 있습니다. 제가 먼저 좋아하는 일은 없고, 그 이성이 저에게 세심하게 배려해준다거나, 저에 대해 남다르게 대하며 행동이나 말투나 표정 등에서 저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또는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상담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담을 하기 시작할 때는 첫인상이 굉장히 멋지고 젠틀한데다 저의 이상형이었지만, 굉장히 이성적·객관적이고 내담자와의 선이 분명한 분이었습니다. 일반 환자들처럼 저에게도 사무적으로 대하셨기에 처음부터 이성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갈수록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저의 아픔을 친오빠처럼 다독여주고, 다정다감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그런 선생님께 반할 것 같아서, ‘너를 치료해주려고 그러는 거지, 널 좋아해서가 아니야’라며 마음속으로 반하지 않기 위해 계속 되뇌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그 선생님께 반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선생님께 고백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도 가정이 있으니까요. 제가 바라는 것은 이렇게 사랑에 빠진 감정으로부터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고 그 선생님을 그냥 남자 사람으로 보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내 감정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까닭에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부디 저를 욕하지 말아주시고 지혜로운 답변 부탁드릴게요. 김주현


A당신을 욕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 다정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남성을 보면서 마음 흔들리지 않을 여성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심리를 이용해 여성 대상의 상품 광고에 멋진 남성 모델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화면 밖 여성들을 향해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태도를 보여주면, 우리는 그가 소개하는 상품에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 감정이 결국 구매행위로까지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광고가 인간에게 없었던 감정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내면에 존재하던 에로스적 감성을 자극하고 활성화시킬 방법을 광고는 아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당신이 친절한 남성에게 느끼는 감정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것입니다.

설레는 마음은 침체된 우리 삶에 활력과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는 점에서 유익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맨스 영화를 보고, 드라마 속 주인공의 매력에 반복해서 빠지며, 유명 가수의 팬이 되어 공연장을 찾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의 감정은 손가락질받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절대 안 돼’라고 생각할수록 더 깊이 빠집니다. 금기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은 우리를 고통스럽게도 하지만 극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에 매혹적입니다.

당신은 상대에게 호감을 느낄 때 반한다, 사랑에 빠진다, 같은 표현을 하고 있네요. 그런데 인지심리학과 뇌과학 등은, 우리의 의식이 자신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착각과 오류를 많이 범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가슴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조여오는 느낌을 강하게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후에 비슷한 신체적 경험을 할 때마다 자신이 화난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상대가 어떻게 자신을 화나게 했는지 구구절절이 늘어놓습니다. 그러나 화날 때와 유사한 신체적 느낌을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낄 때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식에게 소리치는 아버지는 자신이 화를 내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무의식 차원에서는 자신이 자식을 통제할 수 없는 무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뇌는 자신의 신체반응을 잘못 해석해서 잘못된 감정의 딱지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착오귀속 효과’라고 합니다. 당신의 경우도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반한다거나 사랑에 빠진다고 판단하게 된 근거는 무엇입니까? 낯선 상대가 막 익숙해지려고 할 때, 그래서 가슴이 설렐 때, 당신에게 관심이 집중된 상황, 당신이 안전하며 충분히 수용된다고 느낄 때 자동으로 경험하는 기분 좋은 긴장감, 고양된 느낌을 사랑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우호적인 상황을 더 설레게 느낄 수 있겠지요.

그러니 자신을 부도덕하게 몰아 처단하지 마시고 그 행복한 감정을 충분히 느껴 보세요. 사랑의 묘약은 상대에게 뿌려진 게 아니고 당신의 눈 속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설레는 감정을 느낄 때 상대에게 집중하지 마시고 당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에 집중해 즐겨보세요. 어떤 선입견도 없이 신체적 경험에 집중해보면 자신에 대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당신은 배려받을 때, 자신을 특별하게 대우해줄 때, 다정하게 대해줄 때 행복한 사람이며, 그걸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세요. 상담 과정에서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당신 스스로가 자신을 그렇게 대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소홀히 대하고 냉대할 수 있지만, 당신만은 당신에게 늘 따뜻해야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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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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