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서 활로 개척한 우리 먹거리 스타트업

칼슘사과·캐릭터 디저트·꽃차 3사 3색으로 아시아시장에서 호평

등록 : 2017-09-28 14:15 수정 : 2017-09-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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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사과 강진형 대표·김민영 이사, 스위트몬스터 박대철 대표, 꽃을담다 이인표 대표(사진 왼쪽부터)

“기대 이상으로 관심을 많이 받아 저희도 놀랐어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서울먹거리센터)에서 성장하고 있는 세 기업(칼슘사과, 스위트몬스터, 꽃을담다)의 대표들은 해외 창업페스티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 고무돼 있었다.

지난 8월29~30일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서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로 한·중 창업페스티벌이 열렸다. 한국 20개사, 중국 120개사 등 모두 140개 ‘스타트업’(신생혁신기업)이 참가했다. 이들 가운데 ‘칼슘사과’가 둘쨋날 시연회(데모데이)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시연회 뒤에 중국의 수입상과 투자자들은 한국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였고, 1 대 1 상담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칼슘사과 강진형 대표·김민영 이사

이들 농식품 스타트업은 서울먹거리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이다.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디어는 대개 대표들의 경험에서 나온다. 칼슘사과의 강진형(47) 대표는 백화점 등 과일 유통업계에서 20년 일했다. 아쉬웠던 것 가운데 하나가 영양분이 있는 사과 껍질을 버리는 것이었다. 영양분이 담긴 껍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지난해 칼슘사과를 개발했다. 칼슘사과는 천연 활성 칼슘으로 씻어서 상품화한 사과를 말한다.


강 대표는 “꼬막껍데기를 원료로 천연 활성 칼슘을 얻는다. 우리 회사가 자체 개발한 세척 공정에 이 천연 칼슘을 넣어 사과를 씻으면 농약도 깨끗이 제거되고, 식감도 아삭해지고, 신선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무역협정에 따라 농산물을 수출하기 어려운 중국에는 칼슘사과 대신 천연 칼슘 세척제를 상품화해 판매하면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스위트몬스터’는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디저트를 캐릭터로 디자인해 만든다. 디저트 메뉴를 하나씩 개발할 때마다 캐릭터도 하나씩 늘어난다. 박대철(44) 대표는 ‘지마켓’, ‘11번가’ 등 전자상거래업체에서 약 12년을 일한 경험과 글램핑 레스토랑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식음료와 캐릭터를 더한 기업을 2014년에 시작했다.

스위트몬스터 박대철 대표

소비재 판매를 주로 하는 스타트업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큰 힘이 된다. 스위트몬스터는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 푸드트럭으로 팝업 행사로 시작했는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이 올라오면서 하루에 페북 친구가 3만3000명이 늘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서울 가로수길과 홍대의 숍인숍 매장에는 외국의 유명 연예인들도 가끔 먹으러 온다. 팝콘이 섞인 아이스크림의 독특한 모양과 맛 그리고 눈에 띄는 캐릭터 디자인에 푹 빠진 이들 ‘셀럽’들이 에스엔에스에 인증샷을 남기면서 외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졌다.

디저트 시장은 성장성이 뛰어나지만, 국내 시장의 경쟁이 매우 심한 편이다. 그래서 스위트몬스터는 칼슘사과와 꽃을담다와 달리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꽃을담다 이인표 대표

홍콩의 세계적인 패션 기업이 마스터 프랜차이즈(프랜차이즈 본사가 외국 기업에 가맹 사업 운영권을 파는 방식)를 제안해서 현지 매장을 열었는데, 한 시간씩 줄을 서서 사먹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홍콩에 이어 타이, 인도네시아, 중국, 타이완 등에 진출해 2년여 만에 외국 매장이 23곳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아이스크림은 국내에선 계절을 타지만 동남아 지역에서 일년 내내 팔 수 있다”며 해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꽃을담다’ 이인표(29) 대표는 첫 직장인 대기업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중국에 화장품과 의류를 직접 가져가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보따리장사는 우여곡절 끝에 1여년 만에 접었다. 그 무렵 꽃차를 배우는 어머니 곁에서 꽃차의 향과 맛을 경험했다. 두달 동안 꽃차 카페에서 일하며 꽃차를 만들어보고, 팔아도 보고, 국내 꽃차 시장이 어떤지를 알아봤다. 지난해 청년창업지원 사업들을 활용해 창업했다.

공주, 철원, 제주 등에서 계약재배 방식으로 꽃을 받고, 구리에 있는 작은 공장에서 차로 가공해 판다.

꽃을담다 역시 에스엔에스를 중요한 홍보수단으로 삼았다. 온라인에서 플라워 티스틱(5개 2만5000원)을 팔고 있었는데, 값이 너무 비싸다는 댓글이 꽤 있었다. 이런 반응을 참고해 그는 일상에서 마시는 꽃차보다 고급스러운 선물용 꽃차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펼쳤다. 이 대표는 “선물용으로 고급화했더니 지난해 4분기 3800만원에 그쳤던 매출이 올 8월 현재 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일본 등 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자금도 정보도 부족하다. 농식품은 수출할 때 다른 품목에 견줘 비용이 더 든다. 스위트몬스터가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스크림 파우더, 팝콘, 토핑 등의 수입허가를 받는 데만 4000만원 가량이 들었다. 박 대표는 “동남아 진출 인증, 상표등록에 거의 3억원 정도 들었다. 정부 지원은 500만원에 그쳤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자금 부담이 컸다”고 말한다.

꽃을담다는 꽃차 수출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표는 “꽃차는 침출차여서 위생허가가 필요 없지만, 수출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지 못해 처음엔 막막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먹거리 스타트업은 진입장벽이 낮지만, 뚜렷한 필살기를 갖고 창업해야 가능성이 있단다. 이 대표는 “농식품 사업은 처음에는 좀 진부해 보이지만 젊은 감각으로 멋지게 만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글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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